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80호]2008-10-03 15:39

[포커스] 미디어 여행업계 보도실태

“뻥튀기식 보도 전체 업계에 먹칠”

여행산업 사회적 인식 결여 가볍게 다뤄

이미지 개선, 여행산업 위상 정립 필요

매년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 해외여행에 대한 문제점이 보도되곤 한다.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광고를 미끼로 여행객을 모집한 후 쇼핑 및 선택 관광을 강요하는 등의 문제가 조명된다.

주요 언론들이 잘못된 보도를 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마치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게 하는 보도형태는 문제가 있다고 여행업계는 지적한다.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쇼핑 및 선택관광과 관련한 여행사의 횡포를 집중 고발했다. 이후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 보도 내용은 일부 여행사의 문제이고 그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 왔지만 시청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업계는 ‘연례행사’ 같은 보도로 원인을 밝히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자극적인 사례를 전달하고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입장을 대변하는데 그치고 있음을 비평한다.

여행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결여, 일반 언론의 이해 부족, 여행업의 과거 부정적 이미지 등이 이 같은 보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행산업과 관련해 부정적 보도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계속 쌓여만 간다. 여행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산업으로써 위상을 정립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유류할증료로 배불리는 여행업계?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 7월, 항공사와 여행사가 유류할증료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유가 상승을 구실로 유류할증료를 인상, 항공사는 ‘고정 수익’을 챙기고 여행사들은 수수료를 통해 ‘부당 이득’을 올린다는 것이 주 내용. 기사 중에 ‘소비자만 봉’, ‘여행업계 물 만난 고기 격’, ‘수수료 거저 먹어’ 등의 표현은 여행업계에 대한 일반 언론의 이해 부족을 여실히 나타낸다. 고유가로 항공사들은 원가 부담에 허덕였고 수수료는 해당 업무에 대한 여행사의 정당한 대가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표현은 무리가 있다고 업계는 꼬집었다. 높은 유류할증료 때문에 소비자들이 곤혹스러워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유가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문화적 전문성을 갖춘 여행전문기자는 많지만 산업적 전문성을 갖춘 전문기자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태국 여행 위험하다?

지난 9월18일 주한태국대사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태국 여행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태국 반정부 시위로 인해 태국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태국 현지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지난 7, 8월 주요 언론들은 태국 반정부 시위를 비중 있게 보도 했다. 태국 현지 상황과 한국관광객 귀국 지연 등이 주 내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태국 여행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태국 전 지역 여행상품의 예약취소가 한 동안 잇따라 모객에 어려움을 겪었다.

태국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주요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없었지만 사실이 확대 보도된 경향이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이는 해당 뉴스의 제목 및 관련 영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태국 반정부 시위 벼랑 끝으로’ ‘극한으로 치닫는 태국’ ‘태국 또 쿠테타?’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제목이 많았다. 또 방송뉴스에는 시위대가 출입문을 부수고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과 부상자들이 피 흘리는 모습 등이 집중적으로 방영돼 국민들이 태국 여행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기기에 충분했다.

태국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태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외래관광객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준은 아니었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태국 여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현지 상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으며 유독 한국의 언론들만 이번 사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했다”고 지적했다.

▲업계 공동 목소리 낼 창구 필요

언론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여행사들로써는 언론보도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정정보도 등을 요청한다고 해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현실이다. 업계는 여행산업의 긍정적 측면을 알리기는 데 힘 쏟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행업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여행업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힘써야 한다는데 업계가 의견을 같이한다. 이를 위해 여행업계를 대표해 입장을 밝히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업자 단체가 창구가돼야 한다는 데도 공감하지만 이를 현실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누가’ 여행업계를 대표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며 “업계를 대표하는데 따르는 책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하나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