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56호]2008-04-11 08:52

[현지취재] 개성

가깝지만 ‘먼’땅에는사람이 있다!

특별하지 않은 관광 목적지, 가치 하나만은 ‘월등’

꿈에도 그리던 개성관광이 현대아산의 주관 아래 실시 된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개성을 찾는 이용객 수가 연일 5백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니 한 민족에 흐르는 '피'라는 동질감이 제법 묵직하긴 한가보다. 지난 토요일(4월 5일), 서울시관광협회의 지원 아래 처음 만나 본 북한 땅 '개성'은 신기한 듯 즐거우면서도 묘한 이질감과 공포감을 두루 느끼게 했다. 가장 가깝지만 아직은 '먼'땅인 북한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쉽사리 그들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

[편집자 주]

▲남한에서 북한 땅으로는 고작 15분

출발 전 남북관계의 대립과 상황 악화 때문에 별 무리 없이 개성을 다녀 올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정대로 관광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서울 광화문에서 새벽 5시에 집결한 일행은 한 시간을 달려 임진강역에 도착했다.

도라산 CIQ(출입국 때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의 세 가지 절차를 이르는 말)에서 발권 및 출경 수속과 간단한 조식을 마친다. 출발 전 미리 보낸 사진으로 완성된 출입증을 수령 받은 뒤 핸드폰이나 MP3, 신문 같은 반입 금지물을 걷는다. 모든 수속을 마친 뒤 남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으로 이동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북한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그간 무엇이 서로 간에 벽을 치고 있었는지 못내 답답하다.

▲가이드의 동행, 묘한 이질감

북측 CIQ에 도착하자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반갑습니다'로 시작되는 환영노래와 진한 고동색 군복을 입고 있는 북한군의 모습에 관광객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면 각 차량에는 현대아산 측에서 배치한 한국가이드 1명과 북한 측 가이드 2~3명이 탑승한다.

북한 가이드는 개성 관광 일정의 대부분을 동행하는데 관광지에 대한 역사와 유래 등을 설명하고 수시로 농담을 건네는 모습이 여느 가이드와 차이가 없다. 단지 남한을 ‘남측', 북한을 ‘북측'이라 말하고 김일성을 김일성 주석, 김정일을 김정일 위원장, 김정일의 모친인 김정숙을 여사라고 칭해야 한다는 한국가이드의 말에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시내

차를 타고 10~15분 정도를 달리면 개성공업지구의 모습이 창밖으로 보인다. 현대 쪽에서 투자한 각종 건물과 공장, 편의점 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아직까지는 북한이라는 완벽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관광의 첫 번째 일정인 박연폭포로 이동하기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되며 차량 이동 중 개성시내에 접어든다.

1960년대 드라마의 한 장면을 재현 한 듯 낡은 집과 거리,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시내를 걷고 있다. 그간 각종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접해온 북한의 참혹한 일상과 너무 다른 평온한 모습에 잠시 의아한 생각이 든다.

혹시 북한의 주민들이 북한 정부의 강압적인 세뇌 교육을 받은 것처럼 남한의 우리도 남한 측의 입장에서 원하는 시선으로만 북한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쓰려왔다.

개성 시내 곳곳에서 빨간 색으로 조각된 ‘위대한 수령 김정일' 등의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나라에 헌신하거나 김일성, 김정일 등에 충성하자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들이다. 그들 자신을 가난으로 몰고 간 인물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존경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관광 인프라 미약

개성 일정의 주된 코스는 천혜 절경인 박연폭포를 관람 한 뒤 민속여관에서 식사를 하고 숭양서원-선죽교-고려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것이다.

개성이라는 목적지가 주는 가치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 인프라 면에서는 경쟁력이 미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 현대아산 측의 설명에 괴리감마저 든다.

식사 장소인 민속여관에는 화장실이 단 한 개 밖에 없다. 그나마 두 칸이 전부여서 단체관광객들이 많은 날에는 화장실에 길게 줄을 선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일상이란다. 남한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13첩 반상의 맛은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

더불어 고려박물관에 자리한 각종 기념품점에서 파는 물건들은 어릴 적 경주 수학여행을 떠올리게 하니 그나마 기념품을 파는 북한 주민들이 순박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지갑 속 달러를 꺼내게 된다.

▲멀기만 한 ‘길’, 시간 필요할 듯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 1천1마리와 함께 방북한 일을 시작으로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성사된 개성관광은 현대아산의 사업권 독점이라든지 관광일정 면에서 여러모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대립 이전에 실향민들의 아픔과 단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라는 민족적 정서에 의지한 탓에 실적이나 수익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일례로 이번 관광에도 10대가 넘는 대형버스가 이용될 만큼 방문객들의 수는 많았다. 그리고 이 중에는 연세가 지긋한 노년층 관광객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개성관광이 시사 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아직은 멀기만 한 ‘길'이지만 부디 중간에 중지되는 일 없이 진정으로 가깝고 친숙한 여행지로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내를 걷고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기를… 관광이란 절대 버스에 탑승한 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kr

취재협조=서울특별시관광협회 02)752-7482.


