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02호]2009-03-13 13:52

[美 네바다주] 쾌락과 오락의 절묘한 사이

카지노와 액티비티의 천국 리노

글 싣는 순서

●<上> 카지노의 도시, 리노

<中> 액티비티의 천국, 레이크타호

<下> 은광시대의 향수, 버지니아 시티

처음 네바다(Nevada)주 출장 소식을 전해 듣던 날 어리석은 기자는 당연히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줄만 알고 얼굴 가득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참 후에야 베가스가 아닌 네바다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금세 ‘거기가 거기인데 똑같을꺼야’ 내지는 ‘베가스와 네바다주를 한 번에 보는구나’라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소위 여행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기자조차 네바다주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숱한 매체와 영상을 통해 라스베이거스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베가스가 속해 있는 광활한 ‘네바다주’에 대해서는 이토록이나 무지하다.

이것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네바다주 곳곳을 여행 시장에 소개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다. 동시에 첫 날 가방사고부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액티비티 체험까지, 한 여행기자의 처절한 현지 체류기라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그 출발점은 바로 여기 ‘리노(Reno)’다!

미 네바다주 리노=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네바다주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3232 / www.TravelNevada.com
                         유나이티드항공 02)751-0300.




�UA와 대립하면서 복잡한 미국 땅 들어가기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인 리노(Reno)를 만나기 위해서는 조금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리노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직항편이 없는 탓에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UA)을 타고 자그마치 12시간을 공중에서 머물며 제법 두꺼운 책 1권과 신작 영화 2편을 감상했다. 비행시간이 너무 긴만큼 일행 모두 당연히(?) 술 생각이 간절해졌지만 UA는 다른 항공사와 달리 기내에서 제공하는 주류(주류 외 다른 음료는 무료)를 탑승객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한다. 맥주 한 캔에 9달러. 한화로 치면 13,500원 정도인데 이 같은 금액을 내면서까지 술을 들이키는 이는 기내에도 그리 많지 않은듯 했다.

피곤에 지친 몸과 잔뜩 부은 얼굴로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 도착, 미국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국 절차를 밟았다. 지난 2008년 11월 한미 양국의 비자 면제 체결 이후 우리 국민 누구나 비자 없이 90일간 관광 및 상용을 목적으로 미국 내에서 체류할 수 있다. 단 허용 가능한 전자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ESTA(http://esta.cbp.dhs.go)를 통해 사전에 입국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참고로 ESTA의 경우 대사관 웹사이트가 아닌 여타 사이트에서 카드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기내에서 나눠주는 입국자 카드 중 반드시 그린카드를 챙겨야 한다는 것. 초행길이었던 기자는 당당히 하얀 카드에 내용을 기입했다 입국 심사에서 뒤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어야했다. 입국 카드와 여권을 제시하고 나면 심사대에서 다섯 손가락의 지문 및 눈의 홍채를 인식하는 작업을 거치고 미국을 방문한 이유와 체류기간, 거주지 등을 꼼꼼히 물어본다. 오는 자를 막고 가는 자를 잡지 않는 것이 미국이라 했던가.

모든 여행자를 테러범의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그들의 태도가 잠시 입안을 텁텁하게 만들었다.

�여기 웬 시골이야? 리노와 친해지기!

가까스로 수속을 끝내고 짐을 찾은 뒤 재빨리 리노로 향하는 도메스틱(국내선) 항공기에 몸을 싣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노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이 날만큼은 4시간이 소요됐다. 일행들에 듣자 하니 컴퓨터 오류로 인한 사고 위험 때문에 출발 시간이 지체됐다고 했다. 어렵게 리노공항에 도착한 뒤 사과 한 마디 없는 무례한 승무원을 꼬집자 마중 나온 관광청 담당자는 “그 비행기 원래 자주 그래”라며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리노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 도착을 위해 15~20분 정도를 더 달렸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다소 휑한 풍경에 여기는 70~80년대 미국 시트콤에 등장하는 보수적인 시골 마을같다고 스스로 되새겼다.

호텔 도착 후 짐을 풀고 담당자와 함께 짧은 다운타운 투어를 나서면서 본격적인 리노 탐방이 시작됐다. 리노의 첫 인상은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 한가로운 시골 마을. 담당자는 도시로써 한 차례 부흥의 시절이 끝나고 난 뒤 다수의 젊은이들이 리노를 떠나면서 이곳이 썰렁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많은 레지던스와 카지노 호텔들이 오픈하면서 여행객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도시가 번성하자 젊은이들이 돌아오게 됐다며, 지금의 리노는 어느 관광지와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아메리카 어드벤처 플레이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리노는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며 다양한 오락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한 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레이크타호를 비롯해 많은 마운틴 바이크 트레일, 하이킹 트레일, 낚시와 보트를 즐길 수 있는 호수들, 15개의 스키 리조트, 리노의 다운타운까지 연결되는 ‘트러키 강’까지. 여기에 밤이 오면 거리를 물들이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빛의 향연, 그리고 카지노의 세계는 리노만의 생생한 보물이다. 낮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건강한 얼굴을 내밀지만 밤이 되면 주머니에 있는 돈은 물론 금품까지 팔아버리고 싶은 쾌락의 얼굴이 이 곳 리노의 참모습이다.

