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88호]2008-11-28 10:23

전라남도 울돌목 거북배

거북배 타고 떠나는 이색 역사 탐방

볼거리 및 교육자료 가득한 알짜배기 여행지, 전라남도

울돌목 거북배 앞에서 환영행사를 펼치고 있는 우수영 할머니들.


‘울돌목 거북배’. 이름조차 생소한 배를 보기 위해 다소 심드렁한 기분으로 11월 14일 아침 서울을 떠나는 차에 몸을 싣었다. 전날의 피로와 추위 속에 선잠을 들었다 깨기를 여러 번, 출발 5시간 반 만에 전남 진도에 다다랐을 무렵, 비릿한 물 냄새가 코끝을 찌르고 어슴푸레 파란 바다도 한 가득 시야에 들어왔다.

우선 진도에서 발을 내린 일행은 광주에서 출발한 일행들과 함께 점심식사로 여행의 첫 일정을 소화했다. 전라도는 땅이 기름져 곡식과 각종 해산물 등 다른 지방에 비해 먹을거리가 많은 지역.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한 상 가득 차려진 각종 밑반찬과 음식, 그리고 화려한 젓갈들을 직접 접하고 보니 새삼스레 놀라웠다.

음식 맛은 서울에 비해 자극적이고 짠 편이지만 허기 탓인지는 몰라도 일행 대부분 분주히 젓가락질을 하는 통에 밥그릇과 반찬 그릇이 금세 비워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곳은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 우항리는 국내 최초로 척추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을 전파시킨 지역으로 박물관에는 각종 화석과 공룡 모형이 재현돼 있다.

우항리는 익룡ㆍ공룡ㆍ새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지역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박물관 내부에 마련된 각 전시실에서 주제에 맞는 공룡 모형과 화석을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모형으로 만들어진 공룡이 실사보다 생생한 느낌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약점이지만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학술적 성격이 강한 해외 인센티브 단체에게는 제격이라는 평.

무엇보다 지금으로부터 약 8천3백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시대에 형성된 퇴적층인 우항리 퇴적층이 외부 대형공룡관에 5Km에 걸쳐 길게 펼쳐져 있고, 공룡발자국까지 보존돼있어 문화적으로도 이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룡박물관에서의 짧은 방문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격인 울돌목 거북배를 보러 우수영 터미널로 향했다. 우항리에서 터미널까지 걸리는 이동 시간은 40분. 마침 터미널 입구에 하차할 때가 늦은 오후인지라 거북배가 떠있는 바다가 늦은 햇살을 받아 유난히 붉게 반짝였다. 차에서 내려 배로 향하던 중 배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할머니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흰 상의에 파란 치마와 붉은 치마를 맞춰 입은 한복차림의 할머니들은 구성진 전라남도 민요 가락에 맞춰 강강술래를 하고, 타령을 부르며 신바람 나는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텁텁하고 굵은 음성이 맘에 걸렸지만, 고된 시집살이에 친정 찾는 며느리 구절에서 이내 애잔한 마음이 들고 자연스레 정이 가고 만다.

울돌목 거북배는 전남개발공사가 관광객 공략을 위해 내놓은 첫 번째 결과물. 총 368톤의 규모에 여객실과 3D입체영상관, VIP실, 판매점, 전망대 등의 주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수영에서 녹진, 녹진에서 벽파로 이동하는 두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각 코스마다 소요되는 이동시간은 약 20분 정도. 뱃머리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거북선의 모양을 닮아 있다.

흥미로운 시설은 역시 3D입체영상관. 이곳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울돌목)대첩이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돼 여행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명량대첩은 세계전쟁사에 기록될 만큼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지략이 빛을 발한 싸움으로, 1579년 9월16일 불과 13척의 배로 명량의 거센 조류와 지형을 이용하여 왜군의 수많은 함선을 격파한 전쟁을 말한다.

애니메이션은 한국어 외에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탓에 외래객에게도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 애니메이션 관람을 마치고 2층 전망대에 올라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리고 진도대교를 따라 빙빙 돌며 흐르는 거센 물줄기를 바라보는 일도 가히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자부한다.

국내 여행을 바라보는 여행객의 시선을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해외여행에 비해 극히 저렴하다는 장점. 또 하나는 볼거리는 많지 않다는 점. 아이러니하게도 극단으로 치닫는 두 점들은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볼거리가 없다는 …….

흔히 국민들의 국내관광 수요가 늘어나야 관광시장이 활성화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실 요사이 현대인들은 매력적이지 않은 관광지를 일일이 찾아다닐 만큼 어리석지 않다. 거북배 역시 많은 장점과 볼거리를 충분히 완비해 놓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지만 거북배를 일정에 포함시킨 남도 문화 상품의 가능성은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남도 문화 특유의 애절함과 ‘한’을 관광객에게 이해시키고 알리는 일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해남과 진도 등 전남 일원을 둘러보는 1박2일의 여행은 흔한 국내여행과 달리 제법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 낮 스치는 풍경이 아니라 연속되는 이미지를 재생시킬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진도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전라남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 전남개발공사 061)280-0655.


 

전라남도 볼거리·즐길거리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

-위치 :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191번지

-면적 : 332.610㎡

-부대시설 : 영상실(우항리 지역의 과거에서 현재까지 변천 과정을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기획전시실(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전시하는 공간) 뮤지엄숍(박물관 기념품 및 공룡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레스토랑(간단히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관람시간 : 오전 09:00~18:00(3월~10월말까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1시간 연장 운영)

-휴관일 : 매년 1월1일, 매주 월요일

-관람요금 : 어린이(개인 1천원, 30명 이상 단체 5백원) 청소년(개인 2천원, 30명 이상 단체 1천5백원) 어른(개인 3천원, 30명 이상 단체 2천5백원)

-문의 : http://uhangridinopia.haenam.go.kr/www.haenam.go.kr

[세방낙조]

진도의 서부해안도로에서는 아름다운 다도해 섬들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그 사이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의 경관은 자연이 빚어 놓은 예술품으로 꼽힌다. 각 섬마다 주지도, 양덕도, 혈도, 광대도 등 각각 이름과 유래가 숨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사전에 문화해설사를 초빙하는 것이 좋다.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이기 때문에 날씨와 시간을 미리 잘 알아봐야 한다. 세방낙조로 직접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시내버스를 이용 진도까지 이동 한 후 진도에서 세방리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운림산방]

운림산방은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소치(小痴)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의 당호로 일명 운림각이라고 부른다.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에 위치해 있으며 전라남도 기념물 제 51호로 선정됐다. 우리에게는 영화 ‘스캔들’의 촬영 장소로 더욱 친숙한 이곳은 운림산방, 쌍계사, 상록수림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연못과 색색의 나무들이 사시사철 빼어난 풍광을 연출해 타지에서 모여든 관광객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운림산방 안에서 소치의 정취와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토요경매(061-286-5426) 장소도 마련돼 있어 생전 소치의 작품을 비롯해 한국화, 서예, 문인화 등 다양한 그림들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61)543-0088.

[해남 땅끝 관광지]

한반도 최남단으로 북위 34도 17분21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을 의미한다.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2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3천리 금수강산이라 명한바 있다.

해양문화의 요충지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관광지로써의 상징성이 더욱 큰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