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91호]2008-12-19 15:13

[포커스 결산] 미주·유럽 지역 결산

잔인한 2008, ‘눈 가리고 아웅’장거리 노선

2008년의 마지막인 12월에 들어섰다. 눈만 뜨면 각 매체마다 환율 급등, 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IMF이후 최악의 시장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연초 목표를 세운 관광청과 여행사들은 시장상황 악화로 나름의 예상했던 성장률과 목표치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2008 전 세계 각 지역은 어떤 이슈를 가지고 있을까. 본지는 대양주 시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미주 및 유럽, 동북아시아 등으로 나누어 2008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미주ㆍ유럽으로 대표되는 장거리 노선은 2008 여행업계의 긴 침체 속에 유독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려 들었다. 봄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 영향에 소비자들의 해외여행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상품 가격이 높은 미주+유럽 상품들은 판매율이 급감했다.

더욱이 유가 상승에 항공시장마저 얼어붙어 항공편의 축소가 이어졌고 각 여행사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담 부서를 통폐합시키거나 인원을 줄이면서 조용하지만 잔인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평. 한 마디로 다른 지역처럼 크게 터지는 사건은 없었지만 나날이 감소되는 모객과 수익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막는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미주 패키지와 유럽 인센티브의 실종

“여행 수요의 급격한 감소”

2008년 이명박 신생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최대 목표로 삼았던 한국 사회는 자연스레 해외여행 자제라는 기류에 직면한다. 이러한 영향의 첫 번째 결과는 비교적 상품 가격이 높고 현지에서 지불해야 하는 기타 비용이 높은 장거리 여행의 축소.

매년 4ㆍ5월 으레 유럽으로 인센티브 성격의 세미나를 떠났던 공무원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기업 연수 역시 큰 폭으로 줄어 장거리 사업부를 애타게 만들었다. 더욱이 높은 항공 유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항공사들이 유럽 노선을 크게 축소하면서, 여행사들이 국적항공사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다른 항공사 상품으로 유도시키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유럽 전문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배낭족과 인센티브가 예년에 비해 너무 감소해 다른 사업을 철수하고 아예 전문 허니문 여행사로 회사 성격을 변경하는 업체들이 주를 이뤘다”고 올 시장 상황을 정리했다.

봄ㆍ여름 시장의 참패 이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캐나다 단풍 및 미서부 패키지의 실종은 여행사 미주 부서를 통폐합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코치투어를 통해 7일 이상 진행되는 (미국과 캐나다)패키지 상품은 이미 상품을 경험해본 고객들의 수가 많은데다 상품 구성과 일정이 장기간 변동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상품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해 결국 정체 현상에 돌입했다. 이로써 각 여행사 미주 사업팀은 대양주 및 남태평양팀에 흡수되거나 인원이 줄어드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달러·유로화 급등 아비규환

“팀을 받아도 현지 행사가 안된다”

1천1백원, 1천2백원 대를 오가던 환율이 1천4백원, 급기야 1천5백원을 넘어서면서<표 참조> 미주 팀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달러 급등은 단순히 미주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지역을 포함하는 올 여행시장의 가장 큰 이슈. 상품 구성을 위한 숙박 및 항공료, 현지 비용 등을 이미 낮은 달러로 책정한 여행사들은 결국 환율에 따른 상품 가격 인상분을 추가로 받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이는 오히려 고객들의 질타로 이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회장 정우식)는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여행 약관에 근거한 추가 달러 징수분에 대한 내용을 토의했지만, 현실적인 답을 도출해내지는 못했다. 유로화 역시 1유로 당 2천원대를 돌파하며 유럽 현지 랜드사의 줄도산과 피해를 낳았다. 유럽 각국에 자리한 현지 랜드들은 행사 운영에 필요한 미납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는 한국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작은 마찰에 지나지 않았다.

B여행사 임원은 “달러 폭이 며칠 주기로 나타나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미국발 경기 침체와 세계 주요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아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며 “하루에 몇 십 명에서 많게는 몇 백 명을 송출하는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 고정 환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처럼 환율폭에 따른 모든 책임과 고통을 여행사가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VWP 전면 시행, 유일한 호재

“미국 여행에 대한 관심 고조,

방문객 증가 기대해 볼만”

수년간 미주 부서를 들썩거리게 만든 美 비자면제가 지난 11월17일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미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올 미주 시장의 유일한 호재로 시행 한 달여가 지난 현재 폭발적인 방문객 증가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계자 대부분 내년을 기약하며 여행객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 미국을 여행하고 싶어도 비자라는 걸림돌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던 잠재 수요 및 개별여행객들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각 여행사마다 미주 상품 세팅과 이벤트, 가격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비자 발효 이후 상품 트렌드를 살펴보면 패키지 성격이 아닌 개별여행 위주의 에어텔과 테마 상품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캠퍼밴을 활용한 가족여행 상품이나 호텔과 항공편만을 지정하고 각 목적지에 박물관이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입장권이 포함된 상품들이 미약하나마 고객들의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의 경우 미국 레저 수요 유치를 목적으로 저렴한 특가 요금을 종종 오픈하고 있으며 국적항공사들은 기존 상용 및 비즈니스 고객 외에도 레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샌프란시스코, LA, 라스베이거스 노선 등을 잇달아 증편했다. 여행사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원활한 현지 운영과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미국 내 현지 지사 설립과 제휴, 다양한 호텔 객실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주 관광청 한국사무소 대거 오픈

“한국여행시장 활성화는 당연”

VWP시행을 앞두고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미주 지역 내 많은 관광청들이 앞 다투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정식 한국지사 오픈은 물론 대행업체와의 계약을 통한 단순 홍보 활동 개시 등 형태와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이들 모두 VWP를 통한 한국관광객 증가와 시장 활성화라는 운영 목적은 동일했다.

지난 2년간 뉴욕,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텍사스, 캐나다, 샌프란시스코, 달라스&포트워스 등 많은 관광청들이 시장 공략을 선언했으며 이 외에도 라스베이거스ㆍ네바다주 관광청은 오랜 기간 GSA를 유지해온 업체를 새로운 업체로 변경, 시장 혁신에 새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관광청 오픈 이후 목적지에 대한 성격과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소비자와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쌍방향 마케팅에 주력하며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문객 수 역시 조금이나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공식 자료를 발표할 수는 없지만 각 관광청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13만9천명(2007년 기준, 잠정), 하와이 5만여명(연평균 기준, 잠정), 라스베이거스 9만8천명(잠정) 등으로 미국 내 각 목적지들이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다가오는 2009년

“세계 경기 상황 호전만을 기원”

2009년 해외여행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 부정적 의견이 많은 편. 반대로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 및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 여행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도 예년 비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유류할증료가 크게 인하되면서 노선 별 항공요금이 지금보다 저렴해질 경우 장거리 여행 상품 가격 역시 인하되는 만큼, 목적지와 상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장거리 노선이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