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0호]2015-05-15 10:13

[Best Traveler(157)] 진교훈 꿈꾸는여행 대표이사




지도 들고 세계를 누비는 꿈꾸는 여행자를 만나다
여행업계 발전하려면 인재 개발 적극 투자해야
랜드사 의존, 상품 베끼기 관행은 탈피해야
 
 


오랜기간 한 우물만 판 사람에게서는 해당 분야에 전문가라는 자부심과 함께 해박한 관련 지식 그리고 그만의 철옹성 같은 고집이 있다. 패키지 여행사 출신의 전문여행사 대표, 게다가 유럽만 22년째 담당하고 있는 진교훈 대표 또한 처음부터 비슷한 인상을 풍겼다. 역시나 그는 여행업에 나름의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 소신대로 스스로의 여행을 개척해 나가고 있었다.


진교훈 대표는 이미 업계의 생리를 훤히 파악하고 있는 종사자로써 현재의 여행업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과거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이집트 사막을 누볐던 자신의 일화를 예로 들며 상품 개발에 게으른 업계를 비판했고 직원들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일부 여행사의 행태를 지적했다.


여행업 종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을 상품으로 개발할 때라고 말하는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꿈꾸는 여행자’가 아닐까 싶다. 여행업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여행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행자로서의 반전매력을 보여준 진교훈 대표. 그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꿈꾸는여행(www.nicetrip.co.kr / 02-771-1932)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꽃보다 할배-그리스 편’ 이후 그리스 여행시장이 시끌시끌하다. 덕분에 최근 다시 출판한 그리스 가이드북 개정판 반응도 좋다고 들었다.


▲‘꽃보다 할배-그리스 편’ 방영 이후에 실질적인 상품 문의나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닌데 확실히 가이드북의 반응은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예스24에서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그리스 가이드북이 여행서적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8위에 등극했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4월에 출간된 책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초판 3천부가 모두 판매돼 개정판 2쇄에 들어갔다.

방송 이후 여러 사람들에게 그리스가 회자되며 흥미로운 목적지로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6월부터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그리스여행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됐다. 영남지역 백화점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권 백화점에서도 강연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스에 대한 관심이 좋은 방향으로 계속됐으면 한다.
 


-그리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최근 대한항공은 아테네 전세기를 투입했다.

▲사실 아테네 직항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패키지 여행사에서 일할 때부터 나온 이야기니 10년이 넘었다. 그 때는 이집트, 터키, 그리스, 스페인 등의 지중해 상품이 잘 될 때였다. 당시 아테네 직항과 터키를 두고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터키에 직항이 들어갔다.

그리스 보다는 터키 취항이 여러모로 나았다. 왜냐하면 그리스는 일반 레저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주로 성지순례가 많은 지역이었고 직항을 띄우려면 레저 외에도 상용이나 화물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수요가 너무 적었다.


 
-갑작스럽게 비행기가 늘어나면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가이드나 호텔 수급이 만만찮을 것이다. 워낙 한인사회가 작은 곳이기 때문에 원래부터도 가이드 수급이 어려운 지역이었다. 대한항공의 그리스 전세기 소식으로 그나마 있는 가이드들을 총동원해서 팀을 운영해야한다.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현지 가이드 수급 문제로 한국인 인솔자가 대신하는 조건인 것으로 안다.


예전 같았으면 모두 고발 조치 됐을 상황이다. 그리스가 굉장히 폐쇄적이어서 취업비자가 없거나 가이드 자격증이 없는 외국인이 가이드를 하면 기존에 있는 가이드들이 즉시 고발을 했다. 사실 그리스는 외부에서 가이드가 쉽게 들어오지도 못하고 덤핑도 어려운 콧대 높은 관광지다.


굳이 한국인 여행객이 아니더라도 그리스와 산토리니를 찾는 관광객은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성수기에 여행사하려면 현지 숙박을 최소 6개월, 1년 전부터 확보해야 한다.


올해 갑자기 그리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세기에 그리스 연계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다들 호텔수급에 애를 먹고 있을 것이다. 당장 2~3개월 전에 숙박이며 가이드며 작업을 하려고 하니 잘 될 리가 없다. 시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무리한 운영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막이 좋아 이집트로 떠나고 그리스를 다녀와 여행기를 쓰는 방랑자 진교훈 대표.
 


-유럽여행 트랜드가 변하면서 패키지 여행사에서도 한 지역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전문여행사들이 상품 개발 이후 홍보에 소극적인 것이 기껏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금방 다른 패키지 여행사에서 랜드에 요청해 비슷한 상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집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꾸준히 상품이 잘 팔리는 것을 본 현지 랜드가 다른 한국여행사 관계자들한테 이집트가 잘 된다고 이야기를 흘렸다. 그 이후 너도 나도 달려들더니 갑자기 연합 상품이 구성되고 상품 가격은 순식간에 100만 원이 더 저렴해졌다.


