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13호]2018-01-05 10:06

장기여행 한달 살기

체류와 휴식 겸한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각광

번아웃 걸린 직장인, 젊은 층 중심으로 체험 사례 증가
 
 
“우리 이제 좀 쉴까?”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쩌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걸 못하는 사람들일지도 몰라. 가만히 있지 못하잖아. 어릴 때는 엄마가, 커서는 선생님이, 좀 더 커서는 사회가, 우리를 가만두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 이제 좀 쉴까? 그냥 쉬러만 와도 좋아. 널브러져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아. <글 출처 = 한량유치원(http://freepeople.camp)>

누구나 한 번쯤 긴 휴가를 꿈꾼다. 낯선 도시에서 눈을 뜨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전통 시장에서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들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여유로운 삶. 장기 여행이 주는 매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장기 여행이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물건의 소유와 집착 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주변인들과 공유하는 소비 트렌드가 인기를 끄는 탓이다. 자연스레 남들과 똑같이 시기에 떠나 짧게 흉내만 내고 돌아오는 단기적인 일탈 보다는 한 곳에서 길게 체류하며 독특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기 여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기 여행의 히트 상품격인 한 달 살기 그리고 스테이케이션 현상 등을 분석해 봤다.
취재부 titnews@chol.com
 
 

<일상과 떨어진, 여행지에서 누리는 일상>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휴식과 힐링을 동시에 추구하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 문화가 급속도로 여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체류(Stay)와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신조어인 스테이케이션은 달라진 여행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여행하기 위해 돈을 벌고 지나치게 열심히 살지 않으며, 순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이른바 욜로족의 탄생은 단기 여행에서 장기 여행으로의 트렌드 변화를 일궈냈다.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이 ‘한 달 살기’로 대표되는 체류 여행이다.

한 달 살기 여행객들은 잘 알려진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도시의 유명한 번화가를 방문하는 대신 흡사 그 지역에 거주하는 현지인처럼 삶에 녹아드는 생활 속 여행을 선호한다. 당장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에 #한 달 살기 #체류 여행 #장기여행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백 개의 검색 결과가 노출된다. 가까운 과거에는 직장을 관두거나 전문직 위주로만 떠날 수 있었던 것이, 대중화 된 것이다.
 

각광 받는 목적지는 단연 제주도다. 비용과 언어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면서도 기존 생활과는 차단될 수 있고 숙소를 구하거나 운전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제반 요소 또한 타국보다 효율적인 탓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숙소 컨디션과 기타 비용을 합하면 최소 100만 원 이상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뿐만 아니라 도쿄, 발리, 태국 등 단거리 목적지들도 한 달 살기의 단골 목적지로 꼽힌다. 특히 노마드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발리와 태국은 아예 이들을 겨냥한 스타트업 지구가 설립되는 등 비즈니스 목적지로도 부상하고 있는 지역. 물론 미국이나 서유럽 등 먼 타국에서 여행과 일상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달 살기를 체험한 여행객들의 패턴과 경험담 또한 흥미롭다. 제주도에서 방을 빌려 반려견과 함께 한 달 살기를 즐긴 30대 후반 여성부터 대기업을 관두고 일 년 간 미국 전역을 여행한 40대 부부, 배낭여행 중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예 장기 배낭여행객으로 전환한 20대 후반의 연인, 15년 간의 자영업자 생활을 접고 치앙마이에서 3개월째 휴식을 취하고 있는 50대의 남성까지 모두 제각각이다. 각각의 이유와 과거를 막론하고 대부분 쓸 수 있는 만큼 긴 휴가를 즐기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관련 업계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쓰지 않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객실 공유 사업과 장기 여행자들을 위한 창의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문화 기업 등이 성행하는 추세다.

일례로 에어비앤비(Airbnb)는 현재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 창립 이래로, 어디에서나 편안하게 머물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독특한 여행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사명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191개 국가 65,000여 개 도시에서 아파트, 빌라, 성, 나무집 등 수백만 개의 특색 있는 숙소를 제공하며 트립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현지 커뮤니티 행사와 경험을 제안한다. 크고 작은 사고와 함께 이슈도 많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에어비앤비의 성장률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빈번해진 해외여행 문화, 그러나 아직 소수일 뿐 >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시장의 성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도 상당하다. 패스트 패션처럼 ‘한 달 살기’ 또한 그저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빈번해진 해외여행과 함께 여행 인구는 지속 증가하겠지만, 사회 적으로‘장기휴가’의 여건을 갖추지 못해 지속 성장은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기휴가’에 대한 전망은 역시 어두웠다. 장기휴가제도에 대한 의향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잘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드문 것.
 

