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4호]2015-06-11 16:58

현지취재 - 노르웨이(中)



노르웨이의 제주도 ‘몰데’ 관광과 휴양을 동시에
사랑스러운 소녀 느낌 물신 나는 몰데 & 크리스타안순
 
 
글 싣는 순서
노르웨이<上> 회색도시의 정의를 새로 쓴 올레순
●노르웨이<中> 신이 내린 지상의 천국, 몰데
노르웨이<下> 피오르의 정석, 예이랑에르 피오르
 

 
노르웨이의 5월은 추웠다. 오슬로나 올레순은 쌀쌀한 정도. 크리스티안순과 몰데는 한국의 11월이나 12월 초의 날씨만큼 서늘한 추위였다. 5월임에도 입김이 나고 밤 10시임에도 날이 환한 것은 익숙해졌다지만 당최 추위만큼은 적응되지 않았다. 얼얼한 코끝과 빨개지는 두 뺨, 굳어지는 손가락.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사진 촬영이었다. 기자라는 의무감이 아닌 여행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나 할까. 언제 또 올까 싶고 눈으로만 기억하기엔 너무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풍경을 그저 구경만 하기엔 아깝고 소중했다.

‘피오르’하면 ‘자연의 웅장함’ 또는 ‘경이로움’을 생각하지만 몰데는 조금 색다르다. 웅장함이나 경이로움, 그래서 조금은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자연풍경이 아니라 동화 속에 온 것 같다. 앙증맞고 귀엽다. 노르웨이 내 피오르들을 관광했다는 이들은 흔히 송네 피오르를 어머니,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아버지로 비유한다고 하는데 기자는 몰데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소녀’.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풋풋함이 느껴졌기 때문. 특히 설산과 대비를 이루는 도시를 덮은 초록 잔디와 새 잎사귀는 생동감마저 더하니 ‘사랑스러운 소녀, 몰데’라는 애칭이 충분하다.

취재협조 및 문의=노르웨이관광청 한국사무소(www.visitnorway.com / 02-777-5943)
노르웨이=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몰데로 향하는 길목, 크리스티안순”

노르웨이를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가본 곳 중에 가장 아기자기한 동화마을을 뽑으라면 단연 크리스티안순이다. 크리스티안순은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1시간가량 소요된다.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것만큼이나 비행 편은 자주 있다.) 크리스티안순은 노르웨이에서도 북쪽 지역에 위치한다. 트론헤임 남서쪽에 자리한 크리스티안순은 몰데 피오르와 예이랑에르 피오르 그리고 올레순 여정을 떠난다면 크리스티안순은 거쳐야 하는 관문지가 된다.

크리스티안순은 네 개의 주요 섬과 여러 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졌다. 인구 25,000여 명이 사는 작은 소도시다. 노르웨이가 넓은 땅덩어리 대비 인구가 적은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크리스티안순은 진짜 사람 보기가 너~무 어렵다. 크리스티안순 사람들은 어업과 석유산업에 대부분 종사한다. 노르웨이 음식에 빠질 수 없는 대구의 주된 서식처가 바로 크리스티안순이다. 석유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업이 더욱 활발했다고 한다.

크리스티안순의 오랜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 바이킹족의 풍모를 볼 수 있는데 더욱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호홀멘’으로 발길을 옮기자. ‘호홀멘’은 크리스티안순의 끝자락, 그리고 애틀란틱 로드가 시작하는 지점의 작은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만날 수 있다.

노르웨이관광청 한국사무소 측에 따르면 ‘호홀멘’을 방문한 첫 한국인이 기자일행이라는 생각지 못한 행운이 주어졌다. 그래서 기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호홀멘’은 1900년대에 200여 명의 어부들이 오밀조밀 모여 살던 작은 섬마을이었다. 그러나 현재 ‘호홀멘’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인도는 아니다.

한 기업에서 ‘호홀멘’ 섬을 통째로 샀기 때문. ‘호홀멘’은 현재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이라고 하면 높고 큰 현대식 건축물을 생각하기 십상인데 ‘호홀멘’의 호텔은 그냥 이 곳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어떤 면에선 호텔보다는 민박이라고 해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호홀멘’은 10여 개의 건물과 49개의 호텔룸을 보유한 작은 섬이다. 10여 개의 건물 중 한 곳은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또 다른한 곳은 1900년대의 ‘호홀멘’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는 ‘바이킹 박물관’이 있다. 바이킹 박물관 내부를 꽉 채운 바이킹의 일부가 자리한다.

기자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호홀멘’ 직원은 20여 분이 채 되지 않는 동영상을 틀었다. 과거 바이킹족이 배를 만든 방식 그대로 재현해서 똑같은 루트를 따라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물관 내부에 자리한 바이킹이 바로 동영상 속 주인공이다.

이들은 바이킹을 타고 세계 여행 중 풍랑을 만나 난파되기도 했는데 풍랑된 당시 바이킹 조각들을 재조립한 것이 박물관에 자리한 배다. ‘호홀멘’에 묵지 않더라도 바이킹처럼 만들어진 보트를 타고 이 작은 섬에서 구경도 하고 바이킹 역사도 보는 재미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TV에서 봤던 거기, 애틀란틱 로드”

‘호홀멘’을 떠나 다시 처음 탔던 그 선착장 밖으로 나오면 연신 셔터를 찍어대는 관광객들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그들처럼 기자일행 역시 처음에는 풍경을 감상하고 그 후에는 눈에만 넣기 아까워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기 때문.

