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17호]2013-10-04 11:26

당일 출발 가능? 내 맘대로 상품 취소 OK라고?

법무부 민법 개정 앞두고 여행업계 ‘시끌시끌’

여행상품 특성 무시한 행정, 시장 의견 수렴해야

법무부(장관 황교안)가 지난달 30일, ‘국민이 행복한 법령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여행계약 신설, 보증인 보호강화, 친권의 일시정지 및 제한제도 도입 등이 포함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가운데 새로운 법 개정에 여행자 보호를 목표로 하는 ‘여행계약’관련, 업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법무부는 “2012년 기준 해외여행자가 1,300만명에 달하는 등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여행사별로 통일되지 않은 약관, 여행사의 계약 취소거부, 일방적 계약 내용 변경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 배상 책임이 분명 존재하는데, 일부 언론과 미디어에서 소비자 마음대로 무조건 상품 계약을 취소해도 가능하다는 식의 일방적인 보도를 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입법예고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민법에 ‘여행계약’을 신설해 여행자는 여행 출발 전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여행의 내용이 계약내용과 차이가 있는 등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사에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반응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여행상품의 구조나 특성을 무시하고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기본적으로 현재도 자유로운 여행상품 비교 검색 및 구매 그리고 취소가 가능하다. 또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은 출발 직전 취소처럼 여행사에 피해를 입힌 경우에 한해서 진행된다. 전세기 혹은 특정 연휴에 출시하는 단독상품 같은 경우 선납 구조인 탓에 고객들의 잦은 취소와 예약 반복은 피해가 더욱 막심하다.

최근에는 여행상품의 계약 내용이 실제 일정 진행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일부 블랙컨슈머에 대비하고자 현지 일정 진행 중 변동 가능성과 추가 상황도 담당 직원들이 사전에 고객에게 모두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소비자의 고유한 특성 탓에 천재지변이나 항공사의 문제로 인한 여행 지연과 취소에도 여행사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불건전 업체의 쇼핑 강요와 저가 상품 판매를 전체인양 확대 해석해 법률안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측은 “법 개정안 공고가 나가고 온라인 언론과 TV방송에서 여행계약 취소에 대한 부분만을 확대 해석해 보도하고 있다. 소비자 맘대로 상품 계약을 취소해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는 탓에 소비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됐다”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현행 기준 소비자가 국외여행 계약을 취소하면 여행요금의 10% 이상을 위약금으로 부담하는데, 여행 개시 30일 전까지는 소비자가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초 예정했던 여행 일정 중 소비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이행하지 못한 일정이 있었을 경우 사업자는 그에 해당되는 금액을 소비자에게 환불해 주도록 했다. 이 밖에 현행 기준상 항공기의 운항지연 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운임의 20%를 일률적으로 배상하는데 향후 12시간을 초과하는 지연에 대해서는 지연 구간 운임의 30%를 배상하도록 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오는 22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은 유선(044-200-4409), 팩스(044-200-4475), 우편,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가능하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