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9호]2016-08-12 16:02

“여행사만 모르는 여행객들의 동남아 여행”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인기 목적지가 대부분 자유여행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여행사들이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수의 자유여행객들이 온라인 카페나 OTA를 통해 직접 여행을 준비하는 것.
대대적인 여행사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자유여행지로 소문난 방콕 카오산로드.
<사전출처=여행정보신문DB>






단순 항공+호텔 조합 에어텔로는 승산 없어
온라인 커뮤니티 가격 + 맞춤상품 경쟁력
 

 
동남아 시장의 FIT 편중이 심화되고 있지만 여행사들은 여전히 여행객들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행객들의 구미를 당길 만큼의 가격 경쟁력이 없고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다보니 여행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여행객들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고성장을 이루는 동남아 여행시장과 달리 울상 짓는 여행사들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다.
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반 박자 느린 여행사

국내여행객들의 자유여행이 본격화 돼서야 여행사들은 부랴부랴 자유여행(FIT)팀을 신설했고 상품 카테고리에 에어텔, 자유여행 상품을 추가했다. 그러나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에어텔 상품은 반 패키지 성격을 띠다 보니 여행객들의 외면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에어텔 상품은 항공과 호텔만을 조합한 상품이다. 문제는 항공과 호텔 모두 단체 블록을 받았기 때문에 일정변경이나 옵션 추가 등이 거의 불가피하다. 또한 여행객들은 항공이나 호텔을 따로 선택해 조합할 수 없다. 이미 항공과 호텔이 조합된 상품으로 구성되다 보니 소비자 선택의 폭은 상당히 좁다.

에어텔로는 돌아선 여행객들의 환심을 사기엔 역부족임을 실감한 여행사들은 요사이 현지투어, 교통패스, 입장권/티켓을 비롯한 실시간 항공/호텔 예약 엔진을 통한 단품 및 단품 결합 판매에 주력, 고군분투 중이다.

동남아 상품 기획전 또한 현지 다양한 호텔들을 옵션으로 내걸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특전으로 호핑투어, 현지 쇼 관람, 마사지, 교통패스 등을 무료 제공하는 형태나 상품 판매가 수월치 못하다. 여행사 자유여행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부 호핑투어를 로컬 업체에서 구매할 경우 $30인데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45~50 사이로 책정돼 있다. 여행사가 로컬 업체와 직계약을 통해 가격을 낮추더라도 로컬 업체에 지불해야 할 커미션과 판매에 따른 이익금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행사 < OTA < 온라인 커뮤니티

여행사와 여행객 간 구보를 달리했던 몇 년 사이 여행객들의 갈증을 해결해 준 곳은 해외 OTA 업체들이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부킹닷컴 등 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OTA 업계가 한국어 사이트를 속속 론칭했고 익스피디아와 씨트립, 취날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은 한국지사를 설립해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은 ‘동남아 여행=FIT’로 이미지를 굳혔다. 비행시간이 짧은 동남아 구간에 저비용항공사들의 취항 노선이 확대되고 여행사 판매 대비 직판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OTA 업계는 동반 성장을 일궜다. 그러나 해외 OTA와 국내여행객 간 언어적 한계와 환불, 취소 등 구매과정에서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여행객들은 다른 판로를 모색하게 됐다.

여행사와 OTA는 모객을 온라인 커뮤니티 채널들에 뺏기기 시작한 것.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여행’을 검색하면 85,407건의 카페가 등장한다. ‘여행자커뮤니티 태사랑’은 이미 유명한 태국여행 온라인 카페로 8월 10일 기준 회원수 193,642명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날 동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은 총 203,645건 중 266건으로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호텔, 현지 입장권 및 스파 등의 여행 견적 등을 묻는 질문과 답글이 상당수다. ‘여행 견적’으로 검색하면 필리핀, 몰디브, 발리, 보라카이 등 여름시즌 인기 휴양지와 허니문 목적지 등에 대한 글들이 많다. ‘여행 견적’으로 게시된 네이버 카페 글은 대략 217,235건으로 미주, 유럽과 함께 동남아 지역이 대부분이다.

여행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쏠리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요구들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다. 항공만 구매하거나 항공을 제외한 호텔과 옵션투어만 구매하는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대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 여기에 게시글을 올린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답글을 달아주는 소통 또한 인기 요인이다. 빠른 피드백과 함께 소비자들의 이용후기가 신뢰도를 구축하는 셈이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들 중 다수는 불법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을 메인에 내걸은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통신판매사업자 및 일반 여행업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들이 많아 여행객들이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상당하지만 가격과 맞춤 상품 판매라는 이점 탓에 여행객들의 방문이 줄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