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49호]2008-02-22 16:32

[중국 산동성 치박시]중국 동·서 교류의 중심지, 실크로드의 핵심 고상성


명·청시대 건축양식과 생활상 재연

고상성은 중국 산동성 치박시 주촌구에 자리해 있는데 치박시 일대는 옛 제나라의 수도로서 실크로드의 중추적인 통로였다고 전해진다. 주촌구는 역사 속에서 ‘금주촌’, ‘한마두’, ‘실크고향’ 등으로 불리며 당시 상업과 문화 교류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고상성은 5만여제곱미터에 달하는 관광거리로 구성되는데 거리에는 명·청나라시대 양식의 옛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크고 작은 거리들은 서로 교차하며 미로 같은 형상을 이룬다.

고상성은 중국 건축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중국의 살아 있는 옛 상업 건축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고대 산동성 중부지방의 상업문화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한 시정부의 6년여에 걸친 개보수 작업을 통해 ‘천불사고묘’, ‘민속관’, ‘표호전람관’, ‘장원부’, ‘양가대원’, ‘대연방’ 등 고상성의 10대 경관이 복원돼 있다. 이 가운데 주촌지역 전통과자인 ‘소병’을 만드는 과정이 그대로 재연된 모습은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고 한다.

현재 고산성은 중국정부에서 지정하고 있는 관광풍경지구로서 ‘산동성관광발전전체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주요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다.

고상성 입구에 도착하자 화려한 등불로 가득 매워진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중국 사람들은 원래 등을 좋아하는데 춘절을 얼마 앞둔 시점이라 평소보다 더 많은 등을 걸어 놓았다고 한다. 춘절기간에는 등불에 가려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중국인의 등불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귀를 울리는 징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예전 중국 관리의 행차를 재연하는 모습이 보였다.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연신 고함을 지르고 징을 울려대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환영하는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같았다. 폭 2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거리 양쪽으로 전통 양식의 가옥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는데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저마다 다른 모양을 띄고 있다.

물 중간 중간에 자리잡은 여러 상점에서는 중국 전통 공예품이나 등불 등을 판매 하고 있다. 작은 기념품에서 도자기, 커다란 석상에 이르기까지 파는 물건은 제 각각이지만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며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마을광장에 들어섰을 때 광장 위로 작은 무대와 공연단이 보였다. 붉은 빛깔의 의복을 차려입은 마을 어르신들이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무대 위로 주촌 지역의 전통 혼례를 재연하는 배우들이 등장했다. 예전 주촌 지역 풍습에 의하면 마을 유지들은 여식의 집 밖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딸이 성장해 결혼할 나이가 됐을 때 마을 청년 중 한명을 골라 시집을 보냈는데 신부가 담 위에서 던진 정표(축구공 크기의 빨간 솔)를 가장 먼저 잡는 청년이 신랑이 됐다고 한다. 한국 방문단을 위해 이날도 전통혼례가 치러졌다. 한국 측 방문단 중 신부의 정표를 받은 한 관람객은 직접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잠시나마 중국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는 기쁨도 누렸다. 길을 걷다 한 집에 들어서자 경극에서나 들어봄직한 노래가 들려왔다. 텔레비전만 크기정도 되는 무대에서 손바닥만한 인형 2~3개로 인형극을 펼치고 있었다. 인형극이 끝나고 천막 밖으로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다.

요염한 여인부터 근엄한 장군까지 다양한 목소리와 인형의 재빠른 움직임을 볼 때 무대 안에 노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행을 따라 한 집으로 들어 갔다.

언뜻 보기에는 나무로 만든 감옥처럼 보였는데 가이드의 안내를 들어보니 이 지역에서 최초로 세워진 은행이라고 한다. 개인이 운영했던 은행으로 주인의 초상화와 주판, 장부 등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 질 쯤 한 집 뒤뜰에서 갖가지 색의 천이 널린 채 날리고 있는 것을 봤다. 예전 염색공장을 재연한 곳이라는데 한쪽에는 천에 색을 입히는 모습을 다른 한쪽에는 실을 감고 있는 모습 등을 모형을 통해 재현해 놓았다. 또한 우리의 디딜방아와 비슷한 모양을 한 중국의 우물도 발견했다. 고상성 관람이 마무리 되어 갈 무렵 마을 한쪽 공터에는 우리를 위한 공연이 마련됐다.

한 노인이 사기주전자와 국자, 나무막대 등을 이용한 묘기를 보였는데 국자를 입에 물고 그 위로 하나씩 하나씩 물건을 쌓는 모습은 서커스에 가까웠다. 뜨거운 물까지 부어가며 보는 이의 긴장을 자아냈지만 몇 십년간 해온 일이라 실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관람을 거의 마칠 때쯤에는 날이 어두워졌는데 거리에 걸린 등불들이 내뿜는 불빛이 더욱 빛났다. 갖가지 등불을 보며 춘절 기간 더욱 화려해질 고상성을 기대해 봤다.

거리 곳곳은 물론 집안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았지만 마을이 복잡하고 자세한 안내도가 없어 가이드에 인솔이 없으면 놓치고 지나갈만한 장소도 여러 곳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통해 중국의 옛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중국 산동성=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산동항공 02)775-2691

한국관광협회중앙회 02)757-7485.

 치박, 축구와 도자기의 도시

 산동성 중부지방에 위치한 치박시는 제나라의 도읍지로서 고대 유적이 잘 보존돼있으며 축구와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제나라 8백년 역사의 중심인 치박시에는 8백여필의 말이 순장된 제경공묘와 중국 북방지역 도자기 문화를 보여주는 도자기 박물관이 유명한 산동성의 주요 관광도시로 고대 중국 동서지역의 교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지역이다.

특히 ‘주구’라고 불리는 치박의 전통 공놀이는 현대 축구의 기원이라고 전해지며 시정부에서는 축구의 기원에서부터 현대 월드컵까지 한 곳에 모아 놓은 축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청도시에서 차로 4시간여를 달려 치박시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주민들의 옷차림이 눈길을 끌었다. 초록, 분홍 등 총천연색 옷을 입은 주민들은 15여년전 한국의 멋쟁이를 떠올리게 했다. 거리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으며 삼륜택시가 지나 다니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거리의 모습은 정부에 의해 계획된 도시처럼 도로 및 거리의 구분이 뚜렷했다. 하지만 교통신호나 차선을 무시하는 차량 때문에 다소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이드는 “아직까지 치박시는 차선과 교통신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주행속도가 빠르지 않아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우리를 안심시켰다. 대형백화점이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현대적 건물도 종종 보였다.

 [치박시 정보] ▲면적 : 약 55,000㎡ ▲인구 : 약 43,000명 ▲기후 : 4개절 보유한 아열대성 시후 ▲교통 : 제남국제공항에서 약 70㎢, 청도국제공항에서 약 200㎢ ▲주요관광지 : 제나라역사박물관, 포송령생가, 요재원, 도자기박물관 ▲주요축제 : 보름등불놀이, 도자기유리예술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