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2호]2016-11-21 09:35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무엇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가”


 

작금의 현실을 표현하자면 조금 과격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견(犬)판’이 따로 없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건지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몇 년을 되돌아봤을 때 이 나라는 국민들에게 조금도 희망적이지 못했다. 자립을 하지 못하는 청년층, 자식과 부모의 부양 그리고 노후 대책이라는 삼중고를 짊어진 중년층, 바닥수준의 노인 복지로 사회에서 소외, 방치돼버린 노년층까지. 최근에는 ‘돈도 능력’이라고 외치는 자의 말도 안 되는 명문대 프리패스로 10대들에게까지 엄청난 좌절감을 안겼다.

요즘 취재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인생은 원래 한치 앞을 모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내일을 기대하면 살아간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는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불안하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희망을 찾기보다 막연한 불안감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앞으로의 인생이 지금보다 특별히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일수록 요구하는 것은 많아지는데 설자리는 좁아진다는 불안감, 지금의 현실이 못 견디게 힘들어도 이게 아니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무력감이 업계 관계자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청년층이거나 중년층이다. 일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살아나갈 인생을 고민스러워한다.

곧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많은 기업들이 더 나은 내년을 위해 사업계획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은근슬쩍 내년 계획을 물어보면 새로운 시도나 도전 보다는 그저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한다. 내실을 다진다는 것, 결코 지금의 내부사정이 허술하고 부실해서만은 아닐 테다. 마땅히 도전해서 쟁취할 이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져주지 못하는데 하물며 기업과 일이 인생을 책임져줄리 만무하다. 오직 스스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인 현대인들에게 일개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게다가 과거에 몸 바쳐 일한 윗세대들이 힘없이 튕겨져 나가는 것을 봐버린 요즘 직장인들은 의지를 다질 명분이 없다.

여행업계는 아니 대한민국은 이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무력감에 빠진 이 사회와 각자의 인생을 다시 건져내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본인이 차지한 자리와 위치에 연연해하지 않고 주어진 것에 올바른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최순실을 욕하는 또 다른 최순실이 되지 않기를 스스로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