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480호]2006-10-13 00:00

[항공 산업]전략적 제휴 모델 파괴 되나
노선 및 마케팅에서 통폐합 두드러져
광범위한 형태의 초대형 항공사 등장

21세기 들어 항공사간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제휴에서 포괄적인 지분 형태의 초대형 항공사를 지향함에 따라 급변하는 항공업계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네덜란드항공의 통폐합이 이뤄진지 2년여 만에 또다시 미국계 항공사간 초대형 사건(?)이 발발할 조짐이다. 이는 비단 항공업계뿐 아니라 모든 산업부문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이자 신 기업 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형 사 간의 합병과 브랜드 통합 등이 항공업계로 전이되어 감에 따라 지구촌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있은 지 5년1개월이 지난 지금 세계 항공 산업은 여전히 급속도의 변화 속에 휘청거리고 있다. 20세기의 진주만 공격, 히로시마 원폭 투하, 베를린 장벽 붕괴 등의 사건보다 더 크게 세계인에게 각인된 9.11 테러 사건은 무엇보다 그동안 전 세계 항공 산업을 대변해 온 미국 대형항공사들을 위축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왔다.

실제 미국의 메이저항공사들은 매년 심각한 적자 속에 파산 위기를 거듭한데 반해 저가 항공사들의 활황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단위의 일시해고, 항공기 운항 중단, 몇 년째 이어지는 고유가 파동 등 전 세계 항공 산업은 더욱 더 흔들릴 것이란 전망을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렇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세계 주요 항공사들은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으로 세계화와 지역 블록화를 위한 글로벌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존을 바라는 항공사에 있어 제휴란 필수적인 것이 되었고 몇 안 되는 세계적 항공 노선망 중 과연 어떠한 형태로 편입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점점 격심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항공사들은 더 많은 승객들을 유치해야 하며 주요 항공사는 전 세계 모든 목적지까지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네트워크 연결로 제휴사들은 노선을 확장시킬 수 있고 자사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수많은 요구와 선호도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인 지분 제휴에서 합병 및 인수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휴가 대두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네덜란드항공이 하나의 회사로 통합을 하면서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 적절한 예다. 에어프랑스-KLM은 통폐합 2년여 만에 최고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 항공 산업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냈다. 이 두 항공사는 위기의식에서 기회를 만들어 낸 ‘파격과 용기’로 항공 역사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미국 대형 항공사 간 합병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 4위 항공사인 컨티넨탈항공이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을 흡수 및 합병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존의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과 스타 얼라이언스에 대단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또한 스카이팀 회원사인 노스웨스트항공과 델타항공도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역시 미국 항공사는 물론 세계 항공업계의 파란이 일어날 조짐이다.(본지 9월29일자 참조)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 간 인수 합병은 현재 대세를 이루고 있는 항공 동맹체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대형 항공사와 강력한 항공 동맹체라는 두 줄기로 흘러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런 일련의 항공사 간 제휴는 거대 항공기업화를 통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또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독과점 형태를 띨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황 시에는 대규모의 적자 발생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략적 제휴 모델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항공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함동규 차장

[항공사 간 제휴 형태]
▲단순 노선 제휴(route by route alliance)
가장 단순한 제휴방식으로 항공사 간에 전통적으로 많이 이뤄진 특정 구간 노선에 대한 공동운항(joint operation), 공동운임(joint fare), 운항편명 공동사용(code sharing) 등의 형태.

▲포괄적 마케팅 제휴(broad-based commercial alliance)
항공사 간의 전체적인 업무 및 마케팅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광범위한 형태의 제휴. 주로 항공사간 상호 지분 교환이나 자본참가는 배제된 형태의 제휴로 공동운항, 운항 편명 공동사용, 시내 사무실 및 공항 탑승수속 사무실 공동사용, 객실승무원의 상호교환 탑승 및 전산예약시스템(computer reservation system) 등에 걸친 다양한 제휴관계.

전통적인 노선별 제휴나 포괄적 마케팅 제휴는 자본참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 비교적 단기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제휴. 이 제휴는 항공사 간 사업운영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자본투자에 따른 부담 없이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상대 항공사의 사업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손실의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휴 항공사간 연대성이 취약하여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라도 파기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포괄적 지분 제휴(equity alliance)
자본의 상호 교환이나 투자가 수반되는 포괄적 지분 제휴는 비교적 장기적인 시간개념을 가지고 두 개 이상의 기업간에 체결되는 전략. 기업간의 강점을 더해주고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때 특히 빈번하게 형성되므로 포괄적 지분 제휴를 일반적인 의미의 전략적 제휴라 칭한다. 전략적 제휴는 기업간의 필요한 자산이나 기술제공 등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외부로부터의 경쟁적인 공격이나 환경변화에 견디어 낼 수 있는 전략적 가치를 생산 할 수 있어야 한다.

포괄적 지분제휴는 주로 항공사간 지분 교환이나 자본 참가를 통한 제휴라는 측면에서 다소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제휴 항공사 간의 강력한 연대관계가 맺어짐으로써 노선결정, 시간대, 공동운임 결정, 코드공유를 비롯하여 상용고객우대 프로그램 및 수익관리(yield management)에 이르기까지 제반업무협조가 긴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비용 측면에서도 연료의 공동구매, 항공기 공동구입 및 공동사용, 기내식 서비스의 일원화 등의 원가절감이 가능해지며 지상 서비스 측면(항공기 정비 포함)에서도 보다 원활한 협조체계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주체성(identity)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협조체계가 이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주체성까지도 단일화하는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합병 및 인수(merger& acquisition)
기업 합병 및 인수를 통한 세계화 전략을 외국 및 자국 항공사간 경영권 이수의 형태로 자국 기업의 사세 확장과 유사한 세계화 전략이다. 따라서 단순한 업무제휴나 지분교환에 의한 제휴보다 관계의 긴밀성과 연대성, 항공기의 승무원의 운용, 구매와 자금차입능력, 소비자에 대한 기업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 유리하다.

항공사간에 합병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의 임계 규모를 갖추지 못한 잠재적 경영기업끼리의 통합으로 경쟁가능 기업규모를 형성하여 다양한 허브를 확보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있다. 최근 항공 자유화에 따른 경쟁심화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항공사와 항공사간의 지분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만약 외국기업의 지분 참여율에 대한 제한이 보다 완화된다면 국경을 초월한 합병(cross border merger)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