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3호]2015-03-27 10:32

[Best Traveler(154)] 이화득 여행과 지도 컨설턴트 겸 여행작가
국내외 드라이빙 투어리스트 고수를 만나다
드라이빙 투어 가능성 높은 시장, 성공 열쇠는 ‘상담’
‘여행과 지도’ 전문 지식과 한국어 네비로 시장 장악
 
 
 
“해외 드라이빙 투어? 제주도 드라이빙 투어를 했다면 유럽도, 미국도 모두 가능해요.
딱 그 수준이거든. 안 해보니까 무서운 거야.”
국내외 드라이빙 투어 관련 서적만 수십 권을 집필한 이화득 여행 작가 겸 여행과 지도 컨설턴트.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지역 관광청들의 관심이 ‘드라이빙 투어’로 쏠렸다. 브랜드USA(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는 지난 1월 신년 세미나의 주제로 ‘로드트립’을 선정했고 스위스정부관광청(한국지사장 김지인) 역시 지난 3월 치렀던 세미나에서 올해와 내년을 ‘스위스 그랜드 투어’의 해로 정하고 드라이빙 투어의 매력을 알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쯤 되니 “아직은 때가 아니”라던 여행사들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부단히 작업 중이지만 쉽지 않다. 에어텔에서 ‘카(Car, 자동차)’를 더한 에어카텔 상품을 해외여행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뿐인데 예삿일이 아니라고.
국내 여행객들도 이제는 해외에서 ‘드라이빙 투어’를 즐기고자 하는 니즈가 더욱 커졌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이들도 많다. 관련 커뮤니케이션 카페나 블로그도 넘쳐나고 ‘드라이빙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도 업계로 조금씩 진입하고 있다. ‘드라이빙 투어’는 블루오션임은 확실하다. 다만 성공의 키워드는 ‘상담’과 ‘전문력’이다. ‘한국 드라이빙투어의 선구자’, 이화득 여행 작가 겸 여행과 지도 컨설턴트를 만나 드라이빙 시장에 대한 숨은 스토리를 들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여행과 지도(02-3672-8781 / www.leeha.net) | 글·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이례적이지만 본인을 우선 소개해 달라.
▲여행 작가 겸 ‘여행과 지도’ 컨설턴트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혹자는 ‘한국 드라이빙 투어의 선구자’라고 한다. (웃음) 1991년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멈추고’ 책을 출판했다. 자동차로 한반도 중부와 남부를 여행한 내용을 담은 건데 사실 국내에선 최초라 해도 무방하다. 1989년에 해외여행이 자유화 됐지만 그 당시 해외여행을 갔던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해외여행 자유화 초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여행을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국내 자동차 여행 책을 집필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당시가 흔히 ‘마이카’ 시대였다. 그전까지는 배낭여행이 주였다 보니 차로 여행을 가는 이들도 많지 않았고 가려 해도 관련 정보가 없어서 엄두를 못 냈다. 네비게이션도 없는 시대다 보니 한반도 지도 한 장 펼쳐들고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 책이 나오고 나서 2~3년 지나니 비슷한 책들이 서점에 나오더라. 덧붙여 나를 좀 더 PR하자면 해외여행 드라이빙 투어 여행 책도 최초로 집필했다. 2002년 ‘렌터카 유럽여행’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한국시장에 해외 드라이빙 투어의 물꼬를 틔운 셈이다. (웃음)
 
-2002년에 ‘유럽 렌터카 여행’ 책을 출판했다면 더 과거에 유럽 전역을 직접 차를 몰고 여행했다는 건데, 계기가 궁금하다.
▲유럽 드라이빙 투어를 하게 된 계기는 2000년 즈음에 아시아나항공에서 먼저 후원사를 자처했다. 항공편을 무료로 무제한 지원할 테니 가서 드라이빙 투어를 하고 오라는 거다. 나는 콘텐츠만 제공하면되니 나쁠 것 없는 제안이라 받아들였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독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웃음) 독일 시내에서 사흘 간 독일 사람들이 운전하는 것만 속절없이 바라봤다. 내가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더라. 그런데 사흘 동안 관찰하고 나니 별 거 없겠다 싶어 도전하니까 운전이 되더라.

