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9호]2016-08-12 15:5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권초롱 취재부 기자





“회사 가는 게 즐거운 직장인이 있다?”
 
 

“회사에서 실적 압박이 더 심해졌다. 실적이 떨어지거나 업무 보고 중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전 직원이 다 보는 앞에서 면박을 주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욕을 한다.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용이 된 느낌이다.”


폭염으로 불쾌지수가 상당한 요사이 만난 취재원들의 하소연은 동일하다. 기자 또래 혹은 기자와 같은 근속연수의 취재원들에겐 너무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처음에야 놀랐지만 기자 또한 이제는 ‘업계가 다 어렵다보니 직원들만 쪼아대는 구나’란 생각과 “다 그렇더라고요.”라는 자동식 응대가 나온다.


사실 기자 또한 직장인이지만 한편으론 업계 간부, 경영자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여름 대목에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보니 응당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기자가 며칠 새 실적압박에 시달리면서 휴가 또한 미루고 있는 여행업계에 정말 필요한 것은 소위 ‘쪼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줘야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 데에는 우연찮게 접한 허브 씨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우리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 주시고, 추수감사절에 직접 선물을 주시며, 보스가 아닌 우리의 친구가 돼 주신 것에 1만 6,000명 임직원이 허브 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994년 미국 ‘경영자의 날’에 맞춰 유에스투데이 신문사에 게재된 전면 광고다. 광고의 주인공은 당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경영자 허브 갤러허. 그는 ‘미국에서 가장 웃기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다른 기업들이 주장하는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말은 틀렸다. 기내에서 폭음을 하거나 직원을 괴롭히는 불량 고객은 과감하게 내쫓아라.” 그의 경영 철학은 그러므로 ‘직장은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것.



허브 씨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FUN 경영’을 보여준 독보적인 인물이다. 회사 오찬 자리에서 앨비스 프레슬리 복장으로 나타나 임직원들에게 재미를 주는가 하면 출근길에 토끼 분장을 하고 나타나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도 선보인다.



그의 경영철학은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가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재미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때문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0년 넘게 평균 주가 1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 46분기 연속 흑자 달성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다른 대형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했을 때도 단 한 명의 인력도 감축하지 않은 기업이다.
허브 씨의 경영 철학과 경영 방침이 미담으로만 전해지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