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82호]2019-12-24 15:31

대한항공, ‘남매 간 경영권 다툼’

 
큰딸 조현아, 동생 조원태 회장 단독 경영에 반기
법률대리인 통해 가족 간 실질 합의 없는 경영에 불만 드러내
급변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 과정서 자중지란 50년 항공 업적 퇴색 우려
빠른 시일 내 경영권 둘러싼 잡음 불식시키고 글로벌 항공사 도약 추구해야
 
대한항공이 창립 50주년을 마무리하는 2019년은 아직도 어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69년 3월1일 창립자 고 조중훈 회장이 부실 국영 항공사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세계 굴지의 항공사로 키워냈다. 창업주의 아들인 고 조양호 회장은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지난 2002년보다 앞선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취임해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냈다. 그러나 고 조양호 회장은 가족의 갑질 등 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미국에서 지병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4월 별세했다. 고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에 대해 가족 간 협력하여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라는 유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의 소지를 남겼다.

조원태 사장은 아버지인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가 끝난 지 8일 만인 지난 4월24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이 결정됐다. 창업주와 선대에 이어 3대인 조원태 회장은 선대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에도 빠르게 그룹을 안정시키며 연말에는 그동안 미뤄져온 임원 인사를 앞당겨 단행하는 등 급변하는 항공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려는 결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수면 위로 부상해 앞으로의 정리가 주목을 모으고 있다.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고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큰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선친 유훈과 달리 조원태 회장이 그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공격하고 나서 남매간 갈등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6개항으로 된 `한진그룹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을 통해 "작고하신 고 조양호 회장님의 상속인 중 1명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지를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선대 회장이 남긴 공동 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 실질적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며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하여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되었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며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29.96%, 국민연금이 10.02%, 정석학원이 2.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한진칼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진칼의 주요 주주는 누구도 독자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지배 구조로 되어 있어 상황은 현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보장이 유리하지만 잡음이 이어질 경우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 정석인하학원이 2.14%, 정석물류학술재단이 1.0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그레이스홀딩스 외 4인이 15.98%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입장을 밝힌 지난 23일 지분을 늘려 17.2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델타항공이 10%, 대호개발 외 2인이 6.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누구도 단독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지분 구조로 돼 있다. 다만 조원태 회장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인 미국의 델타항공이 고 조양호 회장 타개 이후 10% 지분을 인수해 보유하고 있는 등 전체적인 우호 지분은 월등한 게 사실이다.
 
한진그룹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회사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을 통해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한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처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에 회사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원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등 현 정부 아래에서 영향력을 감안한 횡보를 보이고 있고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조원태 회장으로서도 방심할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일본의 무역 보복과 중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한국 방문 금지 조치가 아직 완전 해소되지 않은 마당에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 이스타항공의 제주항공과의 합병 등 급변하는 항공산업 환경에서 대한항공의 집안싸움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169대의 항공기로 국내 13개 도시, 국제선 44개국 12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결성된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 19개 회원사 중 주축으로 활동하며 175개국 1,150개 도시에 매일 1만4,500편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글로벌 항공사의 멤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