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1호]2016-03-25 10:49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문화가 없는 기업은 미래도 없다”
 
 

최근 ‘몽고간장’ 회장의 갑질 논란, 남양유업의 물건 밀어 넣기 등 대기업들의 숨은 병폐가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불합리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현 세대에서 강자들의 갑질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일으킨다. 관련 기업의 상품 정보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마다하지 않고 라이벌 기업을 밀어주기도 한다.


몽고간장과 남양유업 모두 그동안 직원들을 혹사시키며 고속성장을 일궈왔을 테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동반자이며 기둥이었을 그들은 그 모든 희생은 늘 당연했다. 그러나 현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2030세대도 그럴까. 경제가 최고조로 부흥하던 시대에 태어난 2030세대들은 어린 시절, 먹고 사는 일에 절박해본 경험이 없다.


기자를 포함한 다음세대들은 이유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쏟아 붓길 원치 않는다. 과거보다 바르고 건강한 선진문화를 갖춘 기업이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직장인 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문화 종합진단 조사’에 따르면 77개사의 조직건강도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하위권으로 조사됐다. 그중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권이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한민국 기업문화’ 설문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48.7%가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부정적이었다. 야근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35.1%), 무엇이든 함께해야 하는 집단주의(24.1%),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22.7%) 등이 주된 이유다.


주로 ‘좋은 기업’이라고 불리는 곳들은 무조건 많은 임금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일한 만큼 당당하게 쉴 수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며 또 공유할 수 있는 곳들이다. 그리고 그런 좋은 기업들에는 자연스레 인재들이 모여든다. 회사에 애착 있는 인재들은 긍정적인 사내 분위기를 형성한다. 분위기는 문화가 되고 문화는 곧 기업의 이미지, 색깔이 돼 또 다시 좋은 인재들을 불러 모은다.


기업이 사람이라면 직원은 세포다. 세포는 사람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본질이기도 하다. 사람은 세포에서 시작해 수많은 분열을 통해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성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 소비자들이 건강하지 못한 직원들을 보고 회사에 반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해외여행이 대중화 된 지 약 30년.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사업을 일궈온 여행사에도 인재들을 불러 모을만한 기업문화가 있을까? 선진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반드시 자본이 뒷받침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여행사가 아니어도 직원들을 위한, 직원들에 의한 복지혜택을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선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