개성 관광지 돋보기

●박연폭포 : 개성시내에서 북쪽으로 27km 지점에 위치한 박연리(朴淵里)에는 천마산과 성거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이 모여 연못(박연)을 이루고 그 아래로 37m 낙수의 박연폭포가 있다. 박연폭포는 예로부터 송도(개성)의 서경덕(徐敬德)·황진이(黃眞伊)와 함께 송도삼절 (松都三絶)로 불리는 명승지로 금강산의 구롱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3대 명폭으로 꼽히기도 한다.

폭포 위에는 바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진 둘레 24m 지름 8m 깊이 5m 정도의 박연이라는 연못이 있으며 폭포수로 패인 고마담의 서쪽 기슭에는 용바위와 범사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폭포 주변에는 고려 때 쌓은 대흥산성과 성의 북문, 관음사, 대흥사 등의 유적들이 즐비하다.

●민속여관 : 개성 남대문 북쪽에 위치한 개성민속여관은 조선시대 전통가옥단지를 여관으로 개조, 지난 1989년 개장한 전통음식점이다.

민속여관은 총 50동(1등실 2동, 2등실 6동, 3등실 44동)으로 구성된 단층 숙박기설로 온돌방 및 전통침구 등을 구비하고 있다. 여관 내 식당에서는 반상기, 닭곰, 약과 등 토속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숭양서원 : 개성시 선죽동에 위치해 있으며 고려 충신 정몽주의 집터로 1573년 개성유수 '남응운'이 유림들과 협의 끝에 정몽주의 충절을 기리는 동시에 서경덕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문충당'을 건립했다. 현재까지도 정몽주의 유적이 잘 보관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원에 도착하면 안내원의 설명을 통해 관광을 즐길 수 있으며 서원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탓에 대규모의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일 때는 안전상의 주의가 요구된다.

●선죽교 : 고려시대 충신 정몽주가 이방원에 의해 피살된 장소로 유명한 선죽교는 선죽동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정몽주의 죽음 이후부터 붉은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주위에 충절의 대나무가 돋아났다하여 선죽교로 불리게 됐다. 다리의 길이는 6.67m이며 너비는 2.54m. 원래 없었던 난간은 1780년 정몽주의 후손들이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만들었다. 길 건너편 표충각 안에는 두 개의 비석과 비석을 받치고 서있는 거북이 모양의 상이 있는데 각각 수컷과 암컷을 상징하며 남녀가 상반된 성의 거북이를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내려져온다.

●고려박물관(고려성균관) : 고려의 역사, 경제, 과학, 문화 등의 발전모습을 보여주는 1천여점의 유물이 전시돼있다. 불일사5층석탑과 개국사석 등이 박물관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며 고려시대의 의상, 생활도구, 책, 그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박물관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 및 우표 박물관 등도 자리해 있어 쇼핑도 가능하다.


[개성 관광 출입 안내]

●집결지 이동 안내

☞셔틀버스 이용

·출발지 (강북-계동, 광화문, 마포구청역 7번 출구/ 강남-잠실운동장, 압구정 현대백화점)

·집결 시간 (강북 05:50/ 강남 05:50분까지 집경 및 탑승) ·이용 요금 (5천원)

·예약처 (대화관광, 강북 02-737-0017/ 강남 02-458-4514)

☞개인차량 이용

·임진강역 주차장에 주차 후 집결지형 셔틀버스 이용 (주차 무료)

●집결 및 관광증 수령

·7:00까지 도라산에 위치한 남한 출입사무소 집결 뒤 명단 확인 후 개성관광증 수령, 이어 북한 반입제한 물품(휴대폰, 고배율카메라, 망원경, MP3, 신문이나 잡지 등의 인쇄물)


●관광시 주의 사항

·개성 관광 중 관광지에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며 버스 이동 중이나 북한 주민 및 시설, 건축물 촬영은 금지됨. (돌아오는 길에 북한 출입사무소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일일이 검사하며 베터리가 떨어졌을 경우 충전을 해서 확인하기 때문에 여분의 베터리를 보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위반된 사진을 찍었을 경우 2백달러 이상의 위약금을 물 수 있다)

·관광증은 개성 출입 여권 및 비자와 동일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낙서나 훼손은 위반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북한 상품 쇼핑시 주류 2병, 담배 10갑을 포함하여 총 3백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성 현지 통화는 US달러를 이용하기 때문에 미리 환전하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