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13호]2018-01-05 10:12

2018 소비트렌드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WAG THE DOGS’
 
 
정통 뉴스보다 SNS나 1인 방송이 정보 창구로 활약

여행은 ‘가끔 멀리’보다 ‘자주 가까이’로 시각 달라져

소유 보다 경험, 가격 넘어 소비자 마음까지 자극해야
 
 
2018년 한국 사회는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의미의 ‘왝 더 독(Wag the dogs)’ 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전망이다. 풀어 말하면 소비 및 라이프스타일에서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이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매년 발표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른 분석 결과이다.

본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세대 간 진통을 겪으며 소위 비주류가 주류를 흔드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규칙과 사회 통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하는 젊은 층의 욕구가 B급 문화의 성장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욜로 문화를 트렌드로 정착시킨 것처럼 올해도 비슷한 현상들이 예측된다. 종합 언론이나 정통 뉴스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더 인기를 끌고, 연예인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보다 플랫폼을 위시로 한 1인 방송과 크리에이터가 유행을 주도하는 것이 그 예다.
 

김 교수가 책을 통해 제시한 10대 소비 키워드는 ▲소확행(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 ▲가성비에 가심비(마음의 만족)를 더한 플라시보 소비(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 ▲워라벨 세대(Generation ‘Work-Life-Balanced) ▲언택트(비대면) 기술(Technology of Untact) ▲절대 휴식의 장소를 의미하는 ‘나만의 커렌시아(Hide Away in Your Querencia) ▲만물의 서비스화(Everything-as-a Service) ▲매력·자본이 되다(Days of Cutocracy) ▲미닝아웃(One’s true colors ‘Meaning Out’)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해(Gig-Relationship, Alt-Family)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Shouting out self-esteem) 등이다.

김난도 교수는 “2018년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경제 분위기는 개선되었지만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상상 속의 기술이 빠르게 현실화 되며 삶과 문화를 바꾸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며 한류는 확산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과 관광산업의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2018년 나라 살림을 살펴보면 총수입은 447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가 증가했으며 총지출은 429조원으로 전년대비 7.1% 늘어났다. 보건, 복지, 노동분야에 최초로 정부 총지출의 3분의 1을 넘는 예산(146조 2,000억 원)이 편성된 점이 특징이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6월에는 러시아월드컵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등 대형 이벤트가 몰려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기대된다. 또 하나 주목할 현상은 인도어 문화의 활약이다. 아웃도어의 반대말로 ‘집’이라는 공간이 일상의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인도어 스포츠와 VR카페는 다양한 테마와 접목하며 발전하고 대형 아울렛 등 체험헝 쇼핑몰도 지속적인 개점을 예고하고 있다.
 
 
▲소확행 :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거창하지도 않다. 지금 여기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하면서 살자”라는 2017년 욜로 열풍에 이어 올해는 소비자들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현 가능한 행복을 일상에서 구한다. 행복에 대한 인식이 미래에서 지금으로, 특별함에서 평범함으로 강도에서 빈도로 개념이 달라지는 것. 사소한 일상에서 즐기는 행복감을 고객들이 선호함에 따라 기업 역시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좀 더 넓은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필요하다.

참고로 올해 여행은 ‘가끔 멀리’ 보다 ‘자주 가까이’로 전환될 예정이다. 가까운 동네, 문화 센터, 작은 서점과 공방 등에서 손쉽게 정보를 얻고 문화적인 충전을 하는 것. 최근에는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일 년에 한 번 긴 휴가를 이용해 떠나는 여행도 인기지만 주말을 활용해 집 근처로 수시로 휴가를 떠나는 ‘워크엔드 겟어웨이’가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집 근처 호텔에서 1박을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상품 또한 수요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삼성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2017년 여름 휴가철 동안 수도권 호텔에서 기록한 카드사용 실적은 2014년 비해 32.4%나 증가했다. 긴 휴가를 갈 수 없다면 짧은 휴가라도 자주 즐기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된 사례다.
 
