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8호]2016-08-08 09:31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여행은 십억만 분의 일과 마주하는 경험”
 


 
동북아시아에서도 땅덩이가 가장 작은 한국, 그곳에서도 서울의 작은 동네에 살고 있는 기자가 비행기로 약 8시간, 다시 차로 5시간을 가야하는 자이푸르에서 마침 작은 구멍가게의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있던 아저씨를 실수로 찍을 가능성은 몇 퍼센트일까?


대체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이 사진 한 장에 새삼 여행의 위대함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행위는 어마어마한 우연을 연속적으로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먹었던 이름 모를 디저트가, 호텔 벨보이와 나눴던 따뜻한 눈인사가 그토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인도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 또한 그렇다. 필연적으로 만든 상황보다 우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마술쇼로 구걸하던 여자아이가 내 코를 마술도구로 이용했을 때에도, 시크교 사원에서 얼빠진 채 서있던 기자의 머리를 콩 때리며 장난을 걸었던 아저씨의 행동도 기분이 나쁘긴 커녕 즐거웠다. 아니 오히려 특별해진 기분이 들었다.



단지 아이의 손길이 내 코에 닿았고 아저씨의 손등이 내 정수리를 쓰다듬고 지났을 뿐인데 스틸 컷 같던 순간들이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변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분 좋은 우연들이 인도에 대한 기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2016년 7월 인도,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