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5호]2015-06-19 09:57

현지취재 - 노르웨이(下)



노르웨이피오르의 진주 ‘예이랑에르’를 가다
 


글 싣는 순서

노르웨이<上> 회색도시의 정의를 새로 쓴 올레순
노르웨이<中> 신이 내린 지상의 천국, 몰데
●노르웨이<下> 피오르의 정석, 예이랑에르 피오르
 
 
 

(노르웨이 현지취재 연재가 끝을 맺는)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노르웨이 여행은 이동과 이동이었다. 오슬로에서 크리스티안순으로 하늘을 날았고 크리스티안순에서 몰데로 열심히 달렸으며 몰데에서 예이랑에르 피오르까지 바다를 가로 질렀다.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둘러본 다음 날 유람선을 타고 올레순으로 향했고 다시 하늘을 날아 오슬로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처음 일정표를 받아들곤 ‘아,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구나’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배든 차든 멀미란 멀미는 다 하는 기자에게 고역의 여정길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스쳤던 것. 사실 멀미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역의 여정은 아니었다. 멀미를 하다가 차창 밖 풍경에 넋을 놓다보면 어느 새 목적지에 와 있었다.

비행기, 버스, 페리(플러스 유람선) 등 여행의 모든 이동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렇게 노르웨이의 곳곳을 구경했고 풍경을 탐닉했다. 이동조차 여행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노르웨이다. 사진 찍는 취미가 없는 기자마저도 비행기를 타건 버스를 타건 페리에 몸을 싣건 카메라와 떨어지지 않았다. 모든 순간을 담아야겠다는 사진에 대한 욕심은 노르웨이에선 떨칠 수 없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노르웨이관광청 한국사무소(www.visitnorway.com / 02-777-5943)
노르웨이=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노르웨이 피오르의 왕, 예이랑에르 피오르”

기자일행은 (앞서 연재됐던) 몰데에서 페리를 타고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향해 열심히 내달렸다. 그리고 다시 페리로 드넓은 망망대해를 지나야 했다. 그렇게 2번의 페리 이동 후에야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진입지로 향할 수 있다.
2번째 페리 선착장에서 내리면 겨울왕국 속으로 들어간다.

파란 새싹이 싱그럽던 경치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설산과 눈발이 가득한 풍경을 만난다. 그렇게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오르는데 이 길을 독수리 날개깃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외르네스빙옌(이글로드)’이라고 한다. 해발 620m까지 이어지는 이글 로드는 마을 도착까지 11개의 경사 구간을 맞닥뜨려야 한다.

아슬아슬한 곡예 길도 잠시 언덕 중간 지점에서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속살로 들어가기에 앞선 포토타임이 거행된다. 만년설과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그 바로 밑으로 내려가면 뷰 포인트가 자리하는데 V자 협곡을 제대로 볼 수 있다.

40인승 넘는 대형버스를 이동하는 버스 기사에게 기자일행은 연신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말을 해댔다. 폭이 좁고 그대로 낭떨어지로 이어지는 이글로드를 부드럽게 운전하는 버스기사를 만난 것에 감사인사도 덧붙였다. (웃음)
세계 3대 피오르 중 하나인 ‘예이랑에르 피오르’가 눈앞에 섰다.

교과서, 그림엽서, 달력으로만 봤던 풍경, 저런 자연풍경을 간직한 곳이 있을까 싶었던 곳을 밟고 섰다. 웅장함에 발끝이 저릿하고 기자일행을 반기는 눈발에 흥분되고 설렌 맘은 더욱 커졌다.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마주한 순간, 진부하지만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 외엔 표현할 다른 문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노르웨이 피오르의 왕’이란 별칭이 달린 예이랑에르 피오르는 지난 2005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노르웨이 남서부에 위치한 베르겐 북동쪽에 자리한 예이랑에르 피오르는 120km의 길이를 자랑하는 거대 피오르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해발은 1,500m이지만 해수면 아래 500m의 빙하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웅장한 피오르와 대비되는 아담한 마을”

이글로드 중턱에서 봤던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마을이 예이랑에르다. 인구 250명이 사는 작은 동네로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한다. 마을 입구에는 역시나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노르웨이 국기를 손에 쥔 트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트롤 뒤로 펼쳐지는 마을 안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리고 마을을 관광하기 직전 점심 식사 시간에도 이곳의 주요 자랑거리(=관광명소) 중 하나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가이드가 이야기 하던 ‘초콜릿 공장’에 들어섰다. 분명 듣기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았는데 맙소사. 가이드가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초콜릿 공장을 마주한 순간 ‘헛’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늘색이 포인트인 이 초콜릿 공장은 오래된 보트 창고를 개보수해 현재의 초콜릿 공장으로 탈바꿈 됐단다. 가게 이름조차 ‘GEIRANGER SJOKOLADE(예이랑에르 초콜릿)’으로 화려하지 않고 푸근한 시골 느낌이 물씬 난다. 목조 건물 지붕은 초록 잔디와 보라색 꽃으로 덥혔다. 호수가 자리한 건물 뒤 지하에는 판매되는 초콜릿을 제작하는 진짜 ‘공장’이 있다. 상점에 놓인 유람선을 본떠 만든 초콜릿이나 딸기나 칠리 등 다양한 맛의 초콜릿 등이 다 이곳에서 만들어져 지상의 상점으로 향한다.

기자일행이 묵었던 ‘유니온호텔’은 마을 중턱에 위치한다. 호텔 지하에는 ‘클래식 자동차 박물관’이 있는데 이 곳의 랜드마크 격이라고. 호텔의 창립자가 1920년대부터 수집해 온 10여 개의 클래식 차량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호텔 주인인 신드라 미엘바 씨가 호텔 역사와 함께 클래식 차량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해준다.

예이랑에르 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시작점이 바로 유니온호텔 맞은편의 ‘피오르센터’다. 건물로 들어서면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 숍이 자리하는데 그 옆 코너를 돌면 예이랑에르의 옛 모습을 구경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게 그리고 재미있게 꾸며져 기자일행은 몹시도 만족했다. 특히 온 몸이 흔들리고 뱃고동 소리가 울려대는 3D 체험관인 뱃길 및 폭포 체험은 인기 만점이었다.

피오르 센터에서 나와 다시 마을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다리 옆으로는 거대한 폭포수가 흘러내렸는데 바로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음소거 될 만큼 소리와 사이즈 모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을 뒤로 2km 쯤 버스로 오르면 이글로드와는 다른 뷰 포인트가 자리한다. 플뤼달슈베트 전망대다. 이글로드와는 반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존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2006년에 그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국립 관광 루트’의 일부로 지정하고 시설 및 안전을 강화했다. 화장실과 주차장을 설치하고 안전 펜스도 강화했다. 무엇보다 이곳에 들린다면 플뤼달슈베트 전망대 조금 아래 위치한 ‘Queen’s Chair(여왕의 의자)’에 앉아 예이랑에르 마을을 내려다 보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한국어 안내 가능한 유람선 탑승으로 마무리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속살을 구경하는 최고의 방법은 유람선이다. 한국인 승객이 탑승한 경우에는 한국어 안내 방송도 함께 나오기 때문에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전설을 듣는 재미를 놓치지 말길 당부한다. 유람선은 예이랑에르 마을에서 헬레쉴트로 이동하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피오르 절벽에 흐르는 폭포 중 하이라이트는 일곱 자매의 머리카락 같다고 해 붙여진 ‘7자매’와 그들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구혼자’ 등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