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0호]2016-06-07 09:14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신부는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난다”
 


처음에는 모델인 줄 알았다. 훌쩍한 키에 남다른 복장과 메이크업,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바이 5성급 호텔에 묵으려면 이 정도 수준은 돼야 하는 구나’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자 곁으로 화려한 양복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그녀를 껴안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실례인 줄도 모른 채 쳐다보다가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대놓고 쳐다본 것이 아니라 흘깃거리며 보다 마주친 눈이었기에 순간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마치 관음증 환자가 된 것 같았다. 순간 ‘이렇게 관음증 환자가 될 수는 없지!’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무 예뻐서 쳐다봤어요. 제가 당신을 찍어도 될까요?”라고.


그녀는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웨딩사진을 찍기 위해 이 호텔을 찾았다고 말했다. 예쁜데 친절한데다 그녀는 내 카메라를 또렷이 쳐다보며 아름답게 웃었고 포즈까지 열심히 취해줬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서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멀리서 나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다른 동행인들도 우르르 오더니 내 뒤에서 그녀를 찍기 시작했다. 호텔을 보러왔지만 모두 신부에게 매료됐다. 화려하지만 감흥 없었던 두바이 베르사체 호텔이 그녀로 인해 내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인연만큼 강한 기억촉매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15년 11월 두바이,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