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29호]2007-09-28 05:35

필리핀 세부- "세부의 재발견
‘낯설음’그것을 즐기기 위해 떠난다

낯설음의 종류는 한이 없다. 피부색에 대한 낯섦, 냄새에 대한 낯섦, 풍경에 대한 낯섦, 여권에 찍히는 새로운 도장에 대한 낯섦....

우리는 이 낯설음을 경험하기 위해 오늘도 떠난다. 지겨운 일상을 벗어 던지고 내 속에 얼마나 다른 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가 타국에 갖고 있는 환상은 ‘낯설음’이다. 낯설음과 항상 함께하는 호기심, 이것이 진짜 여행을 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낯설음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남들이 가기 때문에 나도 가는 그런 여행은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다.

7천1백여개의 섬으로 수 놓아진 필리핀. 그 중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섬은 단연 세부다. 세부는 일곱 가지 색으로 변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맑은 미소의 사람들, 그리고 세련되고 편안한 호텔이 즐비해 한국에서는 휴양과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세부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세부를 별 의미 없는 휴양지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국적인 정취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고 세부를 돌아 본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부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눈으로, 가슴으로,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것이 여행의 정석이다. 낯설음에 호기심을 더해 그들의 해맑은 미소와 유명 유적지를 구석구석 다시 한 번 둘러 보자.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스페인 통치시대 역사의 발자취가 남부 항구 주변으로 모여 있어 하루면 충분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두발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 깃발 뒤에 숨어 보여 주는 곳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단 세부로 발을 들여 놓았으면, 양손에 지도를 들고 두발로 걸어 진짜 세부를 느껴보자. 역사의 숨결도, 필리피노들의 해맑은 미소도 우리가 깃발을 내던지지 않으면 절대 경험할 수 없다.

왜 그들이 타인들에게 항상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지, 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왜 이방인을 향해 손을 벌리는지… 그 경험은 내가 진짜 세부인들 속에 섞이지 않으면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상(理想)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각각 다른 땅을 밟을 때마다 비상을 꿈꾼다. 남들이 모두 같은 느낌, 일반적인 느낌으로 세부를 받아 들일 때, 당신은 다른 시선으로 한 단계 높여 그곳을 경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진짜 이유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세부=김현경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필리핀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598-2290
www.wowphilippines.or.kr
필리핀 항공 02)724-0088


[항공]
인천공항에서 막탄 국제공항으로 가는 직항편을 이용한다. 현재 필리핀항공과 세부퍼시픽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출발시간은 야간이며 운항시간은 약 4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현지 교통]
막탄 국제공항에서 세부 시내까지 차량 이동시 약 40분정도 걸린다. 택시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할 경우 일정한 요금이 정해져 있으나, 일부 택시들은 과한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 택시 탑승 전 요금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현지에서 지역을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나 세부를 직접 느끼기 원한다면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삼륜자동차 ‘트라이 시클’과 ‘지프니’를 타 보는 것도 좋다. 다만 트라이 시클은 부르는 게 값이니 요금 흥정이 중요하며(근처 5분 거리는 30페소 미만), 지프니는 노선을 정확하게 확인한 후 탑승해야 한다. (요금은 근교 약 6페소 정도)

어느 곳이든 타지에서는 항상 주의해야겠지만, 택시나 지프니 등의 교통을 이용할 때는 특별히 소지품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주요 호텔]
▲Plantation bay mactan (www.plantationba
y.com) ▲Shangri-la s mactan island resort(www.shangri-la.com) ▲Maribago bluewater beach resort(www.bluewater.com.
ph/maribago/home.php) ▲Marco polo plaza(www.marcopolohotels.com/cebu.html)

[주요 여행지]

①산 페드로 요새 - 항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산페드로 요새는 요새라 하기에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필리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난 1565년에 말뚝을 박아 만든 울타리만 세워져 있는 파수대였으나, 스페인 통치 시대였던 1783년 이슬람 해적 등의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현재의 모습처럼 석조로 다시 세워졌다.

스페인 통치 말기인 1898년에는 세부의 독립운동 세력에 의해 점령되었고, 미국의 식민지 시대에는 군막사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포로수용소로 사용된바 있다. 현재는 관광안내소로 이용하며, 내부는 대포, 성문, 전망대 등이 보존되어 있어 그때의 역사 상황을 상상하며 둘러 볼 수 있다.

②마젤란의 십자가 - 인류 최초의 지구일주 항해 ‘마젤란’을 떼어놓고 세부의 문화 배경과 세부인들의 삶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세부인들은 마젤란의 십자가를 가장 성스런 성물로 생각하며 마젤란의 군대를 물리친 위대한 독립정신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1521년 4월 필리핀 최초의 그리스도 교도가 된 추장 라자후마본과 그 일족 8백여명이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십자가에 치유의 능력이 있다고 믿는 세부인들이 십자가의 일부를 떼어내 물에 타서 마시거나 몸에 바르기도 해 실제 십자가는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다.

내부 천장에 그려진 벽화는 당시 세례 의식 광경이 잘 묘사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세부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여행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보면 도와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온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기도해 지혜롭게 행동해야만 한다.

③산토 니뇨 성당 - 세부 도시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지난 1565년 레가스피에 의해 세워졌으며 어린예수란 뜻인 ‘성어거스틴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산토 니뇨상은 세부 사람들의 수호신이며, 주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촛불을 키며 기도하러 오는 신도들로 가득하다.

성당 안은 촛불과 함께 수백년 전에 만들어진 조각과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어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특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예수상을 만지면서 간절히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④도교사원 - 세부 최고의 부촌인 베버리힐즈에 위치한 중국식 사원이다. 세부는 다국적 인종이 모여 살지만 그중 중국 화교들이 많아 중국 문화유산이 많다. 도교사원도 그중 하나다.

초록지붕과 빨강기둥으로 지어진 건물은 넓게 펼쳐진 푸름과 더해져 멀리서도 눈에 띈다. 99개의 계단을 올라 본당으로 올라가면 세부시와 막탄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본당 안에서는 기도를 할 수 있고, 간단하게 점을 칠 수도 있다.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실내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며, 모자 착용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