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30호]2007-10-05 10:24

“또다시 교토로 향하는 이유”
현지취재 ANA와 함께하는

<上> 나고야-오사카-교토-나라-미에

“또다시 교토로 향하는 이유”


교토에는 참 많은 것들이 있다. 금각사를 포함해 일본 전통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적지들과 현대화된 건물들, 거대한 쇼핑 상가와 역 앞의 교토 타워, 날아다니는 아톰 모형까지. 뿐만 아니라 교토는 차(茶)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과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교토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발전을 거듭해도 도시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출세하고 싶으면 도쿄로 가고, 학자가 되고 싶으면 교토로 가라’는 옛말은 교토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전통과 역사라는 이름으로 한정짓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교토만의 농밀한 공기. 이 ‘단정한 느낌의 아우라’는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천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룩된, 소소한 듯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우리의 인사동에 위치한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예외적으로 고유의 한글 간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교토에는 세계 유명 체인호텔이 일본식 담장 안에 서 있고, 교토의 고유한 분위기에 속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과 역사로 한정지어 기존의 테마로 묶어 버리기에는, 교토는 또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지니고 있다. 현대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왔던 교토의 활기찬 모습이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교토 역 부근과, 가와라마치 역 근처의 쇼핑 아케이드인 테라마치 등 옛 것을 갖추었지만 동시에 현대화된 도시는 전통과 현재가 잘 결합돼 있어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로 쇼핑 상가가 떠들썩하다. 그 사이로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붉게 입술을 그린 게이샤가 총총히 지나간다. 잘 닦인 도로와 반듯한 건물들 사이로, 여러 시대를 거쳐 온 하나의 상징이 유유히 걸어가는 것이다. 21세기와, 수세기 전의 상징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생각해 보라, 그 독특하고도 멋진 조합을. 교토는 그런 곳이다.

앞으로도 교토에는 많은 시간들이 쌓여 갈 것이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그 모습을 지켜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남영 기자 tit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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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산책 코스

관광지를 둘러보고 쇼핑센터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지에서의 느낌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특히 개별여행에서는 루트를 조정하고 여행의 목적을 보다 확고히 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빡빡한 일정에서 한숨 돌리고, 교토의 공기를 보다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한다. ‘평화와 고요의 옛 수도’라고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교토에는 산책 코스로 즐길만한 곳들이 가득하다. 사찰이나 유적지, 유명 맛집을 연결시켜 자기만의 코스를 개발해 보는 것도 좋겠다.

▲ 철학의 길 (哲學の道)

금각사와 함께 국보로 지정돼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찰 긴가쿠지(은각사).

긴가쿠지 앞쪽에는 작은 수로가 흐르는 길이 있다. 이 산책 코스는 ‘哲學の道(철학의 길)’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에서부터 시작해 곧장 2km 정도 이어지며 나무들이 도로를 따라 심어져 있어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일본의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걸으며 사색을 했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이 길에는 사시사철 나무들이 우거지고 다양한 꽃들이 핀다. 특히 가을철에는 단풍잎이 수로 위에 떨어져,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여행자처럼 고요히 떠내려 간다.

조용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길 양쪽으로는 군데군데 전통상점과 공예품 가게가 서 있다. 산책을 하다가 가게에 들러 기념품을 구경하거나 작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잠깐 쉬어가는 건 어떨까.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넉넉하게 한 시간이면 충분한 이 길을 천천히 걸어보자.

철학의 길을 걷고 싶으면 교토 역에서 시 버스 17번을 이용, 긴카쿠지도에서 하차하면 된다.

▲ 기요미즈데라 언덕길

교토 역에서 시 버스 206번을 이용해 고조자카에서 하차하면,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이자 유명 관광명소인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언덕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펼쳐져 있는데, 모두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가벼운 산책 코스로 적당하다. 기요미즈데라로 뻗어있는 언덕길 중 하나를 골라 걸어 보자.

길 양쪽으로 교토의 대표적인 기념품들과 전통 의상, 공예품, 과자 등을 파는 상점들이 아기자기한 민가 사이에 서 있다.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기요미즈데라까지 힘들이지 않고 도착한다.

다리가 아프면 중간에 찻집이나 음식점에 들러 잠깐 쉬어갈 수도 있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나 가을 햇빛처럼 마음이 금세 따뜻해지는 길이다.

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해 이제까지 거쳐 온 언덕길과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자. 이렇게 보면, 교토가 다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