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59호]2008-05-02 18:28

[현지취재] 중국 상해(上海)

[글 싣는 순서]

서당, 예원<上> 고즈넉한 중국 풍경 만끽

●동방명주, 외탄<中> 모던한 도시 상해의 오늘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 홍구공원<下> 한국의 과거와 자취를 찾아서

상해의 밤과 낮 현재와 미래를 엿보다

외탄에서 바라본 동방명주 야경. 북적이는 인파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만큼 상해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다.
동방명주는 중국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로 상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동방명주를 관람하는 동안 한국 유명 여행사의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한국관광객들의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사실 상해는 중국이라는 국가가 갖는 고정된 이미지 외에도 도시적인 매력과 세련된 건축물, 화려한 야경 등을 두루 보유하고 있어 단번에 어떤 곳이라 정의 내리기 어렵다.

[편집자 주]

짐짓 걱정스럽다. 중국 상해가 보유하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에 대해 소개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 덩어리, 그 속에서도 중국 내 경제ㆍ금융ㆍ문화의 본거지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도시를 고작 3일 남짓 관람하고 돌아온 이에게는 더욱 민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장 화려한 도시에서 상해의 현재와 미래를 잠시나마 엿봤다고 자부한다면 너무 무모할까?

여행지로서 중국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린다.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들, 이색적인 볼거리, 성심을 다하는 마사지 등에 감탄을 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친절하지 못한 서비스, 전 세계 공통어라는 영어 사용 불가, 청결하지 못한 환경,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비슷한 호텔 등에 치를 떨어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해는 좀 예외인 것 같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장 중요한 중심지이면서도 외세의 잦은 침략과 탄압으로 건축물들 대부분은 중세 유럽 시대의 양식을 띄고 있다. 가장 번화한 거리 남경로를 한 시간쯤 걷다 보면 길옆으로 즐비한 백화점과 각종 숍들이 왠지 꼭 쇼핑을 즐겨야 할 것 같은 동남아의 관광지와 닮아 있다.

밤이 되면 외탄을 물들이는 색색의 야경과 거리를 메우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은 순간 이 곳을 홍콩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다양하다 못해 이채로운,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지역. 다소 거창하지만 이곳은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혼란을 느끼는 중국의 오늘과 전 세계 경제를 움켜쥘 중국의 미래를 동시에 연상케 하는 ‘상해'다.


▶ 468m의 자존심 ‘동방명주’

 

캐나다 CN타워, 두바이 버즈알아랍 호텔, 대만 타이페이 101 등은 각 국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관광객들의 일정 중 꼭 들려야 하는 인기 코스, 즉 스테디셀러다. 비단 관광지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지만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의미 있는 건축물을 세우고 보존하며 랜드마크로 부각시키는 일은 자국을 홍보하는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자존심 센 중국이 손 놓고 감상만 하지는 않을 터. 중국에는 상해의 랜드마크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동방명주'가 상해 시내 한 가운데 굳건히 자리해있다.

지난 1991년 착공에 들어가 중국 순수 기술로 총 3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된 동방명주는 방송수신탑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상해의 마천루를 상징한다.

높이 4백68m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기록돼 있으며 세계에서는 3번째 순위를 차지한다.

90m, 2백63m, 3백50m 지점에 각각 전망대가 자리해 있으며 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금세 도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중국 현지 안내원이 탑승해, 중국어와 영어로 안내 방송을 하는데 아쉽게도 한국어로 된 가이드북은 찾을 수가 없었다.

2백67m 지점에는 상해의 야경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회전 레스토랑이 있으며 이 외에도 놀이공원과 전망대 층마다 자리한 기념품 판매점, 레스토랑, 카페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다만 주말에는 관광객과 현지 방문객이 너무 넘쳐 매우 혼란스럽기 때문에 평일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 볼 것을 권한다.

▶ 연인들의 아름다운 밤, ‘외탄’

외탄은 서양식 건물이 늘어선 황푸강 서안 지역의 1.5km에 이르는 강변 산책로를 뜻하는 말로 무엇보다 밤이면 거리를 장식한 건축물들이 뿜어내는 조명과 빛으로 유명하다.

흔히 이 지역은 ‘세계 건축 박물관'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외탄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다양한 유럽 식 건축물들 때문. 외탄 지역은 청나라가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후 영국과 맺은 난징조약에 따라 국제 조계지로 지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현재 유럽 도시를 연상케 하는 중세 스타일의 건축물들이 많다. 상해푸동발전은행, 외탄 18호, 화평반점남루, 중국은행 등이 그 예이며 오늘날에는 이러한 건물들과 거리 전체가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외탄 중간부분에는 큰 동상이 하나 서 있는데 중국 공산혁명의 원로인 진의(陳毅 : 천이)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길 한쪽으로 위치한 넓은 제방을 따라 황포강의 경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며 황포강 위를 운행하는 여객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아쉽게도 현재 상해의 야경은 전기를 아끼기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 주 2회만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야속함에도 불구하고 외탄 건너편에 위치한 동방명주탑의 불빛이 외탄 거리를 환하게 물들일수록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표정은 더욱 붉어지기만 했다.

중국 상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대한항공 02)751-7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