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7호]2016-05-13 11:14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숫자에 빠진 인바운드, 질적 성장은 모르쇠
 
 
‘3월 중국 아오란 그룹 6천 명’, ‘5월 중마이 그룹 임직원 8천 명’, ‘6월 허벌라이프 중국지사 임직원 1만 명’.

최근 한국을 찾는 인센티브 중국인 단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센티브 및 포상관광을 목적으로 방한하는 대형 중국인 단체는 규모가 워낙 크고 현지 체류 및 소비액 또한 일반 관광객의 3배 이상 많다. 이 같은 뛰어난 경제적 효과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중국인 포상 단체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인센티브, 회의 포함 중국인 MICE 단체의 방한은 사회 전반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지난 3월 28일 인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치킨 3,000마리가 동원된 ‘치맥’파티를 열었던 아오란 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 기관과 언론은 이 행사를 그야말로 대륙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이벤트로 소개하며 한국 관광의 순조로운 상황과 한류 여파를 집중 홍보했다. 이에 질세라 중마이 그룹 관계자 4,000명이 참가한 최근의 한강 삼계탕 파티 또한 전무후무한 중국의 힘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기사만 보거나 부처의 보도자료만 검토하면 모든 상황이 마냥 호재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 중 누구도 아오란 그룹이 무슨 이유로 한국을 택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들이 즐긴 치맥 파티나 삼계탕 파티가 분위기를 제외하고 맛과 질로 만족감을 줬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숫자 놀음과 일종의 과시 자료가 MICE관광지로써 한국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그보다는 포상 차 한국을 찾았던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MICE산업의 효과이자 지향점이다.

정부는 내수 불안과 지속적인 경기 둔화를 이유로 중국인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축제를 개최하거나 몇 천인분의 음식을 제공하거나 멀쩡한 고궁을 휴일 날 열게 하는 이벤트가 답이 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입으로는 ‘질적 성장’을 외치면서도 밖으로 보이는 숫자와 ‘양적 성장’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한국 관광의 미래는 계속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