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1호]2016-11-14 09:27

연말 송년회 예년보다 크게 감소
부서별 회식비 지원, 소규모 점심 등 풍경 변해

김영란 법 한 몫, 경기 위축에 지갑 졸라매기
 
 
이르면 11월 중순 부터 12월 말까지, 시청과 무교동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술 취한 넥타이 부대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경기 위축과 달라진 시대상이 만들어 낸 풍경으로 시끌벅적한 송년 모임이나 대규모 호텔 행사는 점차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연말 여행업계 송년 행사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취재 결과 한 해를 정리하는 항공사와 주한외국관광청들의 ‘감사의 밤’행사는 올해 대부분 열리지 않는다. 경기 상황이 어둡고 내년 전망 또한 밝지 않은 가운데 화려하게 먹고 마시는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나 관광청들은 팀 별 회식비를 지원하거나 소규모로 점심을 먹거나 우수 사원(여행사)을 시상하는 형태로 연말 행사를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신년에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세미나 내지는 기자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관광청들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송년회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관광청 소장은 “사실 송년회가 큰 목표나 의식을 갖고 열리는 행사는 아니지 않나. 그저 한 해 동안 감사했다는 마음을 전하고 밥 한 번 같이 먹기 위함인데 요즘 들어서는 이러한 의미조차 퇴색된 것 같다”며 “사대문 안에 자리한 호텔에서 100명 정도 규모의 행사를 치를 경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물론 기업 역시 경기 둔화와 함께 점점 더 실속 있는 소비를 원한다는 점에서 호텔 행사는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전했다.

B항공사 영업실무진은 “전체적인 송년회 보다는 친한 지역 팀장들과 모여 저녁 회식을 몇 차례 하기로 했다. 회식 비용은 당연히 회사에서 해결한다”며 “내부적으로 프로그램 기획이 너무 귀찮다는 직원들 의견이 많았다. 중간에 게임이나 이벤트를 위해 전문 MC를 초청하는 것도 버겁고. 자체적으로 큰 이슈가 없는 한 외부 행사는 줄이자는 데 모두들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영란 법 시행에 따른 영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뉴 선정이나 기자 포함 여부, 경품 증정 등 여러 가지 세부 사항이 예년보다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 더불어 업무 외 시간을 할애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젊은 실무진들이 늘어나 큰 기업이 아닐 경우 행사 참석률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송년회에 참석해야 하는 여행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오히려 개인 시간을 뺏기지 않고 점심시간을 활용한 식사나 오후 티타임을 통해 인사를 나누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답이 많았다. 그러나 아쉽다는 입장을 표하는 임원들도 많아 양분화 되는 업계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키지 여행사 한 부서장은 “업무의 연속인데 귀찮다는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진탕 먹고 취하는 문화는 벌써 오래전에 사라졌다. 개인 업무만 끝내고 각자 퇴근하고 싶어 하는 신입/중간급 사원들이 늘어나는 것이 원인”이라며 “관광청이나 항공사가 겉으로는 비용과 효율성을 따지지만 그 속을 보면 결국 친한 사람들, 그러니까 실적이 높은 대형사 위주로 모이고 싶다는 속셈 일 뿐”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