우선 급여소득자(479명)의 85.6%가 장기휴가제도를 이용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과 비교했을 때 장기휴가를 떠나고 싶어 하는 급여소득자가 더욱 많아진(2011년 73.6%→2017년 85.6%) 모습이다.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20대 급여소득자가 장기휴가에 대한 바람(20대 93.9%, 30대 87.3%, 40대 78.3%, 50대 83%)을 보다 강하게 내비쳤다. 장기휴가를 이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재충전할 기회(72.7%, 중복응답)를 갖고자 함이었다. 또한 직장인으로 장기휴가를 보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고(68%),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47.1%)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장기휴가를 통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39.8%)는 의견도 적지 않아, 장기휴가제도의 시행이 해외여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장기휴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았다. 급여소득자의 6.9%만이 현재 직장 내에서 장기휴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상대적으로 공공기관(17.2%)과 대기업(16.5%) 종사자들이 이런 혜택을 비교적 많이 누리고 있었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경우 단 3%만이 장기휴가제도가 있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장기휴가제도가 실제 도입될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까? 장기휴가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급여소득자는 63.7%로, 앞서 살펴본 장기휴가제도를 사용하고자 하는 의향(85.6%)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개인의 바람과는 달리 직장 내에 장기휴가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결코 적지 않다. 과중한 업무와 직장 상사 및 부서원의 눈치 때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장기휴가제도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먼저 급여소득자 10명 중 9명(89.4%)이 장기휴가는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으며,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데도 74.5%가 공감했다. 장기휴가가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74.7%에 이르렀다. 201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장기휴가가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2011년 84.3%→2017년 89.4%),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며(2011년 61.8%→2017년 74.5%),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2011년 65%→2017년 74.7%)는 의견이 모두 증가했다. 더 나아가 급여소득자의 82.9%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차별화된 휴가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라는 인식(2011년 68.4%→2017년 77.7%)이 그만큼 뚜렷해진 것이다. 물론 장기휴가제도의 도입에 대한 우려도 적지는 않았다. 장기휴가의 이용에는 금전적, 재정적 부담이 따르고(71.4%), 장기휴가로 인한 업무 프로세스 및 관리의 어려움이 불가피하다(62.8%)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6명(60.5%)이 최근 3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가지고 있을 만큼 해외여행이 ‘대중화’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조사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밝힌 응답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2014년 49%→2015년 50.3%→2016년 55.8%→2017년 60.5%) 추세로, 해외여행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남성(55.3%)보다는 여성(65.1%), 그리고 20~30대 젊은 층(20대 64.4%, 30대 70%, 40대 53.6%, 50대 54%)의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더욱이 2명 중 1명 정도(46.5%)는 이왕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면,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조사와 비교했을 때 한국인이 별로 없는 곳으로의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2015년 39.6%→2016년 41.3%→2017년 46.5%)도 뚜렷해졌다.
 
 
 
장기 여행 여기와 상의하세요!
 
▲비플(B.Pl-Beyond The Place) :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듭니다.” 공간 컨텐츠를 위한 전문가들이 모여 기존의 부동산 시장에 없던, 지역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개발 및 전파하고 있다. ‘유휴공간 / 도시민박업’ 전문 운영대행 서비스로 여유 있고 만족도 높은 공간 운영과 컨설팅을 돕는다. 서울, 부산, 제주 등 총 50개 숙소의 컨설팅과 위탁운영을 경험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최초 예약 문의에서 예약 확정, 숙박 중 문의와 체크아웃 후 관리 등 모든 게스트의 문의를 관리한다. 또한 기본적인 시즌(성수기, 비수기) 및 특정 휴일 등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공실율을 낮추고 수익율을 높인다. 현재 아름다운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한달살이’공간 한림 레몬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http://www.beyondtheplace.kr)
 
▲미스터멘션(Mr,Mention) :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 세계 한 달 살기 문화를 서비스 하고 있다. 최초의 장기 숙박 예약 플랫폼으로 최소 20일부터 최대 석 달까지 임대가 가능하다. 한 달 살기, 보름 살기, 일주일 살기 등 다양한 체류 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쉼과 현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제주도를 포함해 부산,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등에서 한 달 살기 문화를 알리고 있다. 추가로 해외 여행사와 제휴해 로마, 파리 등 향후 전 세계 한 달 살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http://www.mrmention.co.kr)
 
▲한량유치원 : 한량유치원은 팝업 쉐어하우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 전라남도 목표에 도미토리 형태의 거주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주도에서 비슷한 개념의 쉐어하우스를 운영한 바 있다. 특별한 이벤트나 관광 없이 오롯이 쉬고 즐기며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한량’이 최대 목표. 원생 모집 기간이 정해지면, 입주자 신청을 받아 신청서를 검토한 다음, 후보자에 한해 개별 연락을 취하는 형태다. 거주비는 약 40만 원 수준. 목포 하우스는 최소 48일에서 최대 79일 간 운영될 예정이다. (http://freepeople.c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