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2호]2016-04-04 08:54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어릴 적 기자의 아빠는 토요일 근무가 끝나는 대로 가족들을 끌고 전국을 나섰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여행은 어린 내가 감당키에는 굉장히 힘든 여정이었던 것 같다. 출발지는 울산, 목적지는 속초, 비록 속초에서 본 것은 사람 북적이는 항구와 그 옆에 좌판을 벌린 소규모 수산시장 정도지만 그러고 보면 우리가족의 여행은 멀리 떠났고, 자주 헤맸으며,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을 참 즐거워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우리 여행은 여행지를 보려고 가는 게 아니라 드라이브하고, 전국의 숙소에서 자보며 맛있는 거 먹으려고 가는 거야”라고 당당히 말씀하셨을까.

어쨌든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 대(여전히 어리지만!)가 되니 느끼는 건데, 참 대책 없었던 부모님 주도의 여행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길을 헤맨다고 해서 결코 죽거나 다치지 않으며 여행을 간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도 않다는 걸. 그런데 희한하게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억으로 포장되고 우리는 그걸 추억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걸, 부모님과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가 스스로 알 수 있었을까.

두바이 수족관에서 만난 다정한 부자(父子)를 보고 문득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 보다 젊었던 아빠가 오버랩 됐다. 아빠도 내게 더 큰 세상, 더 멋진 것을 보여주고 싶어 늘 그렇게 떠났던 걸까. 이따금 여행을 하다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2015년 11월 두바이,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