인쇄 기사스크랩 [제897호]2015-07-03 11:43

현지취재 - 뉴질랜드 (上)



‘아오테아로아(AoTeaRoa) 당신께 바치는 연가’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 남섬 대표 액티비티 수도


글 싣는 순서

●뉴질랜드<上> 액티비티 수도 퀸스타운
뉴질랜드<中>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쿡 빌리지
뉴질랜드<下> 부활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2004년 1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의 낯익은 풍경. 어림잡아 20명의 학생들이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 순간, 그 젊은 패기와 열정을 어쩌지 못해 순식간에 공항 곳곳에 시끄러운 목소리가 음악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내 나이 든 패키지 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것 마냥 두 줄로 얌전히 서서 유학원 원장의 명령만 고스란히 기다려야 했지만 말이다. 발가락이 꿈틀거리고 두 눈을 정신없이 굴리면서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야속하게도 공항을 돌아다닐 자유까지는 허용되지 않았던 20대 초반의 어리석은 겨울.

지난 5월 정확히 11년 만에 다시 찾은 뉴질랜드에서 바로 어제 일처럼 과거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 것은 신기하고 유쾌한 동시에 씁쓸한 오마주이기도 했다.

어쩌면 뉴질랜드는 수많은 지구별 여행자들에게 굵고 튼튼한 두 팔과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과 숨 막히는 경쟁 그리고 가시방석처럼 뾰족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에게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여지를 남겨주니 말이다. 무리해서 즐겁지 않아도 복잡하게 일정을 소화하지 않아도 혹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내가 행복하다’고 과시하지 않아도 되는 곳.

이 여행기는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 관광지를 돌아보는 6일 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여행기를 채우는 문장 속에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그리운 연인에게 띄우는 연서가 숨겨져 있다.

취재 협조 및 문의=뉴질랜드 관광청(newzealand.com)
퀸스타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이민자의 나라,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조화”

현재는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가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이력서의 한 줄이 돼버렸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해외 연수는 꽤나 특별한 타이틀이었다.

유학 1세대들이 어려운 살림에 없는 쌈짓돈까지 박박 긁어모아 주로 미국행을 고집했던 것과 달리 그 이후 세대들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목적지를 다양화 하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여행시장의 확대와 자유여행 증가라는 결실을 내는데 일조했다.

뉴질랜드 또한 한국인 워홀(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이나 학생 수요가 워낙 많았던 지역으로 꼽힌다. 현 여행시장을 검토할 때 유명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단체 고객 보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살려 개인적인 여행을 즐기는 FIT들이 많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특히 렌터카나 캠퍼밴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뉴질랜드는 개별여행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FIT 마켓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마오리 말로 뉴질랜드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라고 불리는 데 직역하면 길고 흰 구름의 땅이란 뜻이다. 실제 국가 지형 또한 남섬과 북섬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모양새다. 남섬은 몸으로 부딪치는 액티비티나 체험 시설이 많고 북섬은 마오리 족의 전통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이 조금 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질랜드는 다양한 인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국가인데 이러한 배경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해하는 편이 수월하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뉴질랜드의 주인은 원주민인 마오리 족.

지금부터 약 1천년 전, 남태평양 부근에서 카누를 타고 뉴질랜드로 이주한 폴리네시아인들이 마오리 족의 혈통이라는 유래가 가장 정확하다. 1800년대 들어서는 뉴질랜드 대륙을 발견한 유럽 정착민들이 뉴질랜드의 자연과 자원에 감탄해 북섬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문화 다양화라는 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후 1840년 영국과 뉴질랜드 간 ‘와이탕이 조약(The Treaty of Waitangi)’을 통해 영국의 식민지화 등 분쟁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이러한 역사와 인종 간 결합은 뉴질랜드를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자리 잡게 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이민자들이 많으며 외래객에게 서슴없이 친절한 동시에 다소 쌀쌀맞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합리주의는 이처럼 다년간의 역사를 거치며 유럽과 영국 뉴질랜드 원주민들의 장점을 두루 갖춘 결과다.

