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7호]2014-05-30 10:53

여행업계 상품·광고 베끼기 관행 심해

 

 

전문사 기획 상품 대형사가 이름과 가격만 바꿔

광고·브랜딩 앞장서 시도하면 오히려 손해

 

세월호 참사로 모객이 주춤했던 4,5월을 넘어 7,8월 예약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여행사마다 그동안 자제해 왔던 마케팅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저가상품과 함께 여행업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베끼기’ 논란이 심화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결과 대형사들이 전문사 및 중소형 여행사의 기획 상품을 가격만 내려 똑같이 출시하거나 경쟁사가 이미 활용하고 있는 광고 카피를 고스란히 본사 광고에 활용하는 등 업체 간 베끼기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을 요구한 A사 대표에 따르면 “렌터카를 통한 허니문 자유여행상품을 출시하고자 항공사에 지원을 요구했는데 영향력이 떨어지다 보니 특가를 받을 수 없었다. 판매를 위해 제휴처를 찾는 등 홀로 동분서주했는데 얼마 뒤 대형사 한 곳이 우리와 똑같은 상품을 벌써 홈페이지 메인에 게재했더라. 지역과 테마가 너무 유사했고 결정적으로 도움을 요했던 항공사와 협업하고 있었다”며 “대형사가 전문사나 현지 랜드의 상품을 팔아준다는 명목으로 가져가는 게 당연한 것이 됐다. 항공사조차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대형사에 우선 말한다. 우리가 먼저 개발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창구조차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여행사 간 상품 유사성은 박리다매 전략을 위주로 여행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관광지와 일정 그리고 숙박 장소까지 동일한 한국여행시장의 특성 상 명확히 따질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리조트나 항공사, 현지로부터 도움을 받아 블록형태로 상품을 구성하고 단가를 현저히 낮추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부분이 크게 차별화 될 수 없는 탓이다. A사의 제보처럼 더 심각한 것은 문제를 직감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할 때 시시비비를 가려줄 수 있는 단체나 협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가 많고 네트워크로 가격을 협의해야 하는 시장 구조 상 직접 개발한 상품에 대한 정확한 보호와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가 업계에서는 통용되지 못하고 있다.

광고 카피 및 브랜딩 유사성 역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중견 여행사가 직간판, 중간대리점, 1등 여행사 등의 카피 문구를 제 멋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먼저 나서서 광고를 시도하거나 홍보한 업체들은 십중팔구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휴가철을 겨냥한 여행사들의 일간지 5단 광고 집행이 배로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여행사가 이미 인기를 끌었거나 경쟁사가 사용하고 있는 광고 카피를 버젓이 본사 상품 광고에 결합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인터파크투어가 지면 광고에서 수수료 없는 중간대리점을 메인 카피로 내세웠다는 점은 전략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