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7호]2016-07-25 09:22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여행사의 딜레마”
 


 
여행사가 고민에 빠졌다. 여행시장의 성장에 맞춰 그저 몸집을 키웠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여행사’가 돼 버렸다.


분명 시작은 배낭 여행사였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패키지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에어텔 상품을 선보였다. 볼륨을 키우고자 항공권과 호텔 예약서비스에도 손을 뻗었다. 여행경험이 많은 고객이 늘어나면서 현지투어나 입장권 같은 단품 판매에도 나섰다. 이런 식으로 최근 몇 년 새 비슷한 종합여행사만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


항공권에 주력하던 여행사가 패키지에 뛰어들고, 패키지여행사가 개별여행상품에 뛰어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규모 있는 패키지여행사는 골프, 허니문, 크루즈에 성지순례까지 발을 넓히고 있지 않나. 이 모든 것은 그들의 말마따나 여행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업의 볼륨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 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몸집을 불린 여행사들 중 상당수는 매년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자를 비롯한 일부 여행업관계자들은 특화된 경쟁력 없이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론칭하고 사업을 확장한 행동들이 지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숫자로만 봤을 때 대한민국의 해외여행시장은 여행사들이 경쟁 없이도 충분히 먹고 살만큼 많이 성장했다. 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12년에는 13,736,976명이, 2013년에는 14,846,485명이 출국장을 밟았다. 2014년도에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 16,080,684명이 해외로 나갔고 2015년에는 무려 19,310,430명이 출국했다. 이대로라면 2016년 2천만 명 돌파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로 해외출국자 수를 갱신하고 있지만 매년 더 어렵다고 말하는 여행사. 관계자들은 이 역설적인 현실의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A여행사 과장은 “패키지가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여행지를 파는게 아니라 반드시 서비스가 필요한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품을 통해 독보적인 여행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B자유여행사 대표도 말한다. “플랫폼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으니 차별화 된 상품과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대체할 수 없는 색깔이 절실하다”고.


여기서 하나의 딜레마가 탄생한다. ‘대중성이냐 개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민, ‘여행사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택해야하는가.’ 증가한 해외여행객을 남김없이 흡수하고자 택했던 ‘대중성’이 결국은 여행사 스스로를 무한 가격경쟁에 빠트리고 대형사 위주의 시장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왜 우리업계에는 단기플랜만 있고 장기플랜은 없는 걸까. 21세기 최고의 고부가가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당장 옆 동네 장사를 베껴오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더 넓게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의 여행사들은 IT나 모바일 아닌 인공지능과 드론을 연구해야 한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