(공항에서 시내까지 어떻게 운전했는지를 묻자) 나는 그를 귀인이라고 부른다. 큰 캐리어를 끌고 공항 렌터카 대여소 부근만 맴돌고 있는데 독일에서 무역업을 하던 한국인이 말을 걸었다. 이차저차 상황을 설명하고 나니 그가 공항에서 내 숙소까지 운전해 줬다. 그러면서 드라이빙 투어의 장점을 설명해주더라. 경비가 절약된다는 것보다 눈을 더 번쩍이게 했던 게 밥(=한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곤 나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작은 전기밥솥을 빌려줬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첫 답사 후 귀국해 아내와 유럽 구석구석을 쉼 없이 달렸고 그 후 유럽 자동차 여행 안내서인 ‘렌터카 유럽여행’을 출판했다.
 
-여행과 지도는 어떤 업체인가. 해외 자동차여행 전문사로 보면 되나.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자동차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관련 상품을 상담해주고 판매한다. 지역은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다. 다만 자사는 허츠렌터카만 이용한다. 허츠렌터카 본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나 역시 허츠렌터카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신뢰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한국시장은 드라이빙 투어 시장이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타 시장과는 차별돼야 한다. 좀 더 투자를 해줘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한국시장에 맞는 특별요금을 통해 타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그러나 특별요금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대형 여행사와 온라인 여행사 등 허츠 본사 측에서 자사 포함 국내 일부 업체들에 ‘사전결제 예약 요금’을 제공하고 있다. 드라이빙 투어가 자유여행이다 보니 일정은 따로 없다. 큰 틀에서 보면 항공 및 호텔과 묶인 허츠렌터카 상품을 판매하거나 허츠렌터카만 단독 판매하는 구조다. 여기에 자사 네비게이션 대여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동 서비스는 전 세계 지도가 포함된 글로벌 네비게이션 기기에 한국어 안내가 가능토록 한 거다.
 

국내외 드라이빙 투어의 바이블이라 일컫는 이화득 컨설턴트가 집필한 책들.
 
-항공, 호텔, 렌터카 모두 가격대가 오픈돼 있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부분이 무엇인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맞다. 자사 수익 구조는 렌터카 판매 커미션과 네비게이션 대여 서비스다. 네비게이션 대여 서비스는 기본 7일에 5만 6천 원이다. 대여기간은 출·귀국일을 포함해 계산된다.
자사는 항공이나 호텔 판매는 중요치 않다. 고객들에게 직접 항공과 호텔은 예약하라고 떠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의 수익 구조이자 경쟁력은 ‘상담’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대형사나 온라인 여행사들의 드라이빙 투어 상품 시도는 꾸준했다. 그러나 상품을 론칭하고도 1팀도 못 보낸 업체가 많고 결국 내리는 업체도 있더라. 패키지상품이나 단순 에어텔 상품과는 다르다. 드라이빙 투어를 하겠다는 이들 대부분은 실제 구매로 이어질 만큼 거품수요가 극히 드물다. 다만 여행사에는 실제 구매자로 견인할 전문 상담자가 없다. 여행객들의 질문은 세세하다. 공항에서 렌터카 픽업 방법부터 공항에서 호텔 이동 구간 안내, 명소 구간 안내 등 다양하다. 직접 답사를 하지 않으면 상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행업계와 국내 여행객들의 드라이빙 투어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드라이빙 투어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한국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허츠렌터카의 한국마켓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 세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타 렌터카 업체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말했듯 이미 여행객들은 드라이빙 투어를 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러나 여행사에서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상담해 줄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드라이빙 투어와 관련한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현저히 부족한 것도 맞고 하루에 수십 명의 소비자를 응대해야 하는데 상담시간이 1~2시간 이상인 드라이빙 투어 상품을 어떻게 팔 수 있겠나.