�베팅 30배, 여기가 천국이다!

네바다주는 지난 1931년 도박을 합법화한 최초의 주로써 일개 주유소부터 각종 상점, 슈퍼마켓, 호텔로비까지 어디를 가나 카지노 기계와 슬롯머신을 만날 수 있다.

신나는 나이트 라이프와 게임의 세계를 약속하는 카지노의 도시답게 리노에는 하라츠(Harrah’s), 실버 레가시(Silver Legacy Hotel), 그랜드 시리아(Grand Sierra Resort) 등 다양한 호텔카지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호텔들은 여행시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숙박과 더불어 카지노와 다채로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복합레저타운을 지향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호텔 투숙객 중에는 예상외로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은 편.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엄마와 3세대 이상이 함께 움직이는 대가족까지. 모두들 맥주 한 잔과 즐기는 카지노 게임에 흠뻑 젖어 있는 눈치였다.

이와 함께 VIP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최고급 룸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른 여행객의 출입이 불가능한 엘리베이터를 별도로 설치하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자신의 룸에서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과연 관광도시의 명성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는 리노다운 세심함이었다.

기자와 일행 역시 매일 밤마다 카지노 체험에 몸을 맡겼다. 원래 도박을 즐겨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최대 30배까지 베팅이 가능한 슬롯머신에 어느덧 홀딱 마음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한 시간 정도 정점에 올랐지만 결과는 물론 패. 후에야 주머니에 따로 챙겨온 비상금마저 사라졌다는 뼈아픈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이곳 리노의 호텔 카지노들은 꼭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출입이 가능하며 카지노 이용시 맥주 및 기타 음료와 주류가 함께 제공된다. 호텔 미니바에 별도의 물이나 음료가 없는데 이는 방에만 있지 말고 카지노와 내려와 약간의 돈을 소비해달라는 리노만의 마케팅 전략이다.

호주나 마카오와 달리 현금을 직접 넣는 것이 아니라 개인 구매에 따라 금액이 적힌 쿠폰을 주는 것도 특이한 점. 단 동양인의 경우(그들의 눈에)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출입을 못하거나 환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카지노 출입 전 여권 소지는 필수다.

아무리 세련된 도시라도 카지노를 오로지 즐겁고 행복하다고만 홍보할 수는 없다. ‘카지노=도박’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고리를 얼마나 말끔히 해결하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할 수가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 그런 면에서 리노는 카지노가 선사할 수 있는 가벼운 오락과 최대한의 쾌락 사이에서 적절한 줄을 타고 있는 가장 근사한 도시라고 감히 자신해본다.



[네바다주 여행 Tip]

▲위치 : 미국 남서부 ▲인구 : 2,500,000명

▲면적 : 286.368㎢

▲역사 : 처음 거주했던 이들은 파이우트족과 엔세스트랄 퓨에블로 사람들이였으며 1859년 리노의 남쪽에서 역사상 매장량이 가장 풍부했던 은광맥이 발견되면서 급성장하게 됐다. 20세기 초까지 이러한 광맥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으나 대공황 시대부터 이러한 모습이 점차 사라졌으며 오늘날 대부분의 수입은 카지노와 관광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지형 : 미국에서 가장 큰 주중 하나이며 인구밀도가 매우 낮고 사막이 많은 황무지.

▲장점 : 오전엔 최고급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고 오후에는 고품격 골프 코스에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관광지이다.

특히 타호 림 트레일을 자전거나 하이킹으로 둘러보거나, 리노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트러키강을 따라 카약을 즐기는 것은 물론 샌드 마운틴의 오프로드 체험, 엘코의 스노우모빌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멋진 액티비티를 만끽할 수 있다.

▲주도 : 칼슨시티

▲유명 관광지 : 라스베이거스, 버지니아시티, 리노, 레이크타호 등

▲별명 : Silver State(은광) <역사 참조>

▲항공 : 한국에서 곧장 갈 수 있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가장 가까운 길은 리노로 이동한 뒤 리노에서 네바다주 각 목적지로 차량을 통해 움직이는 것. 우선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뒤 국내선 항공기를 갈아타고 리노에 도착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UA등이 샌프란시스코 직항편을 각각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라스베이거스 직항편 또한 운항 하는데 라스베이거스에도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하면 1시간 정도 후 리노에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