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2호]2016-09-05 09:18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도 휴가 갈까요?”
 


8월 말의 어느 출근 길, 별 생각 없이 여름 원피스를 그대로 입었는데 등허리부터 다리까지 냉기가 꽂힌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도 따듯하고 정겹다. 단 하루도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에어컨을 찾아 밖으로 배회했던 2016년의 여름과 드디어 헤어지고 만 것이다. 생각해보면 올 여름은 정말 힘들었다.


‘구남친’도 아니고 이렇게 지겹게 붙어있을 줄이야. 무려 140년 만의 무더위라는 대대적인 공포에 걸맞게 연일 사람 체온과 맞먹는 폭염이 이어졌다. 광화문과 청계천 그리고 시청을 가로지르는 세일즈들은 습하고 축축하고 불편한 날씨 탓에 연신 흘러내리는 땀과 싸워야 했다.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게다. 이 시기 쉽지 않은 모객과 업무량 증가에 많은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을 알고 있다. 140년 만의 무더위를 피해 사람들은 바다로 계곡으로 해외로 여행을 떠났지만 업계는 그러지 못했다.


고객의 즐거운 휴가와 단 한 번뿐인 추억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버티고 참아낸 업계 식구들이 감사하면서도 애잔한 가을이다. 별 탈 없이 여름을 버틴 모든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휴가 떠나야죠.”
<2015년 9월 중순, 뮌헨국제공항, EOS650D>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