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112호]2020-08-04 10:52

산업은행,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 일축
현대산업개발 진정성 없으면 매각 무산 불가피, 플랜B 준비
12일까지 결론 없으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 방안 마련 될 듯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지난 3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며 일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하여 12주간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요구한데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하며,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계약 당사자들에게 하루속히 재실사에 응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 24일 금호산업 등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산업 정상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최초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재차 표명하고, 인수 상황 재점검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신들의 진정성 있는 재실사 제안에 대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되었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 조건 충족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당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지난 7월 29일 오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목표를 두고 인수 절차를 진행해온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러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선행 조건 미 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HDC현대산업개발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거래종결을 위해 재실사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재실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는 경우 혹은 국유화의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적 과정이며,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제표에 근거한 막연한 낙관적 전망만으로는 결코 아시아나항공 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항공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상황 점검과 그에 기초한 제대로 된 대응 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위기 원인 파악과 금호산업의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 등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규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HDC현대산업개발만이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그대로 떠안게 되어 결국 양사가 동반 부실의 위기에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만약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독단적으로 거래 종결 절차를 강행하여 거래가 무산된다면 아시아나항공에 막대한 국가의 혈세만 낭비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부의 억측과는 달리 재실사 요청은 계약금을 반환받기 위한 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매도인 측의 선행 조건 미 충족과 진술 및 보장 위반 등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계약 해제를 선언한 후 반환 절차를 밟아도 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에 정상화함으로써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을지와 계약 당사자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분담해야 할지 등 지금보다 발전된 논의가 가능할 것이며,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관계자들 간 협력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진행으로 인수계약 당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한 계약 당사자 간 정확한 인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재실사에 응할 것을 요청하며, 재실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를 시작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의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를 위해 이미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행위들을 중단하고, 8월 중 재실사 개시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에 대해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3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12주간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행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합병 과정 동안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간의 인수 활동에도 통상적인 인수·합병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행장은 "현대산업개발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인수가 전제되면 인수 후 영업 환경 분석 및 재무구조 분석을 위한 제한적인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측은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아시아나항공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오는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행장은 "오는 11일까지 현대산업개발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12일에 계약 해지 통지가 가능하다"며 "실제 통지 실행 여부는 현대산업개발의 최종 의사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도 준비 중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우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한 뒤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에 대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인 산업은행 간의 의견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어 양측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오는 12일 이후 최종적으로 무산 될 가능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면 산업은행과 현대산업개발 간의 계약금 반환 소송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