지리적으로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다. 한창 여름인 한국의 6~8월이 겨울이며 춥고 건조한 12~2월이 여름이다. 그래서 여행의 적기는 매년 12월부터 3월사이지만 이 시기에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많고 호텔이나 각종 시설의 이용 가격 또한 상승하는 만큼 사람이 몰리지 않는 4~5월 방문을 더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5월 말 남섬을 여행한 기자와 일행들은 생각보다 춥지 않은 뉴질랜드의 겨울날씨에 이상기온의 영향을 받았다고 농을 주고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휴양의 도시 퀸스타운”

여왕의 도시라는 별칭 그대로 아름다운 도시의 매력과 다채로운 체험을 위한 자연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남섬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여왕이 살았으면 어울릴 법한 풍경을 지녔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연간 200만 명이 넘는 해외관광객이 이 도시를 방문하지만 실제 퀸스타운 거주 인구는 고작 3만 7,000명에 불과하다. 도심 전체가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질랜드 허브인 오클랜드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국내 여행상품 가운데서도 ‘퀸스타운-마운틴 빌리지-크라이스트처치’를 연결하는 남섬 여행 루트가 가장 대중적이다. 차를 빌려 드라이빙을 즐기거나 액티비티 일정을 짜서 움직이는 등 유쾌한 여행이 가능하다.

부호들이 즐겨 찾는 고급리조트와 숙박 시설이 많고 천혜의 자연을 활용한 액티비티와 레포츠의 메카로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도심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데이투어나 투어 버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계획 없이 여행지를 방문하더라도 큰 불편함이 없다.

한국에서는 패키지 혹은 에어텔로 각 도시에서 1박 정도 머무르지만 사실 퀸스타운을 넉넉히 여행하려면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는 퀸스타운 도심과 와카티푸 호수를 돌아보고 하루는 각종 액티비티를 체험하며 나머지 하루는 조금 여유롭게 근교에 위치한 애로우타운 등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형태다.

무엇보다 퀸스타운과 주변 관광지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가까워 이동 시간으로 하루 일정을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애로우타운은 고작 20분, 글레노키 39분, 크롬웰은 50분 정도면 충분하다.

여행에 동행했던 드라이버는 퀸스타운이 화려하고 슬픈 동시에 대단한 지역이라며 긴 얘기를 풀어냈다. 1860년 경 퀸스타운 애로우(Arrow)근교 강에서 금맥을 발견한 이후 당시 불었던 골드러시 붐을 타고 전 세계의 노동자와 금광 발굴자들이 이 곳으로 모여들어 1800년대 후반까지 최고의 번영을 누렸다고 했다.

그러나 골드러시 붐이 한 풀 꺼지고 난 이후 퀸스타운은 지나친 개발과 난입으로 지역 전체의 자연이 크게 훼손됐고 이후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새로운 브랜드를 갖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무리한 개발로 인한 자연의 훼손과 그에 따른 피해가 인간에게 끼치는 결과를 보여주는 작은 사례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현재 남아있는 탄광은 관광용 외에는 드문 편이며 과거 골드러시 시절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애로우타운(Arrowtown)’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애로우타운으로 이동하는 루트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경관이 아름다운 루트를 택하면 유서 깊은 샷오버 다리(Shotover Bridge)와 아서스포인트(Arthur’s Point)를 지나게 된다. 시간이 짧고 일반적인 루트는 공항을 지나 헤이즈 호수(Lake Layes)를 돌아가는 방법이다.

호수 지방 박물관(Lakes District Museum)과 다양한 상점, 커피숍과 레스토랑 등이 남아있는 애로우타운은 지금은 작은 드라마 세트 같은 풍경이지만 직접 사금을 채취하는 체험도 가능하고 시대상을 재현한 전시 프로그램도 관람할 수 있다.

드라이버는 애로우강이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됐다고 열심히 설명해줬지만 사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영화 속 어느 장면과 연결되는지 쉽게 떠오르진 않았다. 지금의 퀸스타운은 조금 화려한 그러나 경박하지 않게 화장을 곱게 한 여인을 상상한다면 꼭 들어맞는다.

<다음호에 계속>
 
 


[추천 액티비티]

퀸스타운은 그야말로 액티비티의 명품관이다. 원하는 상점과 숍에 들려 내가 즐기고 싶은 액티비티를 구매한 뒤 가격만 지불하면 오케이다. 번지점프와 제트보트를 필두로 트레킹, 카누, 스키, 스노우보드, 래프팅, 계곡 체험, 리버 크루즈 등 종류도 무한대.

