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94호]2009-01-09 08:51

현지취재 말레이시아 (中)

글 싣는 순서

말레이시아<上> 쿠알라룸푸르 쇼핑 환경

●말레이시아<中> 낭만의 섬 랑카위에서 취하는 휴식

말레이시아<下> 이색 투어, 또 다른 말레이시아를 만나다

휴양 목적지 제 1번지 ‘랑카위’

허니문과 휴양지로 잘 알려진 말레이시아 랑카위는 여느 휴양지가 그렇듯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 청정한 공기와 친절한 사람들로 풀이된다. 면세 지역이라는 강점과 함께 대도시인 쿠알라룸푸르에 비해 훨씬 더 안정감 있는 주변 환경을 자랑하며, 곳곳에 다양한 브랜드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있어 리조트의 천국이라고도 불린다. 바다와 호수, 산 등을 이용한 다채로운 액티비티와 여행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먹을거리 여기에 눈과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즐길거리 등 랑카위에서 보내는 하루는 지극히 짧고 바쁘기만 하다.

말레이시아 여행 셋째 날, 피곤에 지친 몸을 힘겹게 일으키고자 애꿎은 손과 발을 이리 저리 뻗어봤다. 전날 쇼핑 투어의 숨 가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행 모두 낭만의 섬 ‘랑카위(Langkawi)’로 향하는 날, 출발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끝이 간지러울 정도로 들뜬 기대감에 휩싸였다.

흔히들 랑카위를 표현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수식어가 ‘낭만’이다. 마치 고유명사처럼 랑카위와 꼭 붙어 다니는 단어를 보며, 과연 랑카위가 이 수식어와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지 내 눈으로 꼼꼼히 확인해보겠다는 오기 아닌 오기가 마음 밑바닥에서 요동쳤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하면 금세 랑카위 공항에 다다른다. 눈 한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공항이라는 어느 한국관광객의 말처럼, 흡사 우리나라 제주도로 이동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랑카위는 9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 본토인 말레이반도의 펠리스(Perlis) 주로부터 서쪽으로 약 30km 지점에 자리해 있다.

같은 휴양지지만 중국계 사람이 지배적인 페낭과 달리 6만여 명의 인구 중 90%가 말레이계 주민으로 구성돼 있는 랑카위는 정통 말레이 문화의 본거지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터. 기름진 땅과 풍부한 어족 자원을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농업과 수산업이 발달해왔으며, 최근에는 깨끗한 자연 환경과 특급 리조트 등의 관광 인프라에 힘입어 순수한 자연 휴양지로의 명성을 다져 나가고 있다.

기사와 사진으로 수백 번도 넘게 접한 곳이 말레이시아와 랑카위건만 실제 말레이시아가 풍기는 인상과 색채가 못내 강렬했던 것처럼, 랑카위 역시 도착하는 순간부터 색다른 향기에 일단 마음이 동했다.

세계적인 대도시를 표방하는 쿠알라룸푸르가 어디를 가도 빼곡히 들어선 차와 건물들 그리고 한 무리의 관광객들로 약간은 번화하고 답답한 느낌이든다면, 랑카위는 그와 반대로 어느 곳을 가든지 여유롭고 시원했다.

랑카위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한국인 가이드는 랑카위의 서정적인 매력에 듬뿍 빠진 사람으로 쿠알라룸푸르는 물론 서울에서도 대도시 특유의 매연과 소음에 단 하루를 버티는 일이 어렵다고 푸념 했다. 은근히 자랑 섞인 그의 푸념이 밉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랑카위가 선사하는 풍요로움이 그만큼 크고 따뜻했기 때문.

관광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 도로의 양 끝에는 오로지 나무들만이 가득하고 강과 바다, 혹은 선착장에서 짧게 마주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정겹고 사랑스러웠다. 해가 지기도 전에 일찌감치 문을 닫는 모든 상점들도 오로지 이 곳이 랑카위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있다고 간주해 버릴 정도로 하루 사이에 스스로의 아량이 넓어진 것이 묘할 따름. 일상에서 오는 짜증과 피곤, 불만 섞인 감정들이 일순간에 소멸되는 것은 아마 랑카위가 선사하는 수많은 선물 중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라는 싱거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말레이시아 랑카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9-4422 / www.mtpb.co.kr

말레이시아항공 02)777-7761.



랑카위 일일투어

 

랑카위에서는 깨끗한 바다에서 즐기는 낚시와 다양한 해양스포츠, 산을 활용한 트레킹, 요트 투어 등의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아침 일찍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 호핑투어를 즐기고 점심으로 바비큐와 가벼운 술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반나절의 시간이 기분 좋게 지나가는 것은 당연지사. 랑카위의 유명 관광지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액티비티를 적극 추천하는 바다.

