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23호]2009-08-21 11:56

관광업계, 일생일대의‘적’을 만나다

[기획] 가을 신종플루 대란

가을 신종플루 위기 속에 인·아웃바운드 고전 예상

업체별 대책 마련 부심, 뽀족한 해결책 없어 답답

국내에서 잇따라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15일 태국여행을 다녀온 58세 남성이 급성 폐렴과 패혈증으로 처음 사망한데 이어 16일에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63세 여성이 호흡 곤란 등의 신종플루 합병증으로 목숨을 달리했다. 그간 낭설로만 여겨졌던 가을철 신종플루 대란이 예고되면서 비수기 관광업계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내 확진환자 2천여명, 전 세계 사망자 수 1462명.

신종플루 감염 확대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월2일 첫 환자 발생 이후 현재까지 국내 확진 환자의 수는 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초기 신종플루 발생 당시 주로 해외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최근 들어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두 번째 사망자가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한 60대 노인이었다는 점을 볼 때 더욱 확연이 되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신종플루 여파로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 수는 1462명, 특히 요근래 사망자가 나온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감염 확대가 증가되고 있으며 가을 철 기온이 낮아지는 북반구 지역은 벌써부터 백신 전쟁에 뛰어 들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간 다소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말 잇따른 감염자 사망에 따라 신종플루 확산 방지와 조기치료를 위한 대책을 집중 논의한 상태다.

이에 의료기관에 폐렴 및 급성호흡 곤란 증후군으로 입원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신종플루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확진검사와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지역사회 의료기관의 대응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역거점 병원에 대한 항바이러스제의 추가 공급도 추진되며 학교 등 집단생활시설에 대한 감시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휴가철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 다수는 물론 방학 기간 동안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학생들이 속속 본업에 복귀하면서 9,10월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행사가 늘어나는 가을 시즌, 행사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려는 정부와 달리 지자체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위험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 시장 연이은 악재로 초긴장

지난 하반기부터 불거진 환율 인상, 경기 침체, 사회 악재 등으로 이미 많은 곤혹을 겪었던 여행업계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다. 업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9,10월 가을철을 앞두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각 업체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은 없는 것이 사실.

특히 신종플루 여파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에 비해 다소 증가세를 기록했던 인바운드의 경우 마지막 보류로 삼았던 ‘안전한 국가’의 이미지마저 보기 좋게 무너져 버린 셈이다. 관계자들은 아웃바운드 시장의 위기를 틈타 반사이익을 누렸던 국내 인바운드 여행 활성화도 그 약발을 다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취재 결과 아직까지 신종플루에 따른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 등의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늦여름 막바지 특수를 기대했던 아웃바운드 여행사와 항공사 모두 당분간 신수요 창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패키지 여행사의 한 간부는 2,3인씩 짝을 지어 떠나는 개별여행객이 아닌 이상 4,5명 이상 규모의 그룹 여행은 거의 포기했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항공사 역시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각 노선마다 일정 수 이상의 상용 고객이 존재하고 있어 여행사처럼 가격 전략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선에 따라 탑승률이 크게 감소하고, 신규 취항 노선의 특가 상품 판매율마저 저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목적지를 홍보해야 하는 관광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주, 일본, 남미 등 신종플루 감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 관광청들은 아무래도 대규모 프로모션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관광업계 실질적인 대안 마련할 수 없어 답답

신종플루 관련 국내 관광업계가 마련한 대안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신중목)와 한국관광공사(사장 이참)가 인바운드 시장을 타깃으로 기획했던 보상금 지원책이 유일하다. 관협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중 귀국 후 10일 이내에 신종플루에 최초 감염되고 혹시라도 그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 30일 이내 사망한 경우 1인당 1억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보상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 프로그램은 지난 7월29일부터 오는 9월15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위로금 청구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

관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보상금을 요청한 사례는 없었지만 올 연말까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신종플루 사망자 발생 이후 관협 차원에서 관광업계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러나 프로그램 종료 후 금액 지원의 전략은 사실상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관광공사는 대만관광객 수요 증가를 목적으로 지난 6월 중순부터 ‘신종 플루 보상 위로금 제도’를 실시했다. 동 사업에 공동 참가하는 현지 항공사 및 여행사의 방한상품을 이용해 한국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7일 이내에 대만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신종 플루 감염 확진자로 판명될 경우, 1인당 NT$100,000(한화 약 4백만원)의 위로금 지급을 약속한 것. 그러나 보상 제도를 통한 관광객 증가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신종플루 여파와 관련, 업체 대부분은 지나친 안전성 홍보도 혹은 뚜렷한 보상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토로한다. 특히 가을철 유일한 기대주인 허니문 시장마저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다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금액적인 지원이나 여타의 노력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자료참조=한국관광협회중앙회 02)2079-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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