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1호]2015-03-06 13:14

[Best Traveler(151)] 박종필 PAA그룹 회장




PAA그룹 창사 25주년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여행업계 장수 비결은 ‘도전, 열정, 위기관리’
항공 GSA업체들 수익 아닌 전문성에 주력해야


 
 
“나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도전은 호기심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삶을 즐겁게 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창업 후 5년 동안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이 고작 22%라고 한다. 80%는 문을 닫는 셈이다. 창업은 그만큼 성공 확률이 낮다.


해외여행자유화 시대와 함께 구보를 맞춘 PAA그룹은 지난 2일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외부요소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는 여행업계에서 25년 간 회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기자가 만난 박종필 PAA그룹 회장은 자신을 “도전을 즐기는 사나이”라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다시 도전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실제 PAA그룹명의 숨은 뜻이 ‘Passionate(열정적인) Aggressive(공격적인) Aspiring(출세지향적인)’라고 말할 정도다. 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그의 25년 역사를 본지에 담았다.


취재협조 및 문의=PAA그룹 (02-317-8800)
글·사진=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지난 2일 PAA그룹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우선 우리 업계에 계신 선후배, 동료들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실 모든 일이 혼자 할 수 없다. 여행사와 항공업계, 화물업계 파트너사들과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이 있기에 창립 25주년을 맞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기엔 벌써 창립 25주년인가 싶다. 2,3년 정도 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업계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꾸짖어 준 업계지에도 이 자릴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무려 25년 간 여행업계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며 생존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인가.

▲비법이라면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관광업에 대한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이를 프로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PAA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직원들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정신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다. 회사가 25년간 큰 굴곡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점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 이 세 요소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상생이 중요하다. 회사를 통해 나만 혼자 수익을 독식하려 했다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었을까. PAA와 파트너사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내가 잘되면 파트너사도 잘되고 파트너사가 10곳이라면 궁극적으로 10배의 수혜를 얻도록 힘썼다.

관광업계는 제조업이 아니다. 볼펜 하나를 제조해서 10배의 수익을 얻긴 쉽지만 관광업은 서비스업이다. 마진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지만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산업군이다. 코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않고 기본을 지키되 시대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 그것이 회사를 25년 간 이끌어 온 비법 아닌 비법이다.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위기에 봉착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25년 간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늘 언제나 위기는 어느 곳에든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캐나다 에어라인이 에어캐나다(AC)와 합병하던 당시가 아닐까.

당시 자사 매출에 70~80%를 차지했기 때문에 AC와의 합병은 위기였다. 아마 당시 분위기는 “PAA가 곧 망할 것”으로 점쳤다.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이 가장 큰 클라이언트사를 잃었으니 우린 망했다고 낙담했다면 그리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1년 만에 극복했다.

자사의 큰 부분을 잃었지만 다른 클라이언트사가 있었고 계약 맺을 수 있는 업체는 수백 가지다. 남들은 무모한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회사 사무실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넓혔고 직원도 충원했다. 때로는 무모하고 바보 같은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매 순간순간을 위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발 하나도 내밀 수 없게 된다. 위기를 인지하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도전이라 생각하면 된다. 도전은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어 생각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그 상황을 즐기도록 한다. 옛말에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하는데 “넌 할 수 있어”라는 말이 결국에는 “넌 해냈구나”로 바뀔 수 있는 거다.


 
-그렇다면 반대로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남들이 힘들 때다. (웃음) 풀어 말하자면 IMF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사스(SAS) 때다. IMF로 많은 기업이 문을 닫거나 직원 감축에 나섰을 때 자사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사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들과 다른 점은 우리는 위기관리를 꾸준히 해왔다. 풍선 한 쪽이 찌그러진다고 전체가 찌그러지진 않는다. 어느 한쪽은 반대로 더 튀어나오게 된다. IMF나 사스로 여행시장이 위기를 맞았지만 모두가 여행을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 지역에만 집중하게 되면 위기는 더 커진다.

반면 자사는 5대양 6대주 곳곳에 온/오프라인 캐리어와 여객/화물기 모두를 운영하고 있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우리는 거뜬했다. 미 달러로 받다보니 원화의 2배 가까운 가치도 수익이 배가 됐다. 급여가 더블인 셈이다. 그 후에 우리는 미 달러 대신 원화로 받겠다는 계약서로 내용을 변경했다. 이는 우리 요구였다. 이익을 더 보려하지 않음으로써 클라이언트사와 긍정적인 관계 유지를 맺었다. 더불어 미 달러가 오른 만큼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예측해 실행한 거다.


 
-창립 20주년 당시 여행업계 대상 성대한 행사를 열고 1억 원 상당의 경품을 관계자들에 증정했다. 또 수익금 중 일부는 소외된 계층에게 기부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올해는 어떤가.

▲회사의 수장이지만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진 않는다. 창립 20주년 당시나 올해나 마찬가지로 직원들과 회의를 거쳐 의견을 통합했다. 20주년 당시에는 우리 업계 선후배 그리고 파트너사들에 감사를 전하는 것으로 뜻이 모였다면 올해는 회사 식구들끼리 축하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4월에 1차, 2차 팀을 나눠 타이완으로 포상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20주년 당시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 이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PAA그룹은 국내 항공 GSA시장의 선도기업이다. 수년전과 비교하면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경쟁 심화와 수익감소로 존폐 위기의 업체들이 많다. 선도 업체로서 GSA업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자사는 해외여행자유화와 함께 태동기를 거쳐 발전기, 성장기를 지났다. 지금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25살인데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때 아닌가. 자사도 그렇지만 여행업계가 성인인 셈이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아야 하는 시기다.

가능하면 건강하고 훌륭한 자식들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 여행상품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의 자식들은 어떤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그대로다. 성장을 못한 거다. 자식을 잘 키워야 그 자식이 부모를 뛰어 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차터베이스로 하는 GSA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을 GSA업체라 할 수 있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차터베이스 업체들이 사라지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산업군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단 지속 가능성과 위험요소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업계는 1,2차 산업이 아닌 3차 산업, 서비스 산업이다. 최근 LCC(저비용항공사)가 급증하면서 유통과정이 변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직접 소비자와 거래한다. B2B가 필요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항공 GSA는 필요 없어질까? 오산이다.

항공 GSA업체가 하는 일이 세일즈로만 보기 때문에 이러한 차터베이스 업체들이 늘어나는 거다. 세일즈 외에도 고객관리, 컴플레인 처리 등 항공에 대한 전문분야를 갖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는 언제나 필요하다. 오래 유지되는 업체들을 보면 전문성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끝으로 업계에서 오랜 기간 몸 담아온 선배의 입장으로 항공/여행업을 꿈꾸는 어린 후배 혹은 막 업계에 진출한 신입사원들에게 조언한다면.

▲무엇보다 당신들의 직업 선택은 훌륭하다. 21세기 최고의 산업은 서비스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직종이 항공·관광·여행업이다. ‘사람이 움직이면 곧 여행이다’는 말마따나 한 번도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 업계가 진화된다면 유통방식이 변화는 것일 뿐 그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전문지식을 갖추길 바란다. 전문지식은 가만있으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만큼 업계에 열정이 있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 일하는 건 삶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일만 해선 안 된다.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취미생활을 통해 삶의 균형을 맞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