자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고민이 많다. 이달 초에 ‘에어카텔’ 상품을 론칭했다가 서둘러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제주도 여행 시 많이들 에에카텔 상품을 이용하는 것처럼 유럽이나 미국도 가능하겠다 싶어 상품을 출시했고 내심 기대도 컸다. 웬걸. 수요가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 1팀 당 상담 시간이 1~2시간이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 상담해주는 게 너무 힘들어서 결국 선착순 10팀으로 제한하고 이후 예약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해 취소시켰다. 이 일을 겪고 나니 한국에서도 여행 컨설턴트 비용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는 여행 컨설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돼 있지만 한국시장은 아니다 보니 시간 대비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드라이빙 투어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수요 대비 공급이 못 따라가는 것도 사실이고 진입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성공 여부의 열쇠는 ‘상담’인 셈이다.
 
-해외 드라이빙 투어의 장점을 꼽자면.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드라이빙 투어의 장, 단점도 소개해 달라.
▲일단 밥이다. (웃음) 열흘, 보름, 한 달 이상을 느끼하고 짠 이국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고문이다. 유럽의 경우 야영시설이 잘 돼 있어 차에 실어둔 전기밥솥을 코드만 연결시키면 뚝딱 밥을 해먹을 수 있다. 식비가 주니까 경비 절약은 말해봤자 입 아픈 장점이다.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여행하면 숙소는 호텔이지 않나. 그런데 드라이빙 투어를 하면 텐트에서도 잘 수 있고 펜션도 이용할 수 있다. 여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거다. 좋은 호텔도 한 두 번이고, 무엇보다 현지를 제대로 알려면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건데 호텔은 다 이방인이지 않나.

주관적인 건데 나는 유럽 드라이빙 투어를 선호한다. 광활한 미 대륙을 규정된 속도로 달리고 있다보면 잠이 온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구간은 유럽처럼 무제한으로 달리게 해줘야 운전자도 재미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푸는 건데 아쉬운 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 유럽 전역을 자동차 하나로 누볐던 이화득 컨설턴트와 아내이자
여행과 지도 수장인 이미경 대표.
 
-여행과 지도와 더불어 여행 작가로서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여행과 지도는 꾸준히 상품을 판매하고 여행객들에 상담도 할 예정이다. 다만 컨설턴트 비용에 대한 부분은 숙제다.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드라이빙 투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비영리 커뮤니케이션 카페도 다음 달 오픈을 예고하고 있다. 상품 판매가 아닌 내 경험과 노하우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거다.

여행 서적들도 꾸준히 집필 중이다. ‘이화덕의 유럽 자동차 여행’ 책이 출판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은 ‘렌터카 유럽 여행’과는 달리 유럽 드라이빙 투어 완전 매뉴얼 북으로 A부터 Z까지 소상히 알려준다. 미국 드라이빙 투어 관련 서적도 공동 집필 중에 있다.
 
-끝으로 여전히 해외 드라이빙 투어에 겁먹은 여행객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떠나기 전에는 특별한 소수만이 할 수 있는 여행이라 여기겠지만 아니다. 흰머리 희끗한 노년의 친구들끼리 가겠다며 상담한다. 인터뷰 직전까지 상담해줬던 팀은 60대 자매들로 유럽을 드라이빙 투어로 가겠다고 왔다.
도전해라. 뭐가 무서워 겁먹고 있나. 해외 드라이빙 투어? 제주도 렌터카 여행보다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딱 그만큼이다. 제주도를 드라이빙 투어 할 수 있다면 유럽이든 미국이든 못 갈 게 없다. 일단 부딪혀봐라. 별 거 아니다. 내가 산 증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