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65호]2008-06-13 10:56

독일 뮌헨(下) "순간을 즐기다, 영원을 마주치다"

[글 싣는 순서]

소박한 뮌헨 시내의 풍경(上)
●풍요로운 자연과 사람의 만남(下)   

                                                             산 하늘 바람 자연이 그려내는 비경

뮌헨 시내 곳곳에서 정겨운 풍경과 사람, 그리고 진한 흑맥주 한 잔에 한껏 취할 때 쯤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공간을 달려 보기로 했다. 어느 여행지를 가나 활기차고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시내는 그곳의 현지 문화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반면 푸른 하늘이나 높은 산, 녹색 바다 같은 무형의 자연에는 감흥을 느낄지언정 사진처럼 뚜렷한 기억은 재생되지 않는다.

고백하건데 이러한 단점을 뒤로 하고 뮌헨의 자연 경관에는 가슴을 꾹꾹 눌러 담는 신비한 마력이 존재했다. 그것이 4일간의 여행 기간 중 단 하루도 빛을 허락하지 않은 우울한 하늘 탓인지는 몰라도 안개 낀 산과 먹먹하고 짙은 구름, 눈을 시리게 하는 차가운 공기 등은 그 자체로 분명 기억에 남을만한 멋스러운 이미지였다.

뮌헨 도심부를 벗어나 바바리아(Bavaria)주의 위편으로 올라가는 차량에 몸을 맡긴 지 한 시간 반 쯤, 바바리안의 전통 지역으로 꼽히는 바톨즈(Bad Tolz)에 도착했다. 원래 도시 앞에 ‘Bad’가 붙으면 온천이라는 독일 친구의 설명에 따라 노인들이 찾는 수술 재활센터나 뜨거운 스파를 기대했던 기자에게는 도착과 동시에 낯선 냄새를 풍겼다.

약 7만여명의 적은 인구가 카톨릭을 주된 신앙으로 믿으며 살아가는 이 지역은 오래전 뮌헨까지 맥주를 운반하던 곳으로 총 22개의 양조장이 자리해 있었으나 현재는 한 개의 양조장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나무를 가지고 모든 건물을 지은 탓에 15세기 중반 대규모 화제로 피해를 입었으며 후에 석회암 형태의 돌과 목조를 이용, 현재의 형태를 가진 마을로 재건축됐다.

건물들의 외벽에는 카톨릭 성향이 강한 성모마리아 풍의 그림이 조각돼 있으며 해마다 11월에는 옛 문화를 재현한 종교 행사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4주간의 마켓이 열려 다양한 여행객들의 방문을 받는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박물관과 아기자기한 상점, 성당, 안내소 등의 건축물은 역시 이곳도 관광지 일뿐 이라는 푸념이 들게 하지만, 바톨즈에는 특별히 눈에 차거나 인상이 강한 볼거리는 없다.

요란하고 화려한 자연, 인공 색소를 닮은 컬러풀한 풍경, 거기에 어울리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을 발견하는 일은 일정 중 한 번도 없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빛으로 환해진 거리의 모습이, 날이 궂은 날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색색의 가디건을 걸친 사람들만이 바톨즈를 표현하는 유일한 언어이자 도구였다.

독일에 거주했던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뮌헨은 스스로를 독일이 아니라 “우리는 바바리아”라고 외치고 다닐 만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독특한 지역이라고 회자된다. 그렇게 탄탄하고 강한 현지인들의 모습과 산뜻한 도시 뒤에는 사람의 손으로 억지로 꾸미지 않은 고즈넉한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있었다.

여행의 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찾은 작은 지역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원의 시간을 만난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독일 뮌헨=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  뮌헨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3-6430/대한항공 02)751-7810.



버드 맨 하우스 “이 집은 나 자신의 거울이다.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린 채 새들을 통해 하늘과 연결된다”

한스랑너
이름 그대로 ‘새’맨 을 만날 수 있는 곳.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유명 인물로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는 한스 랑그너와 그가 손수 꾸민 목조 가옥을 만날 수 있다.

2002년부터 이 곳에 둥지(?)를 튼 그는 사실 유명한 퍼포먼스 아티스트였다고. 작품 활동을 위해 홍콩에서 머물던 중 “당신은 버드맨이면서 왜 새를 그리지 않나요?”라는 한 관객의 질문이 새를 그리게 된 계기를 선사했고 4년 후 독일로 돌아온 후부터는 한 가지 작품에만 몰두, 지금의 집과 작품들을 보유하게 됐다.

버드맨 하우스는 총 2층으로 작은 부엌과 작업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방 안에는 새를 주제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깃털 옷, 퍼포먼스 도구, 전시물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으며 하우스 밖에는 푸른 나무들과 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잘 정돈된 화원 또는 작은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물론 사실 처음 새집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림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의 과자 집. 색다르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구하고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버드맨이 만든 작품들은 그릇이나 스티커 같은 물품으로 변환돼 웹사이트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 집은 원하는 사람에 한 해 오픈하지만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입구는 늘 잠겨 있다.

그는 우르르 몰려든 한국의 침입자들을 홀대하기는커녕 차와 빵, 친필 사인이 든 책을 선물하고 “희망을 갖고 인생을 살라”는 명언까지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