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1호]2016-06-13 09:26

[칼럼] 전재훈 이드코리아 대표





“무슬림 관광객이 과연 큰 손일까?”



문화적 특성 이해하고 공감해야
 

 
 
연일 무슬림과 이슬람에 대한 내용이 신문을 뒤덮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등의 결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수치로 따져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한국방문자 수 증가율 상위권은 인도(35.3%), 말레이시아(29.4%), 인도네시아(28.2)가 차지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합하면 무슬림 인구가 2억 명이 넘을 정도로 큰 시장임에 틀림없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공감대가 있는 동남아 무슬림들이 많이 방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야할 점이 있다. 먼저 이슬람력에서 가장 중요한 달로 꼽히는 라마단이 있다. 매해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한국에서 라마단은 6월 6일에 시작돼 30일간 계속된다. 라마단 기간에는 금욕과 금식을 기본으로 배고픔과 힘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기도하며 시간을 보낸다. 특히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일체의 음식 섭취가 금지된다. 라마단 기간 중 성지순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제외한 타 지역의 여행은 자제하는 분위기로 무슬림 대상 관광시장의 비수기라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관광 성수기는 겨울이다. 그들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눈’을 비롯한 계절적 체험 요소들을 경험하기 위해 방한한다. 상대적으로 여름 시즌은 비수기인 것이다. 또 한국 내에서 여름철은 워터파크 및 놀이공원 등의 특수시즌이지만 무슬림을 상대하긴 어렵다. 무슬림들은 화장실을 포함해 수영장 등을 반드시 남녀 분리된 시설로 사용해야 하며 수영장 내 히잡 착용 의무, 기도실 미비 등 관련 인프라가 없을 경우 여행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무슬림 관광객의 국가별 구매력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면세점을 비롯한 관광객 대상 쇼핑몰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맞춰져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와 구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체면을 중요시 하는 등 통 큰 고객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어떨까? 무슬림들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허용된 것’이라는 ‘할랄’ 상품이어야 한다. 할랄은 식품 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금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그러나 당장 면세점 및 쇼핑몰에서는 할랄 상품을 찾기조차 어렵다. 한국 상품과 문화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또한 구매력 있는 무슬림 큰손은 오일머니가 충분한 걸프국가(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 거주한다. 그들은 의료 관광 등 특수한 목적으로 방한하며 한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무슬림들을 앞 다퉈 유치하려는 지자체와 관광업계에서는 이러한 이해를 선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의 유무다. 무슬림 관광객을 당장 돈이 되는 고객으로 대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적 특성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업계가 되길 기대해본다.
 
 
who?
이슬람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빠져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게 됐다. 이후 이스탄불과 두바이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한국을 무슬림들에게 소개해주고자 무슬림 콘텐츠를 활용한 여행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 이드코리아의 대표로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에 선정돼 방한 무슬림을 위한 웹서비스 ‘할랄찹스틱스’를 운영 중이다. (http://www.halalchopstic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