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83호]2008-10-24 11:16

[포커스]조기예약문화 확산

관광선진국으로 가는 첫 계단‘조기예약’

무분별한 하드블록·전세기가 방해 요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 유지 필요

관광선진국과 관광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의 여행문화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관광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미국, 일본, 유럽,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는 최소 3개월 전에는 예약이 완료되곤 한다. 여행 출발일 며칠 전에 예약을 하는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 국가에는 예약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여행에 있어서도 여행객들이 조기예약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 본인의 휴가계획을 연단위로 세우기 때문에 조기예약 자체가 가능하다. 더욱이 예약취소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취소율 또한 미미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들과는 다르다.

불과 출발 며칠 전에 예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심할 경우에는 출발 전날 예약을 하는 경우 도 존재한다.

관광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나라들에 비해서 한국의 관광문화는 비교적 늦게 정착이 됐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을 관광선진국이 되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 볼 수 있지만, 이는 정확한 수요예측의 어려움과 저가상품으로 인한 시장 혼탁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민은혜 기자 titnews@chol.com

▲조기예약하면 바보?

이미 일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조기예약하면 바보’라는 풍토가 일부 자리잡고 있다.

출발 전 상품 가격이 낮아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행객들이 조기예약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명 ‘땡처리상품’, ‘AD투어’를 기다리기 일쑤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사들도 출발일자가 다가오면 상품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예약을 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타국에 비해 비교적 짧은 휴가 일정과 예약문화에 대한 미정착으로 인해 예약이 늦어지는 것은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여행사들의 무분별한 저가상품 출시 및 땡처리 상품 운영이 동 현상을 부축이고 있는 것도 사실.

실제 여행사들이 동일 상품을 판매할 경우, 출발 직전 덤핑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여행객들에게 입막음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조기예약의 방해 요인은 무분별한 하드블록과 전세기.

한국 여행객들의 예약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이유는 출발일이 다가올 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한국여행시장의 패턴 때문이기도 하다.

정규 항공편을 이용하는 상품의 경우 가격 인하가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전세기를 운항하거나 하드블록을 이용해 상품이 출시된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항공좌석의 하드블록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여행사는 항공사에 채우지 못한 좌석에 대한 비용까지도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출발 며칠 전에 가격을 내려서라도 손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일명 덤핑가격을 선보인다.

또한 전세기를 운항할 경우도 좌석을 비워서 출발하는 것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상품을 판매, 손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상품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수요와 공급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 필요.

여행사에서도 이러한 덤핑상품 출시가 수익은 물론 장기적으로 여행사 이미지에 좋지못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도 조기예약을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조기예약 할인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조기예약 문화를 한국시장에 정착시키는데 일조하기 위해 어느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조기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는 상품에도 불구하고 출발 며칠 전에 비 공식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조기예약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관광시장에 난무해 있는 하드블록과 전세기를 지양하고 덤핑상품 및 땡처리 상품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여행사 입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심도있는 항공 좌석 확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여행객들이 똑같은 패턴의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테마 여행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품 질의 향상과 여행사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조기예약의 정착은 간과될 수 없는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