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60호]2008-05-09 11:05

[현지취재] 중국 상해(上海)-下 “중국 속의 작은 한국을 찾다”

한국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임시정부청사와 매정

짧았던 상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우리의 옛 자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와 홍구공원이다.

홍구공원은 공원의 이름보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더욱 유명하며 특히 상해를 찾는 한국관광객들의 일정 중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코스로 입지가 탄탄하다.

현지 가이드는 "이상하게도 한국 사람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홍구공원과 임시정부청사는 꼭 보고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장돼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잠잠한데 해외만 나오면 민족적 특수성이 강해지는 게 우리의 습성인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한다.

사실 눈여겨보지 않으면 화려한 대도시 상해에서 낡고 허름한 우리의 자취를 찾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한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정부청사는 철거 직전까지 갔던 전례가 있으며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 역시 왠지 모르게 허술하다.

만약 임시정부청사가 한국이 아닌 중국의 위대한 역사의 현장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낡은 상태로 입장료 몇 푼을 거두기위한 장소로만 사용됐을 지 수시로 마음이 울컥해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1919년 조선의 3월 만세운동 전후 보다 강력하고 조직적인 독립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의지 아래 7개의 임시정부가 세워졌다.

이어 같은 해 9월, 상해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 공화제 정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합되어 재탄생됐는데 초기에는 부처마다 각각 다른 청사를 썼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방문하고 있는 임시정부 청사는 1926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1932년 직후까지 사용된 곳이다.

매우 낡은 도로 옆에 위치해 있어 쉽게 존재를 찾을 수는 없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한국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 명소다.

골목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접수를 하고 안내에 따라 움직이며 관람 전 1층에서 짧은 비디오를 시청한다. 이후 청사 안이 상하지 않도록 신발에 비닐로 껍데기를 씌우고 2층과 3층의 전시관을 차례로 관람한다.

전시관 내에는 당시 쓰였던 가구, 서적,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며 사진 촬영은 금지. 건물 내에 작은 상점을 운영하여 청사 유지비를 마련하고 있는데, 우표, 악세사리, 장식품 등의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홍구공원(=노신공원)

중국인들의 아침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홍구공원이라는 옛 이름에서 지금은 노신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원래 홍구공원은 ‘아큐정전'으로 유명한 중국 문학가 ‘루쉰'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로 루쉰의 동상과 묘가 있으며, 공원 안에는 그의 활동과 업적을 소개한 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아침 일찍 공원을 방문하면 음악을 틀어놓고 명상과 더불어 기체조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공원 곳곳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젊은이들, 무예 실력을 겨루는 노인, 뜨개질에 열중인 할머니, 가면을 쓰고 신명나는 공연과 만담을 선보이는 사람들까지 연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혹자들은 중국의 아침이 예년과 달리 영어회화와 교통체증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 곳에서 느껴진 것은 중국의 아침이 변함없이 기체조와 명상으로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윤봉길 의사 생애사적 전시관 - 매정

윤봉길 의사의 의거 현장에 세운 기념관으로 그의 호 ‘매헌'을 따 ‘매정'이라 이름 붙였다. 홍구공원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 돈 15원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매정 안으로 들어가면 윤봉길 의사의 업적이 담긴 신문과 사진, 그의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소지품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으며 안내원의 한국어 설명에 따라 총 2층으로 구성된 매정을 둘러본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매정을 방문하는 한국관광객은 많으면 하루에 4백명 정도. 매정을 나오면, 바로 옆에 윤봉길 의사의 간단한 약력과 설명이 담긴 책자와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가 있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제의 천장절 행사장에 물통용 폭탄을 투척, 상해 일본 거류민 단장 가와바타, 파견군 사령관 시로카와 대장 등을 현장에서 즉사시켰다. 거사 직후 체포되어 일본 오사카로 압송됐으며 그 해 12월 19일 총살형으로 짧은 생을 마무리했다.

중국 상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대한항공 02)751-7194.


 

-두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에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가(맹가)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윤봉길 의사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