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13호]2007-06-08 11:23

[현지취재] (上) 라오스 루앙프라방
현지취재(上) 라오스 루앙프라방

라오스의 경주

루앙프라방에 가다


대형 버스는 길에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5층 이상의 높은 건물도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외부 세계와 떨어져 독자적으로 흐르는 듯한 시간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UNESCO)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라오스의 옛 수도, 루앙프라방(Luang Prabang). 그곳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나른함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진행 중인 아시아 사람보다는, 유럽인이 여행객의 주를 이룬다. 맥주가게나 레스토랑, 게스트 하우스와 호텔 등 거리 어디에서나 반바지에 큰 배낭 하나를 달랑 멘 유럽인들을 만날 수 있다.

스님들의 교육기관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나무 울타리를 붙들고 어린 스님이 수줍게 말을 건다. “Where are you from?”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단박에 “안녕하세요”라고 외친다. 그 뒤로 수많은 동자승들이 몸을 숨긴 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오랜 외세의 침입과 지배 속에서 시달려 온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도, 라오스인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고 수줍다.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국민의 90% 이상이 소승불교를 믿는 이 나라에서는 용서와 자비도 일상인가 보다.

멀리서 나른하고 시원한 밤을 즐기는 여행객들의 건배 소리가 들려온다. 밤마다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형형색색의 세공품들과 직물을 파는 가게가 천막 아래 길게 늘어서 있다. 여타 동남아 관광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호객 행위도 루앙프라방에서는 볼 수 없다. 그저 작은 미소로 사람의 마음을 붙들 뿐이다.

건물마다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저녁이면 거리에 즐비한 서양식 맥주가게도 활기를 띤다. 라오스의 전통 음식은 물론, 피자와 스파게티를 비롯한 다양한 서구 음식도 얼마든지 있다. 특히 과거 프랑스 지배의 영향으로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원한다면 매일 맛볼 수 있다.

자전거 대여소도 곳곳에 눈에 띈다. 하루에 1천낍, 약 1달러에 해당하는 돈이면 종일 대여가 가능하다. 루앙프라방 안에서 사람들은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 탈 때의 속도로 느긋하게 문화유산을 관람한다.

약 20만 명 정도의 적은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루앙프라방은 게스트 하우스를 제외, 호텔만 20여개에 달할 정도로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특히 라오스는 배낭여행자들에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힌다. 메콩 강과 숲 등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물론, 프랑스와 라오스 전통 문화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서서 ‘정’으로 다가 오는 그들은 주황색의 승복을 입은 승려들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라오스=서남영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베트남항공 한국지사 02)757-8921. (www.vietnamairlines.co.kr)


[라오스 정보]

▲ 공식 국가명 : 라오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Lao People’s Democratic Republic)
▲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 내륙에 위치. 북으로는 중국, 남으로 캄보디아, 동으로 베트남, 서로는 태국과 국경을 함께하고 있다.
▲ 주요 언어 : 라오어
▲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늦다.
▲ 환율 : 공식 통화단위는 낍(Kip)이다.
1달러=약9600낍.
태국 ‘바트’와 미국 ‘달러’도 일상적으로 사용 가능.

▲ 루앙프라방은
1995년에 유네스코(UNESCO)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더욱 알려지게 된 루앙프라방은 18세기까지 이 나라의 수도였으며 라오스에서 가장 많은 역사적 유산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문화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여행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 승려들의 새벽 공양 행렬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볼만한 풍경으로 승려들의 공양 행렬을 꼽을 수 있다. 매일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시내 주변 사원에서 공양하러 나온 승려들과 시주하러 나온 일반인들로 거리는 장관을 이룬다. 사실 이 탁발공양 승려들 중 20% 정도만 ‘진짜 스님’이 되며 라오스에서는 절이 주요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방법
한국에서의 직항은 없으며 태국, 베트남, 중국, 등을 거쳐 수도 비엔티엔과 루앙프라방으로 도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