질문에서 벗어난 대답인 것 같기는 하나 저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사실 이제는 우리가 전혀 새롭고 기발한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홍보하기가 꺼려진다.
 


-자체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전문여행사 하는 사람들은 내 상품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만든다. 나는 내가 가보고 싶은 지역을 상품으로 만든다. 처음부터 대중성을 따지고 수익을 목표로 만들지 않는다.


상품을 개발하는 많은 담당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상품을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사람들을 보내면 돈이 되겠다가 아니다. 사람들이 여길 꼭 가봤으면 좋겠는데 다른 회사에는 없고 우리 회사가 이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시도하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에 재미를 느낀다. 그것이 여행사에서 일하는 보람이다.


물론 상품개발에 대한 리스크는 크다. 우리가 투자하는 돈이 항공과 숙박비를 포함해 많아봐야 500만 원 내외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은 전문사 입장에서는 돈은 물론 그동안 영업활동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개발에 나서는 셈이다.


그런데 막상 상품을 만들어 오면 타사에서 쉽게 가져가 버린다. 그 매개체는 대체로 ‘랜드’인 것 같다. ‘한국에서 이렇게 팔던데? 너희도 한 번 팔아봐’ 하고 여행사에 뿌리면 금방 다 퍼진다. 일정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팀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검증은 됐으니 편하게 남의 상품 카피해서 자기 상품인양 홍보하는 거다.


전문사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각 업체들마다 충성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새로운 목적지를 발굴해 서비스 할 의무가 있다. 전문사 대부분의 주 고객층이 여행 얼리어답터이거나 패키지에 질린 사람들, 독특한 일정을 원하는 소수 단체인 경우가 많다. 다른 회사보다 확실히 차별화된 상품을 보유해야만 버틸 수 있다.
 


-업계 내 상품 베끼기 관행은 정말 답이 없을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여행상품에 상표가 있거나 지적재산권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건 정말 어렵다. 내가 생각하기에 상품 카피는 여행업 자체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여행상품 카피가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러려면 여행사 사장들이 직원들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여행이 좋아서,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싶어서 여행사에 취업하면 이미 랜드가 만들어준 상품을 받아서 상담만 해주고 있으니 많은 여행사 직원들이 자기가 판매하는 지역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업계 선배로서 다들 공부들 좀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자기들이 팔고 있는 지역에 대해선 전문가가 돼야 한다.


전문사가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전문사들은 직원들 교육을 한다. 현지 인스펙션도 보내고 배낭여행도 보내고 휴가도 길게 보낸다. 직원에 대한 투자가 회사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패키지는 직원들이 자주 바뀌니까 그럴 여유도 없거니와 상담하는 법, 시스템 다루는 법만 알려주고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똑같이 돌아가니까 더 안 한다.
 


-여행업이 발전하려면 인재개발에 투자해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최근에 패키지 여행사의 FIT(개별자유여행)팀들이 버거워한다는 기사를 봤다. 이 이야기는 예전부터 계속 나왔던 이야기다. 사장님들의 욕심이다. 사장들은 생각보다 귀가 얇아서 뭐가 잘된다고 하면 있는 인원 이용해서 사업부 하나 만들어서 일단 뛰어들고 보는 식이다. 그러니 매년 시작했다가 매년 망하고 다시 또 누가 괜찮다고 하면 시작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개별자유여행이라는 것이 패키지와는 성격이 전혀 달라서 일단 시작하려면 팀을 맡게 된 직원들 교육부터 철저히 시켜야 한다. 현지 인스펙션은 물론이고 현지 전문가 수준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런 인식도 없이 그냥 직원들 뽑아놓고 패키지처럼 영업하고 홍보하려니 당연이 안된다. 또 개별여행은 투자 대비 수익이 작은 사업이라 더 답답하다.


여행업이 발전하려면 직원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패키지든 전문사든 직원에 투자를 해야 그 직원도 자기 일에 관심을 갖고 훨씬 더 애정을 갖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최소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는게 윗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최근 많은 전문여행사들이 현지 직거래를 선호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현지 직거래가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현지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고 늘 관심을 가져야 하며 능통해야 한다. 랜드에 의존해서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기대하기보다 자사의 이름을 걸고 자사만의 상품을 개발해 서비스와 상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물론 사장님들은 상품개발을 위해 직원들에게 더욱 투자를 해줘야 하고. (웃음) 중간업자에게 상품개발의 모든 것을 맡기고 여행사 직원은 그저 상담만 하는 행태는 여행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