[독수리 먹이주기와 낚시]

랑카위 섬에서 선박을 이용, 30분 정도를 이동하면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섬에 도착한다. 아침 일찍 이 곳을 방문하면 독수리 먹이 주기 체험이 가능하다.

관광객들이 물고기나 미끼 따위를 바다로 던지면 독수리가 잽싸게 날아와 먹이를 낚아채는 신기한 풍경을 접할 수 있다. 단 오전 늦게 섬에 도착할 경우 독수리들이 이미 많은 물고기를 먹어 배가 부른 상태이기 때문에, 배 근처로 가까이 오지 않는다.

섬에서 즐기는 바다낚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미끼를 낚싯대에 걸고 바다에 던진 후 고요한 물에서 짜릿한 손맛이 느껴질 경우 위로 올리면 싱싱한 물고기 여러 마리를 건져 올릴 수 있다.

직접 잡은 물고기를 회를 쳐 그 자리에서 맛볼 수 도 있으니 튜브형 초고추장은 필수. 여담이지만 기자의 경우 일행 모두 1,2 마리의 물고기를 낚을 때 아쉽게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Pulau Beras Basah]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느낌이 말랑한 밀가루처럼 고운 버라스 섬은 랑카위의 많은 섬 중 하나로 푸른 바다와 고운 백사장 아래 휴양을 즐기는 서구권 관광객들의 모습을 여러차례 볼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휴양객부터 허니문을 즐기고 있는 커플,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부부까지 이 섬에서는 모두 하나의 그림이 된다. 햇살이 워낙 강한 탓인지 바닷물이 그리 차갑지 않아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도 춥다는 느낌보다는 상쾌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Pulau Dayang Bunting]

랑카위 투어 중 일행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임산부의 섬’. 호수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따라이동하다 보면, 우측으로 임신한 여자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산의 자취를 볼 수 있다.

랑카위는 섬의 정신을 이어받아 기가 센 지역으로 실제 다양 분팅 호수의 물을 마시면 임신을 하지 못한 여자가 임신을 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전설이 내려온다고 가이드는 거들었다. 배를 타고 호수 입구에 다다른 뒤 내려서 10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면 깊고 큰 다양분팅 호수가 이내 모습을 나타낸다.

외래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랑카위 현 거주인들도 자주 찾는 이 곳은 피크닉 또는 수영 장소로 맞춤이다. 물 색깔이 맑고 투명하기 보다는 짙은 녹색이기 때문에 안의 깊이나 물 상태는 알 수 없지만 일행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연신 수영을 즐겼다. 간혹 물뱀이 있을 것이라는 가이드의 농담에 두려웠지만, 하늘에 태양이 있고 눈앞에 물이 있는데 뱀 따위가 무서울쏘냐.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부터 가만히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사람까지 모두가 만족 할만한 나들이 장소로 적합했다. 그러나 수영 여부와 상관없이 물 속에서는 배에 구비해놓은 구명조끼를 사전에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참고로 이곳 역시 화장실은 이용료를 받기 때문에 동전을 소지하는 편이 좋다.



여행 뒷담화

 

현재 한국에서 랑카위로 향하는 직항편이 없는 탓에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 쿠알라룸푸르까지 이동한 후에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야만 랑카위에 도착할 수 있다. 관광지로써 충분한 매력과 볼거리를 갖추고 있지만 직항편이 운항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2,3년 전 한 여행사에서 여름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전세기를 운항한 적은 있지만 성과가 좋지 못해 지속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패키지 팀을 구성하는 것도 녹록치 않고 그렇다고 개별여행으로 즐기기에는 역시 어려운 탓에 많은 무리수가 따른다는 것. 더불어 전체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목적지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도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어서 랑카위의 관광활성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1박2일의 짧은 시간 동안 랑카위를 체험하면서 왜 유로피안들이 랑카위를 그토록 선호하는지를 깨달았다. 가격과 시간만 적절히 조화된다면 동남아시아의 어떤 곳보다 매력적인 휴양지라고 소리높여 외치고 싶다. 그러나 즐길거리와 볼거리 외에도 적적한 놀거리와 밤문화를 선호하는 한국관광객들의 경우 온전한 휴양만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는 것이 사실.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 곳을 허니문과 골프목적지만이 아닌 가족여행 목적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랑카위의 다채로운 매력을 홍보하는 일이 주요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