평소 몸을 움직이거나 땀을 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기자로서는 액티비티의 본고장에서 이름 모를 기계와 무자비한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몇 개의 액티비티를 직접 체험하고 나니 그동안 너무 게으르게 살았다고 자책하게 됐다는 후문.

특히 퀸스타운 도착 다음 날 오전에 한 시간 정도 탑승한 (K-JET)제트보트는 일행 모두 박수를 칠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발산되는 짜릿함을 선물했다. 뉴질랜드 액티비티 중 머스트로 꼽히는 제트보트는 카와라우(Kawarau)강과 숏 오버(Shotover) 강 그리고 와카티푸 호수를 운행하는데 이용 시간은 약 한 시간.

최대 85KPH의 속도로 360도 가까이 보트가 회전하는데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속도로 물살을 가르는 탓에 보트 탑승 후에는 온 몸이 흠뻑 젖어 드라이기가 필요했을 정도다. 보트 탑승 이전에 회사 측에서 마련한 검정색의 가운을 입기도 하는데 사실 가운과 상관없이 머리와 얼굴에 물이 잔뜩 튀어 금새 샤워를 마친 사람의 몰골이 된다.

제트보트 이용권은 약 112 뉴질랜드 달러. 홈페이지를 통해 헬리콥터 및 크루즈 등 다른 여러 개의 투어와 결합한 패키지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http://kjet.co.nz)
 
 
 
[추천호텔] THE REES HOTEL

럭셔리 아파트먼트 형 5성급 호텔로 퀸스타운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위로 높게 솟은 현대식 호텔이 아니라 슬쩍 외관만 보고는 실망할 수 있지만 호텔 내부와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휴가 때마다 즐겨 찾는 아지트나 헐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품격 별장과 모습이 꼭 닮아 있다. 특히 호텔 바로 앞에 자리한 와카티푸 호수의 영향으로 아침마다 백만 불짜리 전망을 만날 수 있다. 거실과 발코니로 이어지는 대형 유리를 열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숨이 탁 트이는 호수의 풍경과 차가운 바람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총 6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객실은 개인 발코니가 포함돼 있는 구조다.

1층 로비에 자리한 와인저장고에서는 다양한 와인 시음과 체험이 가능하며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시티타운으로 향하는 셔틀 서비스, 고급 레스토랑, 회의실, 체육관, 전망대 등의 부대시설도 합격점이다. 1층 로비는 호텔 식 로비가 아니라 별장 혹은 서재를 연상시키는 브라운 위주의 따듯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http://www.therees.co.nz)
 
 

<뉴질랜드 기본 정보>

●항공편 : 에어뉴질랜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이 인천에서 직항 및 다양한 경유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후 : 뉴질랜드의 북섬은 아열대성 기후에, 남섬은 온대기후에 속한다. 계절은 한국과 반대이며 12월~2월에 가장 덥고 6~8월에 가장 춥다. 여름에는 평균 최고 온도가 20~30도, 겨울에는 10~15도 정도로 일년내내 비교적 온화하다.

●통화 : 뉴질랜드 달러 (NZ$) 사용. 10, 20, 50 센트, 그리고 $1과 $2 짜리 동전과 $5, $10, $20, $50, $100짜리 지폐가 있다. 7월 2일 기준 1NZD는 754.07KRW.

●운전 : 뉴질랜드의 도로는 경치가 좋고 교통체증이 없는 편으로 비교적 운전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좌측 운행이 핵심이다. 시가지 운전에 익숙해 있더라도 교외 도로에서 운전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도로 망이 잘 구축돼 있기는 하지만 이상기후, 지형, 폭이 좁은 2급도로, 다리 등 위험요인이 있다.

●퀄마크 : 퀄마크는 뉴질랜드에 갔을 때 어디에서 묵고, 무엇을 하고, 또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 지를 결정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품질 인증 마크로 퀄마크만 확인하면 안심하고 좋은 품질의 업체를 고를 수 있다. 퀄마크가 있는 업체는 일련의 전국 품질기준에 따라 독립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퀄마크 품질 인증 제도는 크게 2가지로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스타 등급 시스템을, 그 외 교통편 및 액티비티, 투어 업체는 인증 시스템을 적용한다.

●시차 : 한국보다 3시간이 빠르다. 섬머타임은 9월 마지막 일요일에 시작하고 4월 첫 번째 일요일에 종료한다. 이 기간 동안은 한국과 4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