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8호]2014-06-13 13:31

Best Traveler(120) 백현 롯데관광개발 부사장/관광학 박사/경희대 대학원 겸임 교수

“대한민국 크루즈산업은 지금도 성장 중입니다”

국내 크루즈 개발 등 자체 상품 개발 기회 필요

한국-북한-러시아-일본 잇는 크루즈 탄생할 것

   

모 크루즈 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 크루즈를 경험해본 사람은 고작 0.08%에 불과하다. 누구나 해외여행을 계획하지만 크루즈여행은 여전히 낯설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급 마켓이 주 타깃이라는 점과 대부분 외국 선사이기 때문에 외국어에 능숙해야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을 기항하는 외국 크루즈가 늘어나긴 했지만 크루즈를 익숙하게 느끼는 여행자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롯데관광은 5년 전부터 이탈리아 국적의 코스타 크루즈 전세선을 띄우고 있다. 영어가 미숙해도 엄청난 갑부가 아니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의 수준 높은 서비스와 편안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5년. 롯데관광의 크루즈 사업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매 년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과 사건, 사고로 위기에 처했지만 매 순간 극복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백현 부사장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취재협조 및 문의=롯데관광개발(www.lottetour.com/1577-3000)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국내 여행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대형 크루즈 전세선을 운영하고 있다. 크루즈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는가.

▲내가 크루즈 사업을 하는 것은 두 가지 미션 때문이다. 하나는 직판여행사 ‘롯데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가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2018년도까지 1,800만 명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1,800만 명은 결코 작은 목표치가 아니다. 지금 국내를 찾는 외국관광객 수는 연간 1,100만 명이다. 개인적으로는 4년 내에 비행기만을 이용해 1,800만 명 이상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반도국가인 이탈리아처럼 크루즈를 이용해 외국관광객을 유치시켜야 한다. 크루즈를 이용해 연 300만 명 정도의 외국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1,800만 명 달성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여행업 종사자로서 모든 여행사들이 비행기로 모항까지 이동해 크루즈를 타는 플라이트 크루즈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크루즈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여행업 종사자로서 가져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크루즈를 타거나 외국관광객들이 비행기 타고 우리나라에 와서 연안크루즈를 즐기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을 때 비로소 외국관광객 1,800만명 이상 유치의 목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첫 전세선을 띄우던 때를 기억하는가. 첫 시도인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 2008년, 2009년도에 지중해 크루즈 상품을 한 달 동안 1,200명에게 팔았다. 사실 더 보낼 수도 있었는데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못 보냈다. 한 번에 300명씩 보낸다고 하면 비행기 300석짜리를 100석씩 채워서 보내니까 좌석이 모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 전세선을 해보자 해서 2010년에 전세선을 띄웠다. 당연히 국내에는 크루즈 인프라가 없었고 나는 수많은 장애물을 스스로 뛰어 넘어야 됐었다.

처음으로 전세선을 띄울 때는 지금처럼 7만 톤급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아니라 5만 톤급 코스타 클래시카호였다. 코스타와 전세선 계약을 맺고 인천항에 배를 정박시키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부딪혔다.
알다시피 인천항 부두는 도크식이다. 도크 길이가 300m고 폭이 32.5m다. 그런데 클래시카호 폭이 31.5m로 좁은 폭으로 인해 도크를 통한 접안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되었다.

-배 정박시킬 곳도 마땅찮았는데 어떻게 5년 연속 전세선을 운영했는지.

▲그 동안 이야기를 하자면 사연이 길다. 먼저 첫 전세선을 그렇게 진행한 후에 2011년에도 전세선을 띄우게 됐다. 5월이 출항이었는데 3월10일까지 모객률이 80%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웬걸 일본에 쓰나미가 덮쳤단다. 거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터지면서 80%의 모객률이 취소율로 돌변했다. 취소율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일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본을 기항하던 노선에서 상해, 인천, 제주 노선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손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코스타 측과 협상을 시도했다. 바뀐 스케줄에 맞춰서 반은 중국에, 반은 한국에 판매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마무리 한 것이 2011년도다.

그리고 2012년도가 됐다. 이때부터 7만 톤짜리 코스타 빅토리아호를 띄우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7만 톤짜리 배를 정박시킬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브리핑까지 했다. ‘크루즈선이 정박할 곳이 있어야 중국, 일본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오는데 당장 배 정박시킬 곳이 없다’고.

특히 나는 인천항 북항에 주목했는데 북항은 원래 민자부두다. 30년간 임차한 후 나라에 반납하게 돼 있는데 이 북항을 일 년간 임차할 경우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데 돈이 부족하면 정부에서 보조금도 대준다. 나는 국토부에 보조금 대주지 말고 차라리 외국 배를 받으라고 말했고 비로소 북항을 빌리게 됐다. 물론 북항을 임차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북항 이용을 위해서는 7군데의 허가를 받아야 되었지만 어려운 가운데 입항허가를 받게 되었다.

2012년에는 여수 엑스포가 개최된 해다. 당시 여수엑스포측은 여수에 크루즈를 정박시키기 위해 크루즈항 건설에 3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크루즈가 들어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었다.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국제크루즈선 유치 전담사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2013년에는 인천 북항을 모항으로 전세선을 진행했고 올해는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단 한순간도 편하게 일한 적이 없다. 사연도 많고 손해도 많이 입었지만 크루즈 사업은 계속 할 예정이다.
 

 

-국내 크루즈 산업 발전을 위해 준비중인 인프라가 무엇인가.

▲5년 전부터 제주에 크루즈가 들어오면 크루즈 인프라 조성을 위해 도의원이나 공무원, 도지사들을 초대해 크루즈 투자를 요구했다. 덕분에 현재 제주도는 대부분의 크루즈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이다. 2016년도에는 강정항 건설이 완공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제주항을 포함해 15만 톤짜리 배를 수용할 수 있는 부두 두 개가 동시에 개방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통령 앞에서 크루즈에 대해 발표했다. 그 때 내용이 강원도 속초를 개발해 제 2의 지중해 크루즈 코스로 만들자는 거였다. 앞으로 대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북한의 개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하면서 준비하려한다. 남북 긴장완화에 크루즈 여행이 기여하는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되면 강원도 속초에서 원산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에서 홋카이도, 아오모리로 가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속초항 공사는 올해 시작해 2016년 말이면 끝날 예정이다. 또한 지난 2012년 착공한 8만 톤급도 정박 가능한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이 오는 8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맞춰 임시개장하고 2016년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2016년을 기점으로 동해, 서해, 남해에 크루즈 인프라 조성이 완료될 것 같다.
 

 

- 참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크루즈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크루즈사업본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어 감사하다. 우리도 크루즈 사업을 위해 5년간 투자를 많이 했지만 크루즈 팀이 열심히 해서 많은 손해를 보진 않았다. 단지 수익을 내야 하는데 못 냈고, 열심히 한 것에 비해 보상이 작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국가와 외국인 인바운드 성장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크루즈를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크루즈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아져야 크루즈 발전이 있고 국가 발전이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