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00호]2007-03-09 15:38

[튀니지] 3개 문명의 공존지대(上)
"새로운 신화창조의 길 열리다"

흑인은 없었다. 1956년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은 아프리카 탈출이라는 비상을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대한 아프리카 대지와 초원으로는 부족했을까. 아니면 현안에 눈을 뜬걸까. 아프리카라는 대지를 빌어 이슬람, 유럽, 그리고 아시아적 정서까지 무려 3개 문명을 끌어 안은 튀니지.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튀니지에는 수도 튀니스의 구 도시 메디나와 엘 자이투나 모스크, 지중해에서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이 눈부신 시디 부 사이드, 또 마운틴 오아시스와 협곡, 소금호수, 지중해 최고의 해변을 자랑하는 함마메트까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아랍 여인네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인 등 튀니스 구 시가 메디나의 전통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국적 인종들. 로마, 비잔틴, 터키, 프랑스 등으로부터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아 온 튀니지에는 이렇게 복잡한 역사의 과거와 현대의 산물들이 섞여 있다. 동양적인 분위기와 아랍의 정서가 혼미된 시드 부 사이드의 전형적인 가옥들은 하얀 집과 청색의 대문을 뿜어내 지중해 지역의 창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으로 튀니지의 주요 언어에 불어가 빠지질 않는다. 리비아와 알제리를 주변국으로 한 튀니지의 종교는 물론 90% 이상이 무슬림.

전통적으로 다이아몬드 생산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튀니지 역시 다이아몬드와 수공예품, 모자이크장식 등이 유명하다. 또 맛깔스런 커피와 와인도 빼놓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생김새와 달리 무척이나 친절한 이들에게서 아시아적인 교감이 온다. 튀니지는 이렇게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라는 3개 문명이 만나는 지중해 지역에서 보기 힘든 또 다른 지중해이기도 하다. 짙은 녹음의 숲길, 강렬한 태양과 시원한 오아시스가 되어 주는 그늘, 또 카르타고, 로마, 기독교, 아랍 등 마치 세계를 집합시킨 모양새다. 그저 복잡 다양하기만 한걸까. 쭉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튀니지의 미래가 엿보였다. 고속도로 양옆의 가로수가 “너희들에게 천년의 역사를 고하느니라”라고 읖조린다. 낮은 산세에서부터 시작된 이들의 의식은 “네. 언제나 몸을 낮추겠습니다”라고 화답을 한다.

짧은 역사의 튀니지에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새로운 신화창조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아니 어쩌면 3개 문명을 통해 이미 충분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튀니지=함동규 차장 titnews@chol.com
취재협조=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점 02)2022-8400/튀니지 대사관 02)790-4334.


[튀니지 카페]
우리나라의 휴게소 정도로 보면된다. 고즈넉하다기 보다는 마치 지구촌 세계인들의 집합소와도 같다. 튀니지를 가르는 중간에 위치한 튀니스 카페 앞에는 늘 관광버스로 가득찬다. 라틴계부터 아랍인, 유럽인, 서구인들이 자유롭게 마음을 여는 쉼터가 튀니지안 카페다.

계단에 걸터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카푸치노를 테이크아웃해서 망중한을 즐겨도 좋다. 이집트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담하다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다양한 문명의 유적지들을 보기 위한 전초전이기도 하다.
소담한 담벼락을 끼고 검은 개 한마리가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제대로 감상하듯 널부러진 모습은 이곳 튀니지의 현실처럼 다가 온다.

물론 튀니스 카페는 작고 평범하다. 무엇하러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오냐고 하면 딱히 대답하기도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찾아야 할 이유는 여기가 바로 튀니지이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까지 불과 1시간30여분. 프랑스 카페거리와 다국적 인종들을 한 눈에 만날 수 있고 튀니스를 가기 전에는 튀니지 역사박물관과 세계 5대 모스크를, 그리고 반대편으로 4시간여 거리에 사막에서의 4륜구동과 미데스 협곡까지 다양한 액티비티의 세계로 안내 받을 수가 있다. 오늘도 이렇게 전 세계 관광객들이 그 커피 맛을 음미하고 있다. 튀니지 한 복판엔 튀니스 카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