애틀란틱 로드는 크리스티안순 공항에서 4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이곳을 오기까지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26km에 달하는 크리스티안순 국도를 달려야 한다. 애틀란틱 로드는 총 길이 4km로 7개의 섬들을 연결했다. 국내 타이어 광고를 통해 먼저 기자와 일면식한 애틀란틱 로드를 직접 마주한 순간 ‘아찔한 곡선도로’라는 단 하나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영국 매거진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최고의 도로 여행지로 애틀란틱 로드를 선정했음은 탁월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잔잔한 해안의 중앙에 놓인 다리가 애틀란틱 로드다. 다리 좌우로는 붓으로 그린 듯한 피오르 봉우리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그곳에서 2분 정도 더 달리면 “TV에서 봤던 아찔한 곡선”의 애틀란틱 로드를 볼 수 있다. 풍경도 좋지만 결국에는 포토존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의 포토타임이 한동안 진행된다. 8개의 다리 중 동 다리가 가장 유명한 이유는 도로가 마치 끊긴 듯 보이는 착시효과를 뽐내는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 때문이다.

(보는 것만큼 올라가는 순간이 아찔하진 않다.) 아찔한 곡선도로인 동 다리를 타고 나오면 낚시를 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이곳이 포토존뿐만 아니라 낚시의 명당이기도 하단다. 물고기가 잘 잡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가족들을 볼 수 있었다.

기자일행이 방문한 당시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지만 날 좋은 날 이곳을 방문하면 고래나 물개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처럼) 어정쩡하게 날씨가 좋지 않은 것보다 차라리 폭풍이 불게 되면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된다고 하니 이곳은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낫겠다. (웃음)

우리의 목적지는 ‘몰데’였다. 그 곳에 당도하기 위해선 크리스티안순의 호홀멘과 애틀란틱 로드를 거쳐야 한다지만 이들 역시 관광 명소다. 하루쯤은 시간을 내서 크리스티안순에서 묵는 다면 노르웨이 여행이 더욱 풍성하고 알차질 거라 확신한다.
 
 

“앙증맞은 222개 봉우리를 갖춘 몰데”

몰데는 노르웨이 피오르 중 유명한 송네 피오르나 (이후에 게재되겠지만)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웅장함처럼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사이즈는 아니다. 크리스티안순의 연장선이다. 몰데 또한 동화 같은 항구도시다. 작고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말이 딱인 곳이 몰데다.

몰데에 당도하고 호텔에 들어서니 창문 사이로 페리가 유유자적 해수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사진을 열심히도 찍어댔지만 말로 다하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을 담지 못하는 아쉬움은 너무도 컸다.

호텔에서 잠시 쉴까 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구경했다. 몰데는 222개의 설산 봉우리가 마을을 감싸고 있어 한국으로 치면 분지 지형인 대구와 비슷하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360도 회전을 해도 산을 볼 수 있는 게 분지의 특징인 것처럼 몰데 역시 그렇다.

그걸 빼면 대구와의 차이는 크다. 대구는 평지지만 몰데는 항구도시로 해안가가 쭉 이어진다. 길을 걷다보면 고동소리를 내는 ‘Fjord1’이라고 쓰인 페리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때문에 바다, 물 그리고 페리가 담긴 풍경 사진은 수시로 찍을 수 있다.)

222개의 봉우리를 감상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24시간 운영된다는 ‘Fjord1’ 페리를 탑승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몰데 파노라마로 향하는 거다.

몰데 파노라마는 해발 407m의 바르덴 전망대로 올라가야 한다. 바르덴 전망대는 마을 뒷산에 자리하는데 이른 아침 버스로 이동한 기자일행과는 달리 아침운동 겸 바르덴 전망대를 도보로 오르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빼곡히 들어선 숲과 맑은 계곡물을 보자니 매연을 내뿜으며 버스로 오르고 있는 것이 새삼 미안해졌다.

몰데 파노라마에 오르니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몰데 시내와 피오르 해안, 그리고 마치 그들을 엄마의 품처럼 감싸는 222개의 설산 봉우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기자의 직업에 감사를 표하게 된다.

몰데 파노라마에는 이른 아침이라 문이 닫힌 레스토랑이 노르웨이 국기를 흩날리며 자리한다.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는 이들이 부러워졌다. 음식이 맛있는 지 없는 지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풍경의 맛에 취하리라.

몰데 파노라마를 뒤로하고 내려온 기자일행은 222개의 봉우리를 조금 더 깊이 눈에 담기 위해 하룻밤 묵는 동안 꼬박 20번은 넘게 본 듯한 친구같이 익숙해져버린 ‘Fjord1’에 몸을 실었다. 동 페리는 몰데 해안을 돌며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자일행을 태운 버스마저 모형 장난감처럼 보일만큼 페리의 크기는 컸다. 페리를 타고 설산의 봉우리를 감상하면 몰데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고 만다. 몰데 파노라마나 시내에서 둘러볼 때는 아기자기했던 이 봉우리가 제법 웅장하더란 말씀.

구름이 걷히고 청명한 하늘과 함께 초록 잎사귀가 돋아나는 봉우리 중턱과 하늘에 맞닿는 설산은 두 계절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설산과 함께 추위는 분명 겨울인데 싱그러운 초록 잎사귀와 따사로운 햇살은 딱 5월의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