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9호]2016-10-31 09:36

[칼럼] 전재훈 사단법인 할랄협회 이사 겸 이드코리아 대표



“무슬림 인바운드 의료관광을 바라보며”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국가 의료브랜드로 실행중인 ‘Medical Korea’에 따라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의료관광)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대병원은 2013년 UAE 국방부와 협약을 맺어 군인을 포함, 자이드 군병원의 환자들을 국내에서 치료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방한하는 UAE군인은 연간 수백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의료관광이라는 명확한 목적으로 한국을 찾지만 한국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보통 의료목적으로 방한하는 UAE 출신 환자는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치료의 대상자가 병원에 머무르거나 숙소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때 간병 등의 목적으로 함께 체류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오면 연간 수백 명의 방문객이 수천 명으로 늘어난다. 대부분의 UAE 출신 환자는 무슬림으로 그들을 위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

첫 번째는 생활의 문제다.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던 그들이 음식 섭취 등의 문제로 레지던스 숙박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들의 현지 거주 환경과는 다르지만 음식을 조리할 공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그 공간을 택한다. 기도시설과 기도방향 등을 알리는 표시는 대부분의 숙박시설에서 제공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관광 편의시설의 문제다. 무슬림을 서비스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한국관광공사와 각 지자체에서는 부랴부랴 그들을 위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음식점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데 전국의 할랄 인증 식당 혹은 무슬림을 응대 할 수 있는 식당은 고작 수십여 개다.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큰 문제로 무슬림이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근래 들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그밖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

세 번째는 인식의 문제다. 이슬람 국가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의료기술 등을 수출하고 있는 상황은 ‘선진 기술, 성실한 국민, 잘사는 나라’ 등이 전혀 오해가 아님을 증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단순히 테러나 위험한 사람들 정도로 생각한다. 서구 중심의 미디어가 만드는 프레임 안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구매력과 잠재성이 충분함에도 이 같은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며 한국 선택을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한국 의료시설을 찾고 있다. 동시에 한국 의료기술은 아웃바운드화 되고 있다. 모 대학병원의 의료기술 수출, 병원 운영권 확보 등의 뉴스가 한국 밖에서 들려온다. 이런 뉴스를 보면 한국의 문화와 기술이 세계 곳곳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의 의료기술이 너무 선진화 된 것일까? 아니면 사회 시설과 문화가 아직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터키나 두바이에서 현지인들이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아줄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우리도 이제 충분히 그런 경험을 나눠 줄 수 있는 국가이자 국민이라 생각한다.
 
 
who?
현재 이드코리아의 대표로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에 선정돼 방한 무슬림을 위한 웹서비스 ‘할랄찹스틱스’를 운영 중이며 사단법인 할랄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http://www.halalchopstic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