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5호]2016-02-05 09:31

[Best Traveler(190)] 김용진 코앤씨 회장

“그들이 보고 싶고, 먹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을 찾는다”
단순관광 탈피 테마 갖춘 특수목적관광 개발 필요
테마 간 융·복합으로 지속 가능한 한국관광 만들어야
 
 
중국인들의 수입증가와 중국 정부의 여행정책 완화가 맞물리면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열풍이이 거세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류’와 ‘쇼핑’ 등 중국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다양한 테마를 갖춘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들의 넘버원 여행목적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한국관광의 성장과 함께 ‘덤핑관광’이라는 그림자도 짙어지면서 한 중국인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을 재방문할 생각이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계기로 중국인관광객이 국내 관광산업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관광객 유치에 절박함이 더해졌다.

코앤씨 김용진 회장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1999년부터 중국인바운드여행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약 20년 가까이 중국인관광객과 동고동락한 관광인이다. 그는 꺼져가는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을 살리려면 제도나 정책의 뒷받침은 물론 전 시민들의 환대의식과 여행사들의 매력적인 한국여행상품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따라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6 한국관광의 해’를 맞아 더욱 적극적인 중국관광객 유치활동을 앞둔 올해, 20여 년간 중국인바운드 사업을 운영해온 김용진 코앤씨 회장에게 중국인바운드 시장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본다.
취재협조 및 문의=(주)코앤씨(02-532-1114) |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코앤씨’라는 업체명의 뜻이 궁금하다.
▲처음 중국인바운드여행사를 시작할 때 한국과 중국인 모두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한국과 중국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업체니까 그 두 단어가 함께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이름을 ‘한·중’, 그러니까 ‘Korea&China’라고 지었다. 코앤씨는 코리아 앤드 차이나를 줄인 말로 한국과 중국을 뜻한다.

한국과 중국을 함께 표기해서 그런지 중국인들이 우리를 친숙하게 생각해줬던 것 같다. 우리 이후에 많은 중국인바운드여행사들이 ‘한·중’을 넣어 여행사 이름을 지었다.
최근에는 이름의 뜻을 조금 바꿨다. 원래 코앤씨는 한국과 중국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코앤씨의 뜻을 ‘코리아 앤드 커뮤니케이션(Korea&Communication)’으로 바꾸고 한국을 허브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자 한다.
 
-20여 년 전 중국인바운드 시장과 현재를 비교한다면.
▲그 때의 중국인바운드 시장은 현지에서도 여행전문 업체들을 제한했고 한국에서도 지정된 전담여행사만이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 따라서 각 업체 간 유기적 협력이 돈독했다. 지금은 워낙 중국을 대상으로 한 여행사가 많다보니 경쟁 심화로 가격에 민감한 시장이 돼버렸다.

중국에서 여러 업체들 간 경쟁을 부추기며 저렴한 상품 위주로 구매를 하다 보니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가격에 매달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돈 주고 사온다는 덤핑관광까지 생겨나게 됐다.

물론 중국인바운드 여행사들도 가격에 좌우되는 상품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원하는 목적관광, 또는 테마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도 애써 만들어놓으면 금방 복제 되는 탓에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자꾸 더뎌지는 것이다.

양질의 상품 개발보다 더 낮은 가격과 수익 창출에만 매달리는 것은 중국인바운드시장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현재 중국인바운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한국 국민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중국인들을 유치해야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섭섭하게 만든다. 일부 가이드들도 문제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음식 등을 기대하고 온 관광객들에게 도무지 한국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는 일정으로 엉터리 한국을 알려주니 말이다.

그 이면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관광객’으로 보지 않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통행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사람들’이라는 시민들의 편견과 그들을 여행자가 아닌 수익원으로 보는 관계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있다. 한국이 계속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인기 목적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부분들이다.
 
-정부가 ‘2016 한국관광의 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도개선을 시행했다. 실제 효과가 있을까.
▲아무래도 제도를 완화하면 그만큼 접근이 용이해지니까 다수의 효과는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은 제도개선만으로는 기대하는 만큼의 관광객 증대는 힘들 것이라는 거다. 알다시피 세계 관광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중국인 관광객을 잡으려는 국가가 우리나라뿐일까?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도개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실 관광객을 더 유치하고자 한다면 제도개선 등은 당연한 수순이다.

냉정히 말해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제도개선만으로는 이미 선택의 폭이 넓어진 중국인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제도개선들로 인해 접근이 편해지면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상승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필요한 제도개선 이외에도 한국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매력을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
 
-그럼 당연히 시행돼야 하는 것들 외에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제도개선이 중국인들의 입국을 편하게 돕는 부분이라면 추가로 필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중국인들이 한국을 올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러니까 매력적인 테마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지원이다. 한국은 갖고 있는 관광자원이 부족한 국가다. 미국이나 중국, 캐나다 등 다른 대국처럼 엄청난 대자연을 갖고 있지도 않고 이집트나 페루처럼 매력적인 고대 문명도 없다.

사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다채롭고 거대한 자연과 문화, 음식을 보유한 나라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은 자연이나 문화, 음식 면에서 자국보다 더 나을 것이 없을 수 있다. 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류와 쇼핑, 의료관광 등 중국이 갖지 못한 다양하고 선진화 된 테마들을 즐기려고 오는 것이다.

이러한 테마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또 소멸하기 마련이다. 타고난 관광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관광객들을 사로잡을만한 테마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의 문화, 경제, 스포츠, 교육 등 모든 것을 총 망라해서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테마와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정부나 관계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무조건 금전적인 지원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 촉진을 위한 공모전이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행사들, 중국 측과의 협업 시 정부가 조금이라도 나서준다면 신뢰도를 얻어 일을 더욱 빨리 진행할 수도 있다. 정부나 관계기관이 여행을 산업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협력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 타고난 관광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지속적으로 사랑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이 계속해서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인위적인 테마를 발굴해야 하고 그 테마를 융·복합해 지속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태권도 공원’이 있으면 태권도뿐만 아니라 태권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함께 개발해줘야 한다. 태권도라는 하나의 콘텐츠만으로도 우리나라 무술의 역사, 태권도 공연, 태권도 체험, 태권도 관련 전시 등 많은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근에는 대중화, 보편화 된 상품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편의에 따라 변형시킨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상품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테마상품을 만들었으면 그 테마를 선택한 여행자의 성향에 맞춰 그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함께 구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일반적인 테마관광을 만드는 것을 넘어 테마 간 융·복합을 통해 마르지 않는 수익구조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다.
 
-앞으로 중국인바운드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단순관광이 아니라 목적관광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단순관광은 가격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발전 없이 저렴한 단순관광으로만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중국인바운드 여행시장의 수익구조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중국인바운드 여행사가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여행사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관광업계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하다못해 관광버스 한대를 움직이더라도 좋은 서비스와 코스를 만들어야 하고 음식점을 가더라도 극진한 서비스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여행업관계자 모두가 태도를 달리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은 그들과 접점에 있는 우리들이다. 상대의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그에 맞춰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

코앤씨 역시 우리 입장에서의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진정으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내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