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0호]2016-06-07 09:15

[칼럼] 김종덕 여행발전소 대표





“여행가시죠, 특별히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오히려 궁핍해진다는 뜻. 일례로 혼잡한 콘서트에서 자기만 잘 보려고 일어서면 모두 다 일어서서 결국 모두 다 제대로 콘서트를 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블루아메리카를 찾아서 p 80 , 홍은택 지음 , 창비>
 


합성의 오류란 개인적으로는 타당한 행동을 모두 다 같이 할 경우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때 쓰이는 말이다. 필자는 작금의 여행시장을 보면서 여행업에서 합성의 오류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1998년 IMF 이후 여행업은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판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소위 딱지(항공권) 위주의 시장에서 대형 홀세일 업체를 자청한 하나투어가 여행사 대상 영업을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패키지 상품 외 항공권 상품을 겸비해 외형 매출을 극대화 시켰고 이는 항공사로부터 더 싼 항공료와 블록좌석을 제공받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에 따른 한 차례 위기를 넘기고 다시 약 8년이 흐른 지금 여행시장은 또 다른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각 여행사 마다 영업의 한계를 느껴 소위 큰 여행사의 전문 판매 여행사로 간판을 내걸고 마치 내가 직접 상품을 기획 및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전판점 대표들이 손님을 만나면 흔히 고수하는 영업 방식은 “특별히 당신만은 이만큼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원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판매가에 대한 커미션에만 열중하기에 할인 및 특가가 넘쳐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바로 여행업에서 합성의 오류가 아닐까 한다.


사실 여행(사)은 실체가 없다. 무형의 원가(항공료, 지상비, 호텔, 교통 등)를 가공해서 판매가라는 생명을 불어 넣는 곳이 바로 여행사다. 하지만 원가나 여행에 필요한 각 요소들을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 및 공급의 불일치로 가격은 늘 요동치고 설령 가격을 수용한다고 해도 좌석이나 객실 확보는 늘 어렵다.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 여행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항공사, 랜드사, PSA 업체 관계자들이 늘 회사를 방문하지만 규모가 작은 여행사는 만남의 기회도 정보에 대한 확인 조차 어렵다. 큰 회사는 더욱 싼 원가와 최신정보로 무장하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점차 소외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여행업계의 쓸쓸한 민낯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경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 계층과 중장년층의 대립, 비정규직의 양산, 대량해고 등 눈으로 보기에도 무서운 내용들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발 한 번 잘못 옮기면 까마득한 절벽으로 떨어지듯 어려움이 산재한 상황에서 “지금 빨리 어서 여행을 가라”고 얘기하고 등 떠미는 것은 어쩌면 반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제대로 된 상품과 콘텐츠 없이 가격으로만 손님을 떠보고 모두 다 같이 할인에 목매는 전략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ho?
김 종덕(jdkim100@naver.com )
여행발전소(주) 대표이사로 경기대학교에서 관광경영 석사를 마쳤다. 현재는 여행사 직원용, 여행실무/원가정보 공유 랜드피닷컴(www.landfee.com)과 단체블럭좌석/지역별 지상비 공유 GV10(www.GV10.com) 사이트를 운영하며 여행업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전 을지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 겸임교수 또한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