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6호]2016-12-16 13:57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뉴욕 맛 집이요? 순두부!”
 

해외출장(여행)이 길어질수록 입에서는 단내가 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현지 음식이 잘 맞고 글로벌한 입맛의 소유자라고 잘난 척을 해도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면 결국 김치, 마늘, 고추장, 된장이 그리워진다.

슬퍼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전혀 없다. 이미 몇 세기 전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조상님들의 DNA가 피와 뼈에 알알이 새겨져 있으니 아닌 척 하고 버티는 것도 열흘 남짓이다.


뉴욕의 물가는 듣던 대로 무서웠다. 생수 한 병에 2,000원이 넘고 제대로 된 식사라도 할라치면 팁 포함해서 100달러는 금방 없어졌다. 그렇다고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빵도 먹고 피자도 먹고 샐러드도 먹고 고기도 먹고 발에 채일 것처럼 많은 스시 집에서 생선회와 우동도 먹었다. 맛있고 배가 불렀지만, 이상하게도 배가 든든하지는 않았다.


여행 중반쯤 친한 선배의 조언을 받아 뉴욕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익숙한 간판 더 익숙한 메뉴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공깃밥 두 그릇과 김치 포함 반찬들을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서야 드디어 허했던 배가 든든해졌다. 그때부터 뉴욕 간다는 사람들에게는 필히 추천하고 있다. 맛 집은 순두부 집이야!
<2016년 9월 뉴욕 맨하튼 한인타운, 아이폰 6s>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