 
▲플라시보 소비 : 가성비의 열풍에 이어 가심비, 즉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이 소비 패턴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가 성능이나 객관적인 표준을 넘어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가심비는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소비자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지출할 때, 소비자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을 때 그 만족감이 극대화 되는 것. 이에 따라 굿즈(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와 연관된 상품) 소비의 월등한 매출 향상이 기대된다. 실제 최근 굿즈 소비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아이돌 상품에서 파생한 굿즈는 향후 1,000~1,300억 원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가심비 중심의 소비 패턴은 소비가 더 이상 결핍의 충족이라는 평면적 기능을 넘어 소비 주체의 감성을 어루만져야 하는 고차원의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워라벨 세대 :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 워라벨 세대는 1988년 생 이후부터 이제 갓 사회로 진입한 1994년생까지의 세대를 직장 생활의 관점에서 규정하는 명칭이다. 큰 돈을 벌지 않아도 자신의 여가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길 바라는 동 세대의 출현은 새로운 직장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불완전함 그대로를 수용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자기애를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 제로를 선호한다. 개인 생활보다 직장생활을 우선시하는 과거 세대와 달리 일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자신, 여가, 성장은 다른 어떤 것과 달리 희생할 수 없는 유일한 가치다. 온라인 네트워킹을 즐기며 획일화된 취미 보다는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여가 생활에 더 초점을 맞춘다. 이들의 소비와 여가 스타일은 우리 사회의 향후 소비 트렌드를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가 될 것이다. 단 기성세대와의 조화나 세대 간 갈등 해결은 과제다.
 
 
▲언택트 기술 : 단어만 들으면 어려울지 모르지만 개념은 쉽다. 사람 대신 기계가 주문을 받는 맥도널드, 기차역 창구, 공항 셀프 서비스 등이 모두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다.
무인 서비스를 함축하는 개념으로 사람과의 접촉, 즉 콘텐트를 지운다는 의미에서 언택트라는 신용어가 탄생했다. 언택트는 상황 적응적이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무인이나 비대면 기술을 넘어선다. 언택트 기술의 보편화는 일자리 감소와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제외시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동안 무료로 인식됐던 인적 서비스가 프리미엄화면서 서비스 차별화가 핵심으로 등장하는 등 관련시장의 변화도 불러올 것이다. 24시간 세탁 서비스, 편의점, 차별화된 ATM 도입, 항공사들의 챗봇 서비스 도입처럼 소비자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변하는 가운데 기술을 통한 가치 제공은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나마의 케렌시아 :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일종의 안식처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제3의 공간인 케렌시아에서 사람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전장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수면카페, 책맥카페, 비어요가 등 신선하고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로 변신하는 공간들과 공간 비즈니스 자체가 꾸준한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1인 가구, 1코노미의 증가로 인해 자신만의 공간을 활용하고 싶은 욕구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심리적 위안과 안정을 주는 ‘집’에 대한 개념도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미닝 아웃 : 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 취향과 정치적 사회의 신념을 커밍아웃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미닝아웃이라고 명한다. 전통적인 불매 운동이나 구매운동과 차원이 다른 지점은 그 의미가 다양해지고 표현방법 또한 일종의 놀이처럼 변하고 있다는 데 있다. SNS에 자기 관심사를 해시태그로 붙이고 집회를 축제로 만들며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은 패션을 선보인다.
소비자들의 이런 변화에 기업도 달라진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정치 사회적 성향에 따라 기업이 위기를 맞을 수도, 기회를 얻을수도 있다. 기업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를 브랜드 가치로 재확산시킬 수 있다.
 
한편 김 교수는 ‘트렌드’와 이보다 넓은 개념인 ‘메가트렌드’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트렌드란 단순한 유행을 넘어 1~5년 정도 지속하며 상당수 소비자들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욜로나 1코노미 같은 키워드가 이 트렌드의 범주에 든다. 반면 메가트렌드는 대다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뜻한다. 나아가 메가트렌드를 넘어 30년 이상, 다시 말해 세대를 넘어 지속하는 현상은 문화라고 부른다.

그가 선정한 9대 메가트렌드는 ▲Monetary Value 과시에서 가치로(개인화와 정보 환경의 변화로 가치소비 확대) ▲Experience 소유에서 경험으로(소비의 고도화와 SNS가 그 배경) ▲Get Now-and-here 지금 이 순간, 여기 가까이(이자율과 자산 가격의 하락, 불투명한 미래에 대응하는 소비) ▲Active Consumers 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소비자 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요한 이해 당사자) ▲Trust 신뢰를 찾아서(과잉근심, 각자도생의 시대, 미숙한 정부의 대처도 한몫)▲Responsible Consumption ‘개념 있는’ 소비의 약진(과시의 대상이 ‘부’에서 ‘개념’으로 바뀌다)▲Evolution of the Sharing Economy 공유경제로의 진화(소비자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정책적 배려의 융합)▲No Stereotypes 개성 앞에 금기는 없다, 무너지는 경계와 고정관념(집단주의적 규범을 누른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득세) ▲Discord between Competition and Relaxation 치열한 경쟁과 안락한 휴식 사이에서(대립되는 키워드의 병존이 모순이 아니라 필연이 되는 상황)이다.

자료 참조=[트렌드코리아 2018/미래의 창/김난도 외 다수]
취재부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