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72호]2008-08-01 11:11

[현지취재] 홍콩 -‘새로움’과 ‘다름’을 찾아서

‘새로움’과 ‘다름’을 찾아서


여행을 꿈꾸고 즐기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책상 앞에 앉아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는 요즘에도 가방을 꾸리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 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언가를 찾아 길을 떠난 이들에게 눈에 익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간판은 실망으로 다가온다. ‘새로움’ 혹은 ‘다름’을 찾아 온 길에서 ‘같음’ 혹은 ‘익숙함’ 만을 만난다면 큰맘 먹고 떠난 여행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짧은 여행을 통해 특정 국가 및 지역 등만의 고유한 문화를 발견하고 이를 경험하겠다는 생각이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몇 년간 머물며 현지인들의 삶속에 동화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다만 충분한 사전 조사와 현지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 곳의 삶을 잠시 느껴 볼 뿐이다.

홍콩=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홍콩관광진흥청 한국사무소 www.discoverhongkong.com/kor / 02)778-4514.


타고난 게으름은 홍콩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고소한 빵과 달콤한 주스보다는 아침잠이 훨씬 ‘꿀맛’ 같은 기자에게 오전 8시 스케줄은 기쁨보다는 부담이자 괴로움이었다. 게다가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팔다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말에 침대를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단체에 누를 끼칠 수는 없기에 한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사추이로 향하는 2층 버스에 올랐다.

 

침사추이는 전날 화려했던 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아침풍경을 선사했다. 뜨거운 태양이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경이로운 장면이 연출되진 않았지만 안개가 자욱한 빌딩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를 보며 어느덧 이제 곧 경험할 ‘타이치(Tha Chi)’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타이치’

전통 복장을 차려 입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이날 우리 일행에게 타이치를 가르쳐 주신 분은 ‘윌리엄 응(William Ng)’씨로 홍콩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응 할아버지에게 타이치를 배웠다고 한다.

우선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바다를 바라보며 기마자세를 취했다. 이어 천천히 숨을 들이고 내쉬며 몸과 마음을 차분히 했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을 보고 천천히 따라하면 된다. 타이치는 배우 이연걸이 영화 속에서 종종 보여줬던 무술과 같은 종류의 무예이다. 다만 우리가 이날 체험한 타이치는 무술보다는 체조에 가까운 느낌으로 노약자와 여성들도 큰 무리 없이 따라할 수 있다.

동양 무술의 신비로운 힘을 느껴보겠다는 처음 기대와는 달랐다. 매우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데 혈기왕성한 20대에게는 조금 심심했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연장자와 여성분들을 의식해 이를 악물었지만 흐르는 땀과 흔들리는 다리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지만 온 몸의 근육은 물론 마음까지 집중해야만 했다. 1시간에 가까운 체험교실이 끝났을 때 옷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숨은 턱 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몸과 마음 모두 상쾌해 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홍콩인들은 보통 해뜨기 전 공원이나 공터에 모여 타이치로 아침을 연다고 한다. 타이치는 그만큼 건강운동으로 대중화돼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타이치를 통해 홍콩인들의 부지런함과 느림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몸으로 쓰는 붓글씨

태극권으로 잘 알려진 타이치는 12세기 중국에서 창시된 무예로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이기고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압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유연하고 완만한 동작을 통해 온 몸에 기(氣)를 순환시키고 오장육보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치는 마치 허공에 몸으로 붓글씨를 쓰는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 몸 구석구석 굳어 있는 뼈와 근육을 풀어 기혈을 원활하게 하는 무예이다.

무엇보다 하체근력을 강화하는데 탁월하며 체중을 이동시키는 동작이 연속돼 유산소운동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타이치는 육체 강화는 물론 정신력도 강화해 준다.

물 흐르듯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동작을 따라 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손끝과 발끝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어느덧 일상의 스트레스는 날아가 버린다.

[타이치 무료 강습]

장소

침사추이 홍콩예술박물관 앞

하코트(Harcourt) 공원

요일

월/수/목/금

시간

오전 8시~9시

오전 8시~9시

인원

40명

40명

문의

홍콩관광진흥청 안내센터 852)2508-1234.

현장 등록 가능


갈증과 더부룩함에는 밀크티!

6월 홍콩은 덥고 습하다. 더위 탓인지 입맛도 몸 상태도 좋지만은 않았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고 해산물이 풍부해 음식 맛은 훌륭했지만 식후 더부룩함은 피할 수 없었다. 이가 시릴 만큼 차가운 탄산음료를 절실히 원했는데 가이드는 뜨거운 ‘밀크티(Milk Tea)’를 연신 권했다. 밀크티를 뜨거운 우유정도로 알고 들이킨 순간 뭔지 모를 이상한 맛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그나마 차가운 밀크티는 얼음 덕분에 어느정도의 갈증은 해소시키는듯 했다.

신기한것은 탄산음료를 부르짖던 기자가 여행 이틀째에 접어들며 서슴없이 밀크티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뜨거운 밀크티를 연신 들이켰다. 가이드가 그토록 강력하게 추천했던 이유를 조금씩 몸으로 학습해 나가고 있었다. 덥고 습한 날씨로 지친 몸에는 찬 음료보다는 밀크티가 제격이다. 마시는 순간은 덥지만 차를 한잔 비우고 나면 놀랍게도 청량감이 찾아왔다. 여기에 기름진 음식으로 불편해진 속도 편안하게 진정시켜준다. 홍콩 사람들이 밀크티를 즐겨 마시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5일간의 길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비교적 빨리 밀크티의 효능을 깨달아 다행이었다. 이 후에는 홍콩의 날씨와 기름진 음식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밀크티를 즐겨 마시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홍콩 요리는 기름기가 많아 차(茶)는 필수품이다. 홍콩에서는 만두나 튀김 같이 기름진 음식과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를 ‘얌차’라고 한다. 여기에 영국 문화의 영향탓에 홍콩만의 독특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문화가 만들어 졌다. 홍콩에서는 호텔에서 뿐만 아니라 골목골목 자리한 찻집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