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03호]2009-03-20 08:49

[美 네바다주] ‘몸치가 액티비티를 만났을 때!'

바다 닮은 레이크타호, 다채로운 즐길거리의 또 다른 이름

글 시작에 앞서 이 기사는 미 네바다주를 알리는 발걸음인 동시에 한 기자의 처절한 체류기라고 이미 지난 호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특별히 현지에서 큰 자연재해를 당했다거나 물질적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엄살을 피는 이유는 바로 레이크타호에서 겪었던 아찔한 죽음(?)의 기억 때문. 그 짜릿했던 여행의 추억을 필두로 레이크타호에서 누릴 수 있는 갖가지 액티비티를 소개하는 길에 모두를 정중히 초대하는 바다.

미 네바다주 레이크타호=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네바다주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3232 / www.TravelNevada.com |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 02)751-0300.


여행을 떠나 새로운 땅과 풍경을 눈에 익히고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는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익숙하지 않은 장소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곧바로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어느 여행지를 가도 기자가 정을 붙일 수 없는 일이 있다. 바로 ‘액티비티(activity)’.

원래 운동 혹은 활동을 지칭하는 이 단어는 관광업계에서는 좀 더 광범위한 뜻으로 사용되는데 축약하자면, 다양한 활동 혹은 즐길거리 등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관광지를 소개할 때마다 액티비티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홍보 메뉴가 됐다. 바다를 벗 삼아 즐기는 무동력 해양스포츠부터 온 몸에 땀을 흘려야 하는 산악바이킹과 하이킹, 그리고 높고 험난한 산 곳곳을 누비는 트레킹까지. 액티비티의 종류와 수를 나열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미 네바다주의 심볼이라 일컫는 레이크타호(Lake Taho) 역시 구태의연하지만 이러한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정평이 자자한 곳. 리노시에 속한 레이크타호는 직경 12마일(19㎞) 둘레가 22마일(35㎞) 정도의 넓이에 자연 그대로의 호수가 115㎞나 이어진다.

특히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물은 직접 마셔도 몸에 무관할 정도. 레이크타호를 중심으로 서쪽은 캘리포니아 동쪽은 네바다주로 구분되며 호수 주위를 둘러싸고 그림같은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직접 가서 보면 우리나라의 청평이나 양평에 들어선 별장들과도 조금 닮아있는데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대단한 규모는 아니다. 관계자는 별장 외에도 일반인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성격의 집들도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휴일에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동계올림픽을 2번이나 유치했을 정도로 탁월한 설량과 눈의 질을 자랑하며, 날씨는 약간 쌀쌀한 탓에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2월에도 매서운 바람과 싸워야했던 기억이 남는다.

여름에는 한국보다 약간 덜 덥고 겨울에는 한국보다 춥다고 생각하면 편안하겠다.

일 년 사계절 내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네바다주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유한 레이크타호에서는 실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눈으로 뒤 덮인 산을 오토바이 형태의 모빌을 타고 힘껏 달리는 스노우모빌부터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신비의 스키장,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맨틱 리버크루즈까지. 몸으로 부딪치는 모든 것을 ‘악’ 소리 날만큼 싫어하는 기자조차(거짓말 조금 보태) 네바다주에서 즐긴 액티비티에는 듬뿍 정이 들어 하루가 짧다고 투정을 부렸을 정도다.




액티비티 도전하기 1,2,3

[문기자, 하늘을 날다 - 스노우모빌]

처음 스노우모빌을 체험한다고 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버릇이었다.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노는 손과 발을 갖고 태어난 천성 탓에 남들 다 있는 운전면허증도 없고 자전거 외에 모든 운동과 스포츠에는 맥을 못 추는 형편이었다.

스노우모빌은 말 그대로 오토바이와 4륜 바이크를 살짝 닮은 모빌을 타고 눈으로 뒤덮인 산을 오르는 액티비티다. 기자 일행은 운이 좋았는지 아무도 달리지 않은 산길을 처음으로 망쳐 놓는 주범들이 됐다. 산 도착 전 센터(Zephyr Cove)에서 신청서를 받아 간단한 양식을 기입하고 돈을 지불하고 나면 눈에 빠져도 크게 걱정할 것 없는 방수용 바지와 부츠, 헬멧 등을 나눠 준다.

이후 헬멧과 의상을 착용한 뒤 소규모 버스를 타고 장소로 이동. 담당자의 간단한 모빌 작동 법과 주의사항을 듣고 약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을 즐기며 하얀 산과 호수를 눈으로 감상하면 된다. 라운딩 중 혹시 탈락자나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 담당자들이 맨 처음과 끝에 동행하며 코스 중간중간마다 관광지와 볼거리를 설명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말로만 들으면 제법 쉬워 보이는 이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사람이 여기 있다. 스노우모빌에 사용되는 모빌들은 우리나라처럼 오래된 기계가 아니라 모두 기령이 낮은 기계들로 엔진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브레이크와 함께 서서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이론만 완벽할 뿐 몸이 따라주지 않았던 기자는 브레이크 없이 엔진을 무턱대고 눌렀다가 앞에 주차된 오토바이들에 순차적으로 부딪치고 하늘을 날아 땅에 떨어지는 만화적인 경험을 실로 했다! ‘앗 난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에 발끝만 사뿐히 내려놓았던 기자는 기적적으로 피멍만 들었을 뿐 무사했다. 그러나 후에 일행 모두 한 사람 당 한 대의 오토바이를 당당히 몰며 라운딩을 즐긴 것과 달리 안내자의 뒤에 매달려 고개를 푹 숙이는 창피한 광경을 연출해야 했다.

[눈 덮인 하늘과 땅-스키·스노우보드 천국]

네바다주는 앞서 밝힌 것처럼 동계올림픽을 2번이나 개최한 눈의 땅이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네바다주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로 ‘눈에 덮인’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스키 리조트에 따라 최대 10m의 적설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5개 리조트들을 거느린 레이크타호는 세계 최고의 스키 관광지로 꼽힌다. 레이크타호의 북쪽에는 12개 리조트가 밀집되어 있어 숙박 시설들이 충분하며, 리노에서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이 가운데 레이크타호 남쪽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선에 위치한 스테이트라인은 그 규모와 운영 노하우가 대단히 훌륭한 편.

특히 한국처럼 억지로 얼린 땅이 아니라 직접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만큼 폭신하고 부드러운 천연 눈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기자 일행이 방문했을 당시 특별히 강사가 직접 나와 스노보드 강습을 해줬으며 1시간 반 정도의 강습 끝에 드디어 보드를 타고 눈에서 구를 수 있게 됐다. 만약 레이크타호를 방문한다면 오후 내내 충분히 스키를 즐긴 뒤 고품격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이후, 레이크타호의 스테이트라인에 위치한 멋진 클럽에서 신나는 밤을 즐겨보는 일정을 추천한다. 무료하다는 생각이든다면 근처 클럽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한국의 클럽처럼‘Young’한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크루즈 타고 바람 되기 - 리버크루즈]

레이크타호 남쪽의 제퍼 코브는 제트 스키, 보트, 패러세일링, 일광욕 등으로 유명하다. 특히 패들 보트 크루즈인 M.S. 딕시호가 정박하는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를 탑승한 뒤 선상에서 풍광을 바라보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으며 밤에는 전체배를 빌려 로맨틱 디너 크루즈도 즐길 수 있다. 단 크루즈 2층에는 바람이 너무 부는 탓에 몹시 추워 두꺼운 옷과 목도리, 장갑 등은 꼭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