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61호]2008-05-16 15:16

[현지취재] 팔라완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시간이 만들어낸 걸작 지하강국립공원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푸린세사(Puerto Princesa)의 바힐(Bahile)지역에 위치한 지하강 국립공원(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은 지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필리핀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지하강 국립공원은 험준한 산악지형과 아름다운 백사장 그리고 어둠속에 감춰진 보물 동굴까지 갖춰 모험과 휴양이 공존하는 여행 목적지이다.

언제 어떻게 생성 됐는지 알 수 없는 장엄한 동굴을 그것도 배를 타고 탐험 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지하강 국립공원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국립공원 입구부터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져 있어 아스팔트로 잘 닦인 도로에 익숙한 우리에게 울렁거림과 허리통증을 안겨준다. 모험을 각오한 여행자들에게는 여러 추억가운데 하나 일수도 있겠지만 어린이와 여자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는 길임을 명심하자.

산악바이크를 대여해 험악한 산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하얀 피부’의 여행가들도 눈에 띄었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해 보인다. 길 중간 중간에 자리 잡은 간이 휴게소에서 필리핀 전통 간식거리를 먹어보는 재미도 잊지 말자.

어둠 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신비 동굴탐험

지하강국립공원에 자리한 동굴은 길이 8.2km, 높이는 최대 7m에 달한다. 동굴 탐험은 배를 이용해야만 가능하고 동굴 입구는 마치 거대한 공룡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지하강국립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으로 동굴 안에서는 사람의 손길을 일체 찾아 볼 수 없다. 관람객이 탑승하는 보트는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보트맨이 발로 밀고 노를 저어 관광객들을 암흑 속으로 안내한다. 옆 사람 조차 분간 할 수 없는 캄캄한 동굴에서는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된 랜턴 하나가 관광객과 보트맨의 유일한 눈이 된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동굴에 대한 보트맨의 자세한 설명이 시작된다. 성모마리아상을 비롯해 사자머리, 버섯, 양초, 말 그리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 등을 떠올릴 수 있는 갖가지 종유석을 볼 수 있다. 몇 백 년의 세월을 통해 형성된 종유석들과 바위에 새겨진 갖가지 무늬들은 보트맨의 재미난 설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뱃머리에 앉는 관광객은 보트맨의 지시에 따라 불빛의 방향을 적절히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 있는 사람이 앞자리에 앉아 랜턴을 드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

동굴 천장을 바라 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작은 점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그것들이 모두 박쥐였던 것. 동굴 탐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박쥐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떴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박쥐 군단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동굴 관람 박쥐들의 수면시간(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에 이뤄져 간혹 잠에서 깨어난 박쥐만 주의하면 된다.

동굴 전체의 길이는 8.2km이지만 탐험은 1.5~2km 정도만 이루어지며 시간은 25~30분가량 소요된다. 탐험 중 동굴 속에서 높이 7m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동굴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느끼게 된다.

보트맨은 배를 벽에 밀착시켜 관광객이 직접 종유석을 만져 볼 수 있게 배려했다. 배를 돌려 동굴 밖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가능한 빨리 동굴을 벗어나고 싶었고 저 멀리 작은 불빛을 발견 했을 때 “이제 살았구나”하고 안도했다.

숙련된 보트맨의 안내를 받고 구명조끼와 안전모 등의 안전장치를 갖춰 입어 만약의 사고에 대비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함과 공포는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모험과 휴양이 공존하는 그 곳 사방국립공원

지하강국립공원에는 동굴 탐험 이외에도 여러 즐길 거리가 여행객을 기다린다. 동굴 탐험을 마치고 나무 그늘에 앉아 식사를 즐기다 보면 도마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도마뱀(길이 약 1.5m)과 먹을 것을 달라며 주위를 맴도는 원숭이도 만날 수 있다. 국립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공원이 가진 자연환경 자체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울창한 산림과 깎아지는 절벽 그리고 하얀 모래의 아름다운 해변까지 국립공원을 채우고 있는 자연 하나하나가 볼거리이다. 이밖에도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지프니’, ‘트라이시클’, ‘방카보트’ 등은 이동수단임과 동시에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 온다. 특히 요란한 경운기 소리를 내며 바다를 가르는 방카보트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지프니와 트라이시클은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하진 않지만 코끝을 자극하는 휘발유 냄새와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어 한 번 타볼만 하다.

필리핀 팔라완 지하강국립공원=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

02)796-7387 / www.wowphilippines.or.kr


[지하강국립공원 동굴 탐험]

 

●위치 : 푸에르또 프린세사 북서쪽 사방비치에서 5.3Km 정도 이동(보트로 약 20분 소요).

●운영시간 : AM 08:00 - PM 05:00

●요금 : 동굴 입장료 2백페소(한화 약 5천원)

           방카보트 대여료 약 6백페소(한화 약 1만5천원)

●주의 : 한국어 표지판 및 안내 없음

●참고 : 모자 및 햇빛 차단 크림과 슬리퍼 등을 챙기면 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