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63호]2008-05-30 10:24

[Focus] 여행사 매거진 발간 의미

누구를 위한 매가로그(매거진+카다로그)?

여행사 매거진 발행 잇따라
정체성 및 존립여부 모호, 확실한 목적 필요

여행사들의 사업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최근 업체들의 매거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노랑풍선여행사의 ‘트레블로그’, 세계투어의‘뜨레비앙’, 하나투어의 ‘더 트레블러’등이 각각 발행돼 여행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실 여행사에서 매체를 발행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일부 여행사에서 매거진을 발행해 왔으며 자체 매체를 발간하는 여행업체는 계속해서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 일부에서는 여행사들이 내놓는 매거진이 전문 여행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사 홍보 수단에 불과해 정체성과 색깔에 대해 고심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콘텐츠 확보, 브랜드 제고 주된 목적

여행사 매거진의 발간 목적은 크게 콘텐츠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있다.

기획여행에서 개별자유여행으로 여행 트랜드가 변화하면서 여행 콘텐츠는 여행사의 주요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됐고 여행사들은 여행 콘텐츠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을 ‘콘텐츠 전쟁 시대’라고 표현하며 여행업계의 치열한 콘텐츠 경쟁을 설명했다. 이어 여행사들이 매거진을 통해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여행 매거진 발행의 배경을 전했다.

또한 자체 매거진을 소유함으로써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 할 수 있다는 점도 주 요인. 여행사 홍보 관계자는 “자본이 풍족해도 매거진을 발행 못하는 업체가 많다”며 “매거진을 발행 한다는 것은 회사의 규모와 역량이 우수하다는 대외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여행사에서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 투입을 감수하며 매거진을 발행하는 사연은 무엇일까. 여행사 매거진 한 책임자는 “광고나 직접 판매를 통한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자사 홍보와 상품 구매 유도 등의 효과 이외에도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효과들을 얻고 있다”며 “매거진을 보유함으로써 제휴 파트너사의 폭을 보다 확대시킬 수 있고 사업 내용도 다양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외주 제작, 자사 홍보 수단 전락

현재 자체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는 여행사들의 다수는 외주 제작 혹은 협력 제작을 하고 있다. 여행업체로써는 출판 산업의 기반과 전문성이 부족해 전문 출판업체에 매거진 발행을 맡기거나 협력 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주 제작 및 협력 제작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으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사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여행업계 일부에서는 “매거진을 자체발행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전담부서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여행사에서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사정에 따라 손쉽게 발을 뺄 수 있는 외주 제작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편”이라고 꼬집었다.

매거진을 발행하는 여행사들은 하나같이 ‘여행 전문 정보지’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및 국내 여행정보 ▲여행업계 소식 ▲깊이 있는 이슈 해석 ▲패션, 뷰티 등 관련 정보 등을 전달한다.

모든 콘텐츠를 현장 취재를 통해 확보하는 등 저마다 새롭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 발행 매거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자사의 여행상품 소개이다. 최근에는 자사 브랜드 및 상품 노출을 최소화 하고 있지만 아직도 카다로그 형식의 상품 지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기획이나 아이템 선정 과정에서 해당 기간 자사의 핵심 전략 및 상품이 배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여행전문지 향한 노력 필수

여행 전문 정보지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 생성 목적이 순수해야하고 내용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매거진과 카다로그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는 여행사 간행물들은 이 두 가지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카다로그 제작에서 매거진 발행으로까지 이어진 업체의 경우 자사 홍보기사 및 상품소개를 포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자사 홍보나 상품 소개는 가능한 최소화 하고 여행 상품도 고객들이 원하는 중요한 정보 중에 하나로써 고객 서비스 및 제휴사 협조 차원으로 무료 배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 상황에서 크게 문제될 부분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의 ‘매가로그(매거진+카다로그)’라는 표현은 정체성이 모호한 현재 여행업계의 매거진 발행 실태를 가장 잘 나타낸다. 분명 여행업체 매거진은 ‘전문 정보지’도 ‘카다로그’도 그렇다고 ‘사보’도 아니다. 이것들이 혼합된 형태의 새로운 매체로 자리매김 할 수 도 있겠지만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행사들은 ‘전문 정보지’를 발간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고 건전한 여행 문화 정착이라는 당